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명절같은 전당대회 "당원들의 축제...네거티브는 아쉬워"
입력: 2023.03.08 16:21 / 수정: 2023.03.08 16:21

"대통령실 행정관 논란, 큰 영향 없어"

안철수, 김기현, 황교안,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8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안철수, 김기현, 황교안,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8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가 8일 대망의 막을 올렸다. 이번 전당대회는 코로나 이후로 처음 열리는 대규모 당 행사다. 전국에서 모인 대의원들로 전당대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에 상관 없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지지자들은 마지막까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며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기원했다. 이날 대의원들은 "지역 당원들이 전당대회에 관심이 뜨겁다"면서 "네거티브로 얼룩져 아쉬운 점이 많다"는 당심을 전했다. 이들은 차기 당대표에게 "당의 화합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힘내라 대한민국'이 열렸다. 주차장은 전국의 당협에서 온 버스로 가득 차 있었다. 대의원들은 들뜬 표정으로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배지를 단 국회의원들과 지역의 광역·기초의원들이 눈에 띄었다. 지역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곳곳에서 단체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대구에서 온 기초의원 A 씨(50대·남성)는 "지난 전당대회보다 열기가 뜨겁다. 지역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원들은 대체로 정장을 갖춰입은 반면 응원전을 펼치는 지지자들은 붉은 옷을 입어 대조를 이뤘다. 지난 합동연설회보다 지지자들의 수는 적어 보였으나 곳곳에 걸린 펼침막은 여느 때보다 많았다. 딱 입구를 제외한 모든 곳에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연포탕 김기현이 해낸다', '총선승리의 정석 안철수', '30년 자유민주정권 창출 황교안' 등의 글귀가 적힌 펼침막이 가득 붙어있었다. 맞은편으로 '땅 투기 천하지대본 김기현 사퇴하라', '대통령실 행정관의 김기현 후보 지지, 김기현 책임지고 사퇴하라', '김기현 당대표되면 이재명 구속 못시킨다'는 등의 글귀가 적힌 펼침막이 눈에 띄었다.

대의원들은 이런 펼침막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지나갔다. 경북에서 온 기초의원 B 씨는"이번 전당대회에서 네거티브가 너무 심했다"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미 지난 정권 때 다 설명이 된 일"이라면서 "네거티브를 위한 네거티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가 끝나면 의혹은 사그라들 것"이라고 봤다.

안철수, 김기현, 황교안,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8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안철수, 김기현, 황교안,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8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마지막까지 각 지지자들은 세를 과시하며 기싸움을 펼쳤다. 두개의 입구는 각각 김기현 후보의 지지자들과 안철수 후보의 지지자들로 메워졌다. 김 후보의 지지자들이 가장 많이 보였다.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줄지어 선 지지자들은 '국힘의 희망 김기현', '미래 희망 김기현' 등의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열 끝에는 전광판이 걸린 트럭이 서 있었다. 전광판에는 연설하는 김 후보의 모습이 계속 나왔다.

옆으로 또 다른 전광판에는 황 후보의 모습이 나왔다. 한 황 후보의 지지자는 트럭 위에 올라 쉰 목소리로 황 후보의 이름을 외쳤다. 황 후보 지지자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정통보수정당재건 황교안' 등의 글귀가 적힌 깃발이 눈에 띄었다. 황 후보의 지지세 또한 만만치 않아 굳건한 지지층을 보여주는 듯했다. 또 다른 입구에는 안 후보의 지지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더워진 날씨에도 '총선승리 안철수 170V'라 적힌 야구점퍼를 입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전당대회가 시작되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응원의 소리가 점차 커지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모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의 우세를 점쳤다. 울산에서 온 김 후보의 지지자 C 씨(50대·여성)는 "(오늘) 과반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안 후보의 지지자 D 씨는 "결선투표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눈에 띄는 응원전은 없었으나 50대 이상의 대의원들 사이로 보이는 청년들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군포에서 온 E 씨(30대·남성)는 천하람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개혁을 열망하는 목소리가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 최고위원 ,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이 8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 최고위원 , 청년 최고위원 후보들이 8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장내에는 비표를 받은 대의원만 들어갈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삼엄한 경비도 이뤄졌다. 입구를 들어서자 양복을 입은 경호요원 100여 명이 열을 맞춰 서 있었다. 20여 개의 검색대에선 꼼꼼한 소지품 검사가 이뤄졌다. 음식물은 물론 물, 라이터 등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장내의 열기도 바깥 못지 않았다. 바깥에서 치열한 기싸움으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면 장내의 대의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며 마치 명절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전당대회 이야기보다는 각자의 근황과 지역 이야기로 여념이 없었다. 상당수 대의원은 "김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원에서 온 기초의원 F 씨(50대·남성)는 "수원에는 당협이 5개 있다. 대부분 김 후보를 지지한다. 시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지지선언을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서울의 기초의원 G 씨(30대·남성)도 "체감상 김 후보를 많이 지지하는 것 같다. 제가 느낀 분위기는 그렇다"고 전했다.

막바지에 터진 대통령실 행정관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 등은 전당대회 판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 않았다. 경기 화성에서 온 대의원 H 씨(50대·여성)는 "그냥 흐지부지 지나갈 것 같다. 김 후보 대세론에 크게 타격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경기도의원 I 씨(70대·남성)는 "투표가 끝나가는 시기라 크게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전당대회 내내 따라붙은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경기도의원 J 씨(60대·남성)는 "당무개입은 늘 있었던 일"이라며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데 이번에는 좀 더 특별히 도드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경기지역의 기초의원 K 씨(30대·남성)는 "영향이 아예 없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세대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른 것 같다. 결집하는 층이 있는 반면 실망하는 층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서 좋아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들이 8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들이 8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대의원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네거티브가 심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G 씨는 "남 비판하는 것보다 자신의 비전을 담백하게 말했으면 어땠나 싶다. 그런 분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I 씨는 "합동연설회가 계속될수록 자신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남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인상을 찌푸리는 분들이 많았다"며 "저희가 앞으로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F 씨는 "1위를 달리는 후보다보니 상대 후보들이 전략적으로 공세하는 것 같다"면서 "이미 수차례 설명이 된 일인데 계속 문제삼는 건 같은 당의 후보들끼리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A 씨도 "네거티브하고 고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당대회가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당원에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은 달라도 차기 당대표를 향한 바람은 다르지 않았다. B 씨는 "(차기 당대표가) 과거는 잊어버리고 화합하는 새 출발의 길을 열었으면 한다"며 "맨날 싸우지 말고, 전당대회의 일은 전당대회의 일로 끝나고 한마음으로 화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F 씨도 "네거티브의 여진이 없진 않겠지만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면서 "지방의 의원들,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중앙에 계신 분들의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마음으로 화합해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끌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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