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도 속았다"...<더팩트> 7월 최초 보도
與 "국격 훼손"...'설립 취소·기부금 반환' 촉구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16일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유엔 산하 기구를 사칭하며 44억 원의 기부금을 거뒀다고 밝혔다. 앞서 <더팩트>는 지난 7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특위)는 16일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가 유엔 산하 기구를 사칭하며 44억 원의 기부금을 거뒀다고 밝혔다. 앞서 <더팩트>는 한국위가 국제기구 UN(유엔) 또는 유엔 해비타트 본부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지 않고 기업 등으로부터 막대한 기부금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단독] 文 축하 '유엔 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 한국 탄생', 알고 보니 '거짓').
특위 위원장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특위 11차 전체회의에서 "한국위는 유엔 해비타트와 기본 협약 없이 유엔 해비타트 산하 기구로 행세해 44억 원을 기부받았다"며 "한국위 출범 때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유엔 해비타트 최초로 단일 국가위원회가 한국에 탄생했다'고 축전을 보냈는데, 문 전 대통령도 속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유엔 해비타트로부터 받은 답변서를 공개했다. 답변서에는 "유엔 해비타트는 '유엔 해비타트'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나 비정부단체를 지지하거나 승인하지 않는다" "(한국위에) 유엔 해비타트 로고 무단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 의원에 따르면 로고 무단 사용 중지와 관련해선 웹사이트, 홍보물, 명함 등이 포함된다.
하 의원은 "유엔 또는 유엔 기구와 협약, 승인 없이 유엔 관련 명칭과 로고를 무단 사용하는 건 심각한 국격 훼손"이라며 한국위 설립 취소와 44억 기부금 반환, 지정기부금단체 취소 등을 촉구했다.
앞서 <더팩트>는 지난 7월 한국위가 유엔 또는 유엔 해비타트와 무관한 단체였다고 최초 보도한 바 있다. 한국위는 2019년 9월 27일 국회 사무처에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했고, 두 달 후인 11월 1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치렀다. 한국위 초대 회장은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맡았고 출범식 현장에는 문희상 국회의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및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6일 한국위 설립 취소와 기부금 반환을 촉구했다. /더팩트 DB |
문 전 대통령은 "유엔 해비타트 최초로 단일 국가위원회가 한국에서 탄생했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한국위도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더팩트> 취재 결과 유엔 해비타트는 유니세프, 유네스코 등과 달리 국가 수준의 조직 인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네스코 등의 경우 유엔 총회 결의안 등에 따라 국가위원회를 결정하지만, 유엔 해비타트는 국가위원회와 관련된 규정이 전무해서다.
당시 한국위는 <더팩트>에 이를 시인하기도 했다. 한국위 측은 '유엔 해비타트에 국가위원회와 관련된 규정이 없다'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국가위원회를 쓰는 건 유엔 해비타트와 상관이 없다"며 "국가위원회를 쓸 때도 있고 쓰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위가 출범 이후부터 강조한 '유엔 해비타트로부터 국가위원회 인가를 받았다'는 것이 사실상 거짓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한국위는 출범 이후 3년간 공기업, 대기업, 금융회사 등에서 기부금 44억 원가량을 받았다. 세부적으로 △13억 9887만 원(2020년) △5억 5348만 원(2021년) △24억 5155만 원(2022년) 등 모두 44억 391만 원이다. 모금액 대부분은 기업에서 비롯됐고, 규모는 백만 원대부터 억대까지 다양했다. 단일 기부금으로는 최대 10억 원이 건네지기도 했으며 매년 정기적으로 후원한 기업도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일부 국회의원들은 프로필에서 한국위 이력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업 기관 등은 한국위와 협약을 종료하거나 후원을 중단했다([단독 그 후] '유엔 해비타트 한국위원회'…지워지는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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