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붐' 청신호…한-UAE, CEPA 체결로 90% 시장 개방 
입력: 2024.05.30 00:00 / 수정: 2024.05.30 00:00

아랍권 국가와 첫 체결…무기류 등 관세 철폐
UAE 투자 계획 규모 60억 달러로 확대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UAE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회담 계기에 CEPA를 맺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UAE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회담 계기에 CEPA를 맺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이 한층 가까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랍권 국가와는 최초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었다. 이를 통해 양국 간 관세 철폐 등 대규모 상품·서비스 시장 개방의 길이 열렸다. UAE 측의 '300억 달러(약 40조9000억 원) 투자 약속' 중 60억 달러 계획도 구체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양국 간 투자 협력 채널도 확대해 투자 가속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과 모하메드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4대 핵심 분야(△경제·투자 △전통적 에너지·청정에너지 △평화적 원자력 에너지 △국방·국방 기술)를 비롯해 양국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작년과 올해 상호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UAE 관계는 3단계에 접어들었다"며 "2018년 맺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서 네 가지의 중점 협력 분야를 식별했고,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AI(인공지능)를 포함한 첨단 분야로의 기술 협력까지 범주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이날 두 정상 임석 하에 총 19건의 문서를 체결했다. 먼저 양국 간 CEPA를 맺었다.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을 계기로 추진해 이번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24번째 자유무역협정이자, 아랍권 국가와는 처음 맺은 것이다.

양국 간 전면 시장 개방으로 급격한 관계 변화가 전망된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이번에 서명한 한-UAE CEPA를 통해서 양국은 품목수 기준으로 90% 이상의 상품시장이 개방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중동에 수출하는 무기류와 수출유망품목인 의료기기, 의약품, 화장품 등은 대다수 품목이 협정문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금속 주조기, 압연기 등 기계류 상당수는 5년 내에, 자동차 및 부품과 가전제품 등은 최장 10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박 수석은 "UAE와 아직 CEPA를 체결하지 않은 미국이나 EU,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 우리 기업의 수출 여건이 대폭 개선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UAE산 원유 수입관세(3%)가 앞으로는 10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이에 따라 국내 물가 안정과 석유화학 산업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 시장도 최고 수준으로 개방한다. UAE가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는 개방하지 않았던 온라인 게임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개방하게 됐다. 또 의료시장을 개방해 앞으로는 국내 병‧의원급 의료기관의 UAE 현지 개원과 원격 진료가 가능해진다. 이번 CEPA 체결로 UAE 중앙정부기관과의 조달시장도 개방된다. 박 수석은 "앞으로 조달절차가 투명해지고, 공정성이 올라가면서 우리 기업들의 UAE 조달 시장 참여 확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한-UAE CEPA는 양국 국회의 비준을 받아 최종 발효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UAE 측의 300억 달러 중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6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대통령 국빈 방문 공식 환영식 모습. /뉴시스
대통령실은 UAE 측의 '300억 달러' 중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6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대통령 국빈 방문 공식 환영식 모습. /뉴시스

이번 회담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해 1월 UAE 순방을 통해 유치한 300억달러(약 41조 원) 규모의 투자와 관련해 국내 기업의 사업 유치 등도 논의했다. 이와 관련, 양국은 투자 협력 채널을 확대하는 내용의 '투자 협력 체계 양해각서(MOU)'을 체결했다. 지난해 1월 산업은행과 UAE 아부다비 투자회사 무바달라가 한국 투자전략을 조정하기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국가간 투자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기획재정부를 포함해 양국에 투자를 희망하는 다양한 기관으로 협력 채널을 확대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기술, 신산업, 유망 중소기업 등 한국시장에 대한 무바달라의 투자기회 검토 체계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UAE 측의 '300억 달러(약 40조9000억 원) 투자 공약' 계획은 보다 구체화, 가속화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UAE 측이 한국에 60억 달러 이상의 투자기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작년 5월 20억 불 규모의 투자기회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지 1년여 만에 투자기회 규모가 60억 불 이상으로 확대됐고, 상당한 규모의 실제 투자도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60억 불 투자 대상에 대해선 UAE 측의 요청으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작년 1월 300억 달러 투자 약속 이후에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상당 부분에 투자가 이미 이루어졌다"며 "오늘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60억 달러 추가 투자"라고 했다.

이 외에 에너지와 원자력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회담 계기에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와 국내 기업 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의향서'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최소 6척(약 15억달러 규모)의 LNG 선박을 수주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또 현재 400만 배럴 수준의 양국 간 공동원유비축사업 확대 논의를 위한 양해각서도 맺었다. 박 수석은 "공동원유 비축량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국제 정세 불안정, 국제유가 변동에 대한 우리의 대응력이 크게 신장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첨단 분야와 관련해선 AI 기업 협력 파트너십, AI 공동 연구 등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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