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동일노동·동일임금 입법 추진…노동계, '진정성 의심' 속 해법은?
입력: 2023.06.08 00:03 / 수정: 2023.06.08 00:03

정부여당, '노조 때리기' 행보와 결이 다른 입법 추진
전문가 "이해관계 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게 중요"


국민의힘 일각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동계는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서예원 인턴기자
국민의힘 일각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노동계는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노동·민생·민주·평화 파괴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서예원 인턴기자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국민의힘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고용형태'에 따라 같은 노동을 하고도, 차별적 대우를 받는 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노조 때리기'를 가속화하는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행보다. 이에 노동계에선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간사인 김형동 의원은 지난달 31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차별금지의 기준에 '고용형태'를 추가하고 "사용자는 동일한 사업 내에 고용형태가 서로 다른 근로자들 간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에 대해 "직무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이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했으며,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들어서 정한다고 규정했다.

김 의원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의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오는 1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이며, 이 기간 동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관련한 국민 의견을 받은 뒤 환노위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노동계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인 정부의 일방통행과 다소 결이 다른 국민의힘의 이번 개정안 추진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5일 논평에서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문구만 놓고 보면 크게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윤석열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노동개악'의 입장에서 보면 여기에 숨은 악마적 디테일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고, 아마도 이는 현실로 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인 비정규직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조직 노동과 미조직 노동의 대립을 의도적으로 조장해 온 정부여당의 의도가 이번 개정안에 녹아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의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과제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입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남용희 기자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하청의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과제"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입법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남용희 기자

민주노총은 의심의 근거로 △비정규직 제도는 유지한 채 계약형태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의 세우는 게 모호한 상황에서 사용자가 이를 정하고, 근로자 대표의 의견은 청취의 대상일 뿐이라는 점 △근로자대표의 범주에 노조가 명시되지 않은 점 등을 거론하고 있다.

차별의 당사자인 노동자의 목소리는 형식적인 청취의 대상에 불과하고 실제 결정권은 사용자에 부여한 '사용자 편향', '사용자 위주'의 방향성이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여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체계 개악 즉, '직무·성과급제 도입 및 확대' 등과 연동되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끌어올려 전체적인 임금 수준 상승과 이를 통한 차별철폐와 격차 해소가 아니라 상위의 임금을 깎아 전체 임금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또한 소수의 최상위 임금 노동자와 전체 노동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경찰이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 고공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하청노동자 투쟁을 지원하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 진압봉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며 연행된 사건을 계기로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정권 심판 투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이 정부여당의 근로기준법 개정 행보에 보조를 맞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와 관련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7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동일가치노동을 누가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며 "어떤 직무가 어떤 난이도가 있고, 어떤 책임이 있고, 어떤 종류인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나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이해관계 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노사정 간에 어떤 직무가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한 지난한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현실적으로 정규직이 하는 일과 비정규직이 하는 일이 엄밀히 구별되지 않는 분야가 많다는 점, 남녀 '성 차이'에 따라 임금이 차이가 나는 젠더 문제, 유리천장이라고 불리는 여성이 고위직에 가기 어려운 현실도 같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동 의원은 통화에서 "경영계에선 동일노동 동일임금법을 적용하면 임금 부담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고, 노동계는 임금 하향 평준화가 되는 게 아니냐 걱정한다"며 "입법 과정에서 (양측이) 밧줄을 당기다 보면 접점을 찾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임금 편차를 줄이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지금은 입법 예고 기간이고, 이후 상임위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고, 그 내용을 반영해서 법안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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