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특위 회의 30분 전 기습 sns 글 올린 김남국, 상임위는 결석
윤리특위 결정 두고 민주당 내 '온정주의', '내로남불' 비판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22일 '거액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김남국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 표결을 일주일 뒤로 미뤘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가 22일 '거액 가상자산 보유·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김남국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징계 표결을 일주일 뒤로 미뤘다. 김 의원이 소위 직전 '제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 담긴 SNS 글을 올렸고, 민주당 의원들이 김 의원의 징계 결정에 있어 불출마 선언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고, 민주당 내에서도 김 의원을 향한 일부 의원들의 '온정주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1소위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해 김 의원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앞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김 의원에게 최고 징계 수위인 '의원직 제명'을 권고한 만큼, 표결 결과도 제명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 의원이 소위 직전인 오전 SNS에 불출마 선언을 담은 글을 올리며 상황이 변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리특위) 심의 결과와 관계없이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제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저를 믿고 응원해 준 안산시민을 위해 임기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뿐"이라며 의원으로서 남은 임기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상임위 전체회의에는 불참했다.
결국 윤리특위 1소위는 오전 회의를 열었으나 표결에 돌입하지 못하고 40분 만에 오후 2시까지 정회를 선언했다.
소위원장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회의에서 원활히 표결이 진행돼 김 의원 징계안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회의를 시작하고 나서 민주당에서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문을 제출했다"며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으니 오늘 표결을 하지 말고 다음 주에 회의를 열어 표결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이라고 말했다.
거액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및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에 대한 '제명안' 표결 절차를 위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소위원회가 열렸다. 소위원장인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새롬 기자 |
1소위는 오후 회의를 속개했지만, 결국 표결은 약 일주일 후인 오는 30일 오후 1시 30분으로 미뤘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징계 수위 판단에 고려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회의 이후 "민주당에서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한 것이 상당히 큰 상황의 변화이기 때문에 소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숙고의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며 소위 표결을 일주일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윤리특위 위원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어느 정도로 평가해야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표결하기 위한 숙고의 시간을 가지고 한 번 더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 소속 권영세 의원도 코인 의혹을 받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김 의원의 징계를 두고 완고한 입장을 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의원은 오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났을 때 "김남국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고 그가 그동안 했던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며 불출마 선언과 김 의원의 징계는 별개라는 여당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리특위의 '순연' 결정을 두고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자문위가 권고한 '제명'에서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송 의원은 '(다음 표결에서)징계 수위를 낮추는 방안도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예단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오는 30일 표결이 진행되더라도 민주당이 회의에 불참하면 징계안 표결이 불성립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에서는 윤리특위의 결정을 두고 당내 '온정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민주당에서는 윤리특위의 결정을 두고 당내 '온정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명(이재명)'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 지도부는 온정주의를 버려야 한다. 지금 이 모습이 바로 내로남불이다"라며 "김 의원의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은 21대 (국회) 김남국 코인 거래와는 별개 문제다. 현재의 문제를 희석화할 수 없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중진 의원도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21대 국회에서 김 의원의 코인 문제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데 다음 총선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김 의원 지역구는 다음 총선 때 통합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불출마 선언이 큰 의미가 있나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