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불거진 '지상화 논란' 10일 마침내 종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첫 번째 줄 왼쪽)이 지난 10일 서울 도봉구 창동아우르네에서 열린 GTX-C 창동역 주민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 /뉴시스 |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의 도봉구간 지하화가 지난 10일 확정됐다. 국토교통부가 추가 공사비를 국가가, 향후 추가 운영비는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분담하는 것으로 사업비 분담 협상을 타결하면서다.
'도봉구간'은 도봉산역에서 창동역까지 5.4㎞ 구간을 말한다. 도봉구에 따르면 추가 공사비는 4000억에서 4500억 사이, 추가 운영비는 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역 주민들은 완공되면 기존 50분가량 걸렸던 창동역-삼성역 이동시간이 14분까지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연말 착공을 목표로 다음 달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고 실시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도봉구간 지상화냐 지상화냐를 둘러싼 논란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부는 2020년 10월 GTX-C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과천청사역부터 도봉산역까지 37.7㎞ 구간을 지하터널로 건설하는 민간투자사업시설사업기본계획(RFP) 초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같은 해 12월 민자사업자 선정을 위해 국토부가 공개한 RFP에선 지하터널 신설구간을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창동역까지'로 고시했다. 도봉구간은 지하철로 건설 또는 지상 지하철 1호선 선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민간사업자들은 국토부가 사업계획을 바꿨다고 이해하고 도봉구간을 전부 지상화하는 방안을 토대로 사업 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광역교통망 현황. GTX-C 노선은 경기도 양주시 덕정역에서 청량리역, 삼성역을 지나 수원시 수원역을 잇는 노선이다. / 뉴시스 |
감사원 공익 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국토부는 신설 지하터널에서 도봉구간을 제외하면서도 총사업비는 애초 사업비인 4조3857억 원 그대로 고시했다. 도봉구간을 지상화로 설계하면 민간사업자는 공사비 절감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지상화하면 철로 주변 주민들은 소음·진동·분진 등 생활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2021년 6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도봉구 측이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도봉구간 지상화를 제안했고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건 그해 9월이 돼서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15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국가 철도망 사업은 지자체와 별도로 협의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와 관련이 있더라도 민간사업자의 제안 내용 상세 사항을 즉각적으로 공유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9월에 알았지만 실시 협약이 체결되기 전이기 때문에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고 판단해 공익 감사 청구 등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2021년 12월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GTX-C 노선 도봉 구간 지상화 결정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
지역 정치권 움직임이 눈에 띈 건 2021년 12월 30일에 이르러서다. 도봉구 지역 국회의원, 구청장, 구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에 노선변경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도봉구는 2022년 1월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는 4월에 실시됐다. 지하화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정권이 바뀌고, 지방선거로 오언석 국민의힘 도봉구청장이 선출된 이후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도봉구간 지상화에 대한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업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 실행 대안을 마련하라'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2023년 2월 국토부가 의뢰한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민자적격성 재조사 결과 GTX-C 노선 도봉구간은 지상, 지하화 모두 적격한 것으로 검토됐다가, 결국 지하화가 확정됐다.
지역엔 여야가 저마다 '성과'를 내세우는 현수막이 걸렸다. 여당은 '도봉구간 지상화를 지하화로 바로잡았다'고, 더불어민주당은 '도봉구간 지하화는 주민과 함께 이룬 성과'라고 주장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도봉구간 지상화 혼란은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에서 빚어진 일이고, 주민들의 힘을 모아 공익 감사를 청구한 것도 이전 정권 때 추진된 일이라는 점에서다.
16일 도봉구 쌍문역 근처에 'GTX-C 지하화' 성과를 띄우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조채원 기자 |
다만 민주당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있다. 2020년 12월부터 이미 도봉구간은 '지상화로 설계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국토부에 지상화 건설을 제안했고, 국토부에 이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2021년 9월이 돼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에도 의문이 남는다. 당시 도봉 지역 국회의원, 구청장, 다수 구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몰랐어도, 알았지만 뭉갰어도, 관심이 없었어도 지역구민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비칠 수 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역의 도로·철도 사업은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라 문의가 많았을 것"이라며 "지역 정가에서 지상화로 추진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몰랐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전 정권 국토부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유발했다는 비판은 감내할 부분"이라면서도 "100여 쪽에 달하는 고시 내용에서 국토부 실무자들이 작정하고 단어 몇 개, 그림 몇 개 바꿔치기하면 비전문가 입장에선 바로 알아내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알고 나서 감사원 청구 등을 통해 바로잡으려 한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지하화는 오 구청장과 여당 당협위원장이 함께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을 만나 지상화의 문제점을 설명했고, 원 장관이 드라이브를 걸어 기재부를 설득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한 데 따른 성과"라며 "야당도 전 정권 때 똑같이 할 수 있었다, 하다못해 국회 기자회견 기획할 시간에 국토부 장관을 설득했어야 한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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