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악성 민원에 대해선 공무원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에서 법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2일 "악성 민원에 대해 공무원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에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며,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은 공무원은 의무적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8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말했고 △악성 민원 사전 예방 및 차단 △악성 민원 대응 및 피해공무원 보호 △민원 처리 개선 및 서비스 품질 제고 △민원 공무원 사기진작 등의 방안이 발표됐다.

한 총리는 "최근 민원담당 공무원에 대한 폭언·폭행 등이 계속되고, 민원에 시달리던 초임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며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원의 비극적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무총리실 등에 따르면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는 2019년 3만8054건, 2020년 4만6079건, 2021년 5만1883건, 2022년 4만1559건 등이다.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120만명 중 민원실에서 직접 민원인을 응대하거나 인허가 등 민원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은 총 20여만명으로 집계된다.

한 총리는 "이러한 현실에서 악성 민원은 공무원 개개인의 업무 의욕을 훼손하고 공직사회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정당한 민원 처리를 방해해 행정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린다"며 "악성 민원의 예방과 차단을 위해 악성 민원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악성 민원을 사전에 예방하고 차단하는 차원에서 민원인의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에 대해서는 권장 시간을 초과할 경우 통화를 종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민원 통화 전체를 녹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기관별로 홈페이지를 통한 공무원 개인정보의 공개 수준을 조정하도록 했다.

이어 정부는 악성 민원 전담 대응조직을 구축해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대해 기관 차원에서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민원 공무원을 위해서는 '공무원 마음센터'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악성 민원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공무상 병가와 일시적 업무 제외를 통한 휴식 시간 부여를 지침에 명시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민원 처리 개선 및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선 기관 특성에 맞는 민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령이나 규정 등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을 도입해 민원 공무원의 업무 처리를 더욱 수월하게 할 예정이다. 또한 민원 창구에는 경력자를 우선 배치하고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을 확대, 퇴직공무원의 경험과 전문성을 민원 분야에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민원 공무원의 인사상 혜택과 보호장치도 제공된다. 민원 공무원은 승진 관련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이를 가점 항목에 명시하고, 민원 업무 특성에 따라 민원 수당 가산금을 추가로 지급할 방침이다.

이번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는 이외에도 최근 발생한 어선 전복·침몰 사고에 따른 어선 안전관리 대책도 언급됐다. 정부는 2027년까지 어선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30%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풍량경보 발효 기준 강화 △일시적 출항·조업 제한 △폐어구 불법 투기 처벌 강화 △선단선을 활용한 구조활동 △위치발신장치 고의 차단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계획 중이다.

한 총리는 "어민들의 생계에 대한 절박함은 충분히 공감합니다만 생명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며 "생명을 담보로 생업을 이어가다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어업인 여러분들의 협조와 이해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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