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짜리 장신구 실소유 논란 심사 '비공개'
정부공직자윤리위, 법정 시한 2월 결론 후 자료 일체 거부
김건희 여사의 수천만 원짜리 '고가 장신구' 논란에 대한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 심사 결과가 비공개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문제의 장신구 중 어떤 것이 김 여사 소유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김 여사가 지난해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축사 외빈 초청 만찬(왼쪽)과 지난해 6월 29일 스페인 동포 간담회에서 문제의 장신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고가 장신구' 재산 심사 결과가 비공개에 부쳐진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심사 결과뿐 아니라 심사 자료 일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논란이 일었던 고가 장신구의 김 여사 소유 여부는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김 여사는 재산 신고 대상에 해당하는 장신구들을 소유하면서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5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혁신처는 김 여사에 대한 △장신구 소유 심사 여부 △재산 심사 결과 △보완 명령 여부 △보고 또는 자료 제출 요구 여부 △출석 요구 여부 △조사 의뢰 여부 등을 모두 비공개로 갈음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심사에 대한 사항이나 법에서 정한 등록 사항 외의 사항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얘기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고 말했다.
<더팩트>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인사혁신처는 △재산등록사항의 목적 외 이용금지 △비밀 엄수 △비공개대상정보 등을 비공개 근거로 들었다. 공직자윤리법 제13조는 재산등록사항을 해당 법에서 정한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 여사의 재산 공개는 공직자윤리법 제10조(등록재산의 공개) 1항의 '대통령 본인과 배우자 및 본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의 재산에 관한 등록사항과 변동사항을 신고해야 한다'에 따른 것이다.
같은 법 제14조는 재산등록업무 전현직 종사자나 직무상 재산등록사항을 알게 된 사람은 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다. 이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 보유·관리 정보는 공개 대상이지만, 개인을 특정할 수 있거나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될 경우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인정될 시 비공개할 수 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의 비공개 근거는 일반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거부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영부인 관련 국정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 측은 "국회는 특정 국정사안을 조사할 수 있고 이에 필요한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헌법 제61조)"며 "국회로부터 국가기관이 서류 등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 제출할 서류 등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국회증언감정법 제4조). 군사, 외교, 대북 관계 등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만 예외"라고 말했다.
김 여사의 재산 심사 법정 시한은 지난 2월이었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직자윤리위는 김 여사의 고가 장신구 논란이 불거지자 재산 심사를 지난해 11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뒤, 이를 3개월 연장한 바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는 재산등록 공개 후 3개월 이내에 공직자 전원에 대한 심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의결을 통해 심사 기간을 3개월 더 늘릴 수 있다.
김 여사는 지난해 6월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당시 착용했던 보석 장신구 3점이 윤 대통령 재산 내역에 포함되지 않아 재산 누락 의혹을 받았다. 문제의 장신구는 '반 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까르띠에 팔찌, 티파니 브로치 등 수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명품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김건희 여사의 고가 장신구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2점은 지인에게 대여한 것이고,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한 제품"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여사가 장신구 1점을 수개월간 다양한 일정에 착용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실소유 논란은 계속됐다. /더팩트 DB·뉴시스·대통령실 |
공직자윤리법 제4조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는 품목당 500만 원 이상의 보석류는 재산 등록을 해야 한다. 만약 등록 대상인 재산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빠트리거나, 잘못 기재한다면 △경고 및 시정 조치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일간신문 광고란을 통한 허위등록사실 공표 △해임 또는 징계의결 요구 중 하나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2점은 지인에게 대여한 것이고, 1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한 제품으로 재산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까르띠에 팔찌를 수개월간 다양한 일정에 착용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실소유 논란은 계속됐다. 김 여사는 이를 의식한 듯 이후 해외 순방 등에선 해당 장신구들을 착용하지 않았다.
논란이 됐던 장신구는 최근 공개된 윤 대통령 재산 내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한 윤 대통령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윤 대통령 부부는 총 76억 9725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이 중 장신구는 없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재산 중 김건희 여사 명의로 된 것은 경기도 양평군 일대 토지 3억1411만 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상복합 건물 18억 원, 예금 50억 4575만 원 등 약 71억6000만 원이다. 윤 대통령은 예금만 5억3739만 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윤리위가 전자관보를 통해 공개한 영부인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면, 역대 영부인 가운데 보석류를 재산으로 신고한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왼쪽 세 번째) 여사가 유일했다. 왼쪽부터 고 이희호 여사, 권양숙 여사, 김윤옥 여사, 김정숙 여사. /더팩트 DB |
역대 영부인 가운데 보석류를 재산으로 신고한 이는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유일하다. 공직자윤리위가 전자관보를 통해 공개한 영부인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면, 김윤옥 여사는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당시 자신의 명의로 다이아몬드(1.07캐럿·500만 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등은 신고 기준에 해당하는 보석류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하지 않았다.
김 여사의 장신구 논란이 불거질 당시 김정숙 여사의 옷값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시민단체 납세자연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과 김정숙 여사의 의상 등이 포함된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심은 외교·안보 관련 특수활동비만 비공개하고, 나머지는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퇴임에 따라 관련 자료들은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졌고, 2심에서 공개할 수 있는지 심리가 진행 중이다. 대통령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의결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발부돼야 공개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은 30년 이내) 간 열람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