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지지 단톡방 "20대라고 하면 참여 확률 높아져"
"책임당원이라고 답해야" 여론조사 번호 안내도
하태경, 원본데이터 요구
'빅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경선에서 이혜훈 전 의원이 하태경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 사진은 지난달 공천 면접을 보러가는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 전 의원, 하 의원(왼쪽부터)의 모습.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김세정·김정수 기자] 이혜훈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의 '빅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경선 과정 중 이 전 의원 지지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연령을 속여 여론조사 응답 지침을 안내하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 의원이 당에 여론조사 원본데이터를 요구한 상황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13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중·성동을 경선 중 이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연령대를 속이고 응답하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참여자 A씨는 "10, 11일 양일간에 걸쳐 경선 결선이 진행된다. 저는 현재 60대이지만 과거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30대라고 하고 조사에 참여한다. 참고해 주면 감사하겠다"라며 "목소리에 자신이 있으면 20대라고 하면 참여확률이 더 높아진다. 물론 40대라고 하셔도 된다"라고 밝혔다. 당 내외 관계자들에 따르면 A씨는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전해진다.
이에 한 채팅방 참여자 B씨는 "방금 한 건 했다. 내 나이는 52세로 다운됐다"고 했다. B씨 역시 이 전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금 들어온 정보다. 경선 여론조사에서 20대가 마감됐다고 한다. 30, 40대라고 하면 아직은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참고들 하시라"고 재차 강조했다.
A씨는 지지자 단체대화방에 "10, 11일 양일간에 걸쳐 경선 결선이 진행된다. 저는 현재 60대이지만 과거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30대라고 하고 조사에 참여한다. 참고해 주면 감사하겠다"라는 글을 올렸다. /독자 제공 |
이 전 의원 측 관계자 C씨는 또 다른 대화방에서 여론조사 발신번호를 안내하기도 했다. C씨는 책임당원용 조사 번호를 알려주며 "여기서 걸려 오는 여론조사는 책임당원이라고 답해야 참여할 수 있다"고 했고, 일반국민 여론조사 번호에는 "당원이 아니라고 답해야 참여할 수 있다"라고 응답 지침을 전달했다. D씨도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를 이 전 의원 지지 대화방에 전달했다.
이같은 취지의 안내를 한 인원은 A씨 등을 포함해 모두 7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공직선거법 108조 11항 1호에 따르면 당내경선을 위한 여론조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다수의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성별·연령 등을 거짓으로 응답하도록 지시·권유·유도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같은 법 11항 2호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둘 이상의 전화번호를 착신 전환 등의 조치를 해 같은 사람이 두 차례 이상 응답하거나 이를 지시·권유·유도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2017년 6월 대법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역선택'을 유도했던 오영훈 제주지사(당시 제주시을 예비후보)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오 지사는 2016년 3월 자신의 SNS를 통해 "새누리당을 지지하시는 분들도 오영훈을 선택할 수 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말씀해 주셔야 오영훈에게 유효표를 던질 수 있다"고 말해 경선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거짓 응답을 지시·권유·유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체 대화방에서 여론조사 발신번호를 공지하며 응답 방법을 안내하기도 했다. /독자 제공 |
이번 4·10 총선 과정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광주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당내 경선에서 특정 예비후보를 돕기 위해 민주당 권리당원 여부를 거짓으로 응답하라는 글을 단체대화방에 올린 정당인을 지난 11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당내 경선 과정에서 지역구 주민들에게 권리당원 자격과 일반시민 자격으로 두 차례의 투표하도록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신정훈 의원에게 경고를 의결했다.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공관위도 책임당원 여부 등을 속여 여론조사에 응답하라는 지침을 전달하는 것이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안내했다. 경선 후보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고 엄중 경고하면서 공정 경선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하 의원이 당에 경선 여론조사 원본파일을 요청한 상황이라서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하 의원은 전날(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학적·확률적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며 "이번 경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한동훈 위원장에게 로데이터(raw data) 공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과 이 전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3자 구도로 치러진 중·성동을 1차 경선 여론조사에서 하 의원은 46.01%를 기록했고 이 전 의원이 29.71%, 이 전 장관은 25.9%였다. 이 전 장관의 탈락 이후 양자로 진행된 2차 경선에서는 하 의원은 50.87%, 이 전 의원은 49.13%를 각각 얻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성동을 경선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하 의원은 약 4%P만 오른 반면 이 전 의원이 약 20%P 올라서 수치상 변화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하 의원의 주장이다. 여성 가산점 5%를 받은 이 전 의원은 최종 51.58%로 계산돼 하 의원을 제치고 본선행을 확정 지었다. 하 의원은 로그와 로데이터, 음성파일, 안심번호 등이 포함된 원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1차에서 탈락한 이 전 장관의 지지세가 2차에서 하 의원보다 자신에게 더 몰렸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 전 의원은 "(하 의원이) 사회과학을 조금 더 배우셔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하 의원은 늘 대통령을 공격하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표가 가기 어려운 후보"라며 "대통령을 지키고 싶어 하는 우리 측 유권자들이 이영 후보를 지지했다. 당원 20% 그리고 국민 80%라고 돼 있는데 여기서 국민은 전체 국민이 아니고, 국민의힘 지지자와 중도만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힘 지지자 위주면 다 대통령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고 대통령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 위주의 경선이기 때문에 이영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하태경 후보를 찍기가 어렵다"라고 했다. 이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의 질의에 "방향을 정해놓고 전화한 것 아니냐. 취재한 대로 기사를 써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