구조조정·부실채권 전문기관 상임감사
검찰 경력만 31년, 금융권 이력 없어
尹과 20년 관계 재조명…'낙하산 논란'
주기환 전 대통령실 민생특별보좌관이 연봉 3억 원을 상회하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에 선임됐다. 30년 넘게 검찰에서 근무한 주 전 특보는 이렇다 할 금융권 경력이 없음에도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전문기관의 상임감사에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주 전 특보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가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뉴시스 |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20년 지기' 주기환 전 대통령실 민생특별보좌관(민생특보)이 퇴임 한 달여 만에 연봉 3억 원을 상회하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에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 전 특보는 지난 22대 총선 국민의힘 비례대표 공천에서 최종 탈락한 지 하루 만에 윤 대통령이 신설한 민생특보에 임명된 인물이다. 당시 인사는 윤 대통령과 주 전 특보의 개인적 인연이 작용한 것이란 후문을 낳은 바 있다.
주 전 특보의 이번 유암코 상임감사 선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유암코는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NPL) 관리를 영위하는 곳으로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주주로 구성된 준공기업 성격의 기관이다. 유암코 경영 활동을 감시하는 상임감사는 이에 따른 전문성을 요하는 직이다. 다만 주 전 특보는 대부분의 경력을 검찰 수사관으로 보낸 뒤 정치권에 입문했을 뿐 이렇다 할 금융권 경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고액 연봉을 받는 유암코 상임감사에 선임될 수 있었던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27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지난 3월 민생특보에 임명된 주 전 특보는 6월께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 수리돼 약 3개월 만에 민생특보 자리에서 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주 전 특보는 퇴임 한 달여 만인 지난달 12일 유암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상임감사로 신규 선임됐다. 유암코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각각 지분을 나눠 운영 중인데,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 5곳과 중소기업·한국산업은행 2곳이 각각 14%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한국수출입은행이 나머지 2%를 채운 형태다.
주 전 특보는 유암코 상임감사로서 회사의 경영 활동 전반에 대한 감사와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준법감시 의무를 살피게 된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관리 분야를 감사하는 자리인 만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는 평가다. 다만 주 전 특보의 경력을 살펴보면 이와 관련된 직무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암코가 지난 14일 공개한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주 전 특보의 주요 경력은 대검찰청 검찰수사 서기관, 민생특보에 그친다.
실제로 주 전 특보는 조선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9급 공채로 검찰 수사관에 입직, 2020년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수사과장을 끝으로 31년간 검찰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초빙교수로 활동하던 그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 전 특보는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해 정치권에 본격 입문했다. 낙선한 뒤에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3월에는 국민의힘 광주시당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주 전 특보는 22대 총선에서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에 도전했지만 당선권에서 밀려났고 이후 대통령실 민생특보로 가게 됐다.
주 전 특보의 경력을 돌이켜 보면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관리를 주요 업무로 하는 유암코의 경영 활동을 감시할 만한 축적된 경험은 확인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주 전 특보의 유암코 상임감사 선임은 윤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이 작용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이 주 전 특보를 배려한 인사를 단행한 바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주 전 특보가 국민의힘 비례대표 공천에서 최종 탈락하자 하루 만에 민생특보를 신설해 주 전 특보를 임명했다. /뉴시스 |
주 전 특보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임명됐지만 2시간만에 사퇴했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진석 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었다. 그는 이후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로 출마했지만 당선권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순번을 받았다. 주 전 특보는 이에 반발해 곧바로 사퇴했으며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주 전 특보 추천을 한동훈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공개 비판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하루 만에 기존에 없던 민생특보를 신설, 주 전 특보를 임명해 줬다.
당시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비례 공천에서 탈락한 주 전 특보를 위해 '없던 자리'를 만들어 준 만큼 이들의 관계가 무척 끈끈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주 전 특보의 아들이 대통령실 6급 행정관으로 채용된 사실 또한 재조명되면서 이같은 해석에 힘이 실렸다.
주 전 특보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20년 동안 끊이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 전 특보는 지난 2022년 광주시장으로 출마할 당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20년 전 광주지청 특수부에서 검사와 수사관 관계로 만났다"며 "관계는 20년간 끊어진 적이 없다. 단순히 술 한잔하는 관계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하고 인생 토론도 하고 속내를 다 털어놓는 관계다. 2014년 대구고검으로 좌천되었을 때에도 광주에서 저하고만 둘이 만났다. 단순히 직장에서 만난 상하 관계가 아니다"라고 대통령과 인연을 강조했다.
이같은 인연에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에선 주 전 특보의 유암코 상임감사 선임을 '낙하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차라리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출신이라면 사회, 경제 등 분야 전반에 대한 경험이 있을 테니 설득력이 있겠지만 주 전 특보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윤 대통령과 주 전 특보의 관계를 고려해 보면 그에 대한 용산의 배려로 그려진다"고 말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 팀장은 "금융이나 회계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유암코 상임감사라는 자리에 적합한 인물들은 얼마든지 많은데도 검찰 수사관 출신이 선임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아마 추천위원회를 통해 절차적 요건을 갖추면서도 이미 낙점된 인물을 꽂은 '낙하산 형태'로 보인다"고 짚었다.
지난 2022년 5월 6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국민의힘 광주광역시장 후보로 공천된 주기환 후보. /남윤호 기자 |
실제로 주 전 특보는 유암코 주주사로 구성된 추천위원회를 통해 상임감사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추천위가 상임감사 후보를 추려 유암코에 전달하면 유암코가 주총을 열어 이에 대한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추천위는 상임감사 후보로 주 전 특보를 단독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암코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19년 황현선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더불어민주당 기획조정국장, 문재인 캠프 전략기획 팀장,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을 뿐, 여타 금융권 경력 없이 유암코 상임 감사로 선임돼 '정권 낙하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유암코 측은 주 전 특보가 상임감사 업무를 보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검찰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만큼 회사의 운영 과정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암코 관계자는 "회사의 운영이나 법적인 위반 상황을 미리 감시하고 운영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로서 추천이 된 걸로 알고 있다"며 "회사가 부실채권 정리 등을 할 때 법원을 많이 거치게 되는데 이런 절차적인 부분도 다룰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 전 특보는 검찰 재직 당시 일반 형사 사건이 아니라 기업 범죄나 경제 사범 관련 수사를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직전 감사도 변호사 출신으로 법률 쪽에 계신 분들이 보통 감사로 선임된다"고 덧붙였다.
주 전 특보의 임기는 3년 내 최종 결산기에 열리는 유암코 정기주총 종결까지다. 지난 2021년 9월 선임된 직전 상임감사가 주 전 특보의 선임날 물러난 점을 미뤄보면 그의 예상 임기는 오는 2027년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유암코 상임감사의 연봉은 3억3600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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