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노동 중심 정체성 지킬 것…원내 '제3당' 목표"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2024년 총선 목표로 "제 3당"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진보당 당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 중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윤 대표. /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종로=송다영 기자] "오는 2024년 총선에서 원내로 진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 정당이 되겠다는 공약, 지역과 현장에 밀착한 정당 활동으로 '당원 10만 명' 임기 내로 달성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을 포함한 21명의 당선자를 내 주목 받았던 진보당의 '얼굴'이 바뀌었다. 8월 1일부터는 윤희숙 상임대표를 필두로 한 2기 지도부가 임기(2년)를 시작한다. 윤 상임대표는 2기 상임대표 선거에 단독 후보로 나와 당원 투표자 중 94.59%의 찬성을 받아 지난 22일 당선자가 됐다.
1976년생인 윤 상임대표는 만 45세다. 대학 졸업 후 청년 단체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 창당 당시인 2000년부터 진보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했다.
그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인지 묻자 '촛불 사회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윤 상임대표는 광장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 역사의 한복판을 체험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키워왔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대규모 촛불집회였던 '미군 장갑차 희생자 효순·미선 추모 집회(2002년)'에 참여했던 그는 7년 뒤인 2009년도에는 '광우병 촛불 시위' 당시 사회를 봤다가 구속을 당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천만 촛불 사회자로 활약했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어떤 분은 제 얼굴은 몰라도 "박근혜는~" 하는 목소리만 들으면 누군지 다 알더라"며 웃음을 보였다.
윤 상임대표는 2기 진보당 지도부 임기 동안 2년 후 있을 총선 준비와 10만 명 당원 확장 등 당 도약을 위한 여러 소명을 안고 있다. 그는 "총선 체제로 돌입해 새로운 진보 정치 모델을 만들겠다"며 향후 당 운영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역 밀착성을 높이고, 노동 현장에 당원들이 직접 방문하며 목소리를 직접 담아내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직접정치 특별 위원회' 설치를 통해 진보 정치의 당사자성과 효능감을 최대화할 방침이다.
윤 상임대표는 "현재 산업 구조상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인 비정규직·하청·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우리 당원 중 3분의 2 이상"이라며 노동 중심 진보 정당인 진보당의 정체성을 더 견고히 꾸려가겠다고 말했다.
<더팩트>는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진보당 당사에서 윤 상임대표를 만나 2기 진보당 지도부의 향후 당 운영계획, 대우조선 사태에 대한 윤 상임대표의 평가와 소회, 진보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 등을 물었다. 이하 윤 상임대표와의 일문일답.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당사 앞 진보당 로고를 보며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
- 본인의 성격은 어떤 편이라고 생각하나.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보통 '진보 정치인은 화가 많을 것'이라는 통념이 있다.(웃음) 저도 한때 화가 많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분노가 아니라 사랑이다'라는 말인데, 너무 공감이 되더라. 겪어보니 분노와 화만으로는 우리 사회를 바꿀 순 없더라. 자신에게 적용시켜 보자면, 광장에서 만났던 민중들의 에너지, 당직자와 당원들에 대한 애정이 나를 지키는 힘이다.
저는 세상을 바꾸는 건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면) 사람들이 너무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려나. 하하하.
- 상임대표 후보 당시 냈던 공약 중 당선 후 가장 먼저 실행하고 있는 공약은 무엇인가.
후보 당시 '2024 총선에 원내에 진출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 정당이 될 것' '임기 내 당원 10만 명 달성' '청소년을 포함한 청년 정치인 양성'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반평화 정책에 적극 대응하는 진보당이 될 것' 등을 공약했다.
당선 이후 진보 정치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직접정치 특별위원회'를 꾸리는 등 사업화를 통해 대안 정치 모델을 만드는 작업 중에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21명이 당선돼 '약진'이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당으로서는 너무나 소중하고 훌륭했던 157명의 후보는 낙선해 아쉬웠다. 총선 체제에 돌입하면서 진보당이 그간 해온 노력을 더 발전시켜 성과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21명의 의원들의 의정 활동 근황도 궁금하다.
다들 각자 지역에서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얼마 전 거제 '대우조선 파업'이 있을 때 김종훈 동구청장이 자신의 페북에 "공권력을 통한 강제해결 방침을 재고하고 대화를 통한 진지한 해결책을 모색해달라"는 내용으로 윤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실제로 김 구청장은 취임하자마자 지역 1호 사업으로 '노동자 기금 300억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선업의 특성상, 선박 수주 사업은 불황이 정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울산 동구에도 대량 실직이나 지역 경기 침체 등에 대비한 '노동자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오은미 전북도의원은 정부와 지자체에 지방 소멸에 대비한 '소멸위험지역 거주수당' 도입을 제안하는 등의 지역 현안 해결에 나서기도 했다.
윤 상임대표는 21명의 지난 지방선거 당선자들의 의정활동 근황을 전했다. 그는 당원, 당직자 등 자신과 연대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내내 온기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인터뷰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 이동률 기자 |
- 포털 사이트에 '윤희숙'을 치면 전 국민의힘 의원 이름이 먼저 나온다.
(웃음) 정치인은 개인기로 뜬다고도 하지만, 당원에게서 부여받은 힘으로 정당인이 성장하는 게 항상 '진보당의 원리'였던 것 같다. 8만 9000명 당원들의 진보당을 위한 노력과 힘을 믿고 '진보당의 정치를 해나가는 것부터'(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는 생각이다. 김재연 전 상임대표는 물론 진보당 이전에 청년 정치인으로 이름을 일리기도 했지만, 진보당 상임대표를 하며 전국의 농촌·노동현장·재난현장 등을 찾아 당원들을 만나면서 정치인으로서 빛이 났던 케이스 이기도 하다.
- 대우조선 하청 업체들의 노조 파업이 51일 만에 종료됐다. 상임대표 투표 결과 날 현장에 갔었다고.
진보당 당직선거 기간 중 노조의 투쟁이 이어졌고, 유세 중간 당원들을 만나기 위해 거제를 다녀오기도 했고 투표 마지막 날 노사 교섭이 타결되던 날에도 현장에 있었다. 투쟁 현장은 가로세로 높이 1m의 0.3평의 철장이었다. 용접을 너무 견고하게 해서 해체하는데 한참이 걸려서 소방공무원도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부결시 수천 명의 공권력 투입이 예고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조선소 안에서 농성하는 동지들은 7명이었고 하청 노동자들 150명밖에 없었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우리도 전 당원 집중 투쟁을 할 계획으로 유세 도중 현장으로 갔었다.
그날 굉장히 복잡한 심경이었는데 결국 교섭이 타결됐다. 교섭 타결을 알리는 기자회견 자리에 서서 저의 당선 소식을 확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진보당이 있어야 할 곳이 여기구나'를 깨달았다. 그간 내세우진 않았지만, 돌아보면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진보당의 제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조선산업은 세계 1위라고 하지만, 막상 노동 현장을 보니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은 15년 전 임금을 받고 있었다. 또 그간 얼마나 해결이 안 됐으면 저런 극단적인 투쟁을 했어야 하는가 하는 하청 노동자의 현실을 온 국민에게 알린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임금 인상률(4.5%)은 노조의 투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결론 나긴 했지만,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극복이나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 등의 남은 과제 해결을 위한 동력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윤 상임대표는 진보당이 향후 청년의 영역과 노동의 영역에 있어 차기 정치인 양성을 위한 실무 프로그램 등 실무와 교육 과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동률 기자 |
- 최근 거대 양당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청년들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한 본인 생각은.
'쓰고 버리는' 청년 정치의 전형을 거대 양당이 보였다고 생각한다. 정당이 위기에 처하고 혁신이 필요하면 직함을 주고, 사진을 찍는 거다. 그 시기가 지나면 청년들을 지금처럼 '토사구팽'하고 권한을 주지 않는다. 이들이 실제로 권한을 행사하려고 하면 정당이 제재하고 이를 내치는 게 반복된 패턴이었다. 결국은 그게 낡은 정치 아니겠나.
- 진보당은 당내에서 차기 정치인 양성을 위해 어떤 것들을 하고 있나.
청년 영역과 노동 영역 있는데, 청년과 관련해서는 피선거권이 만 18세로 하향된 만큼 청년의 범위를 확대해 청소년 정치를 키울 방안을 구상 중이다. 지난 지선 때 우리당에서는 만 19세의 특성화고 노동조합 조합원이 출마하기도 했었다. 청소년 캠프 등 청소년들이 진보당을 정치 활동의 기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고등학생 시 의원이 2026년에 당선된다면, 그 주인공은 진보당일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웃음)
청년들에게 권한을 주는게 청년 정치의 핵심이다. 외부영입·선발로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이 '당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 청년정치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진보당은 청년들이 직접 만든 정당이었던 '흙수저당'이 합당으로 청년진보당로 자리잡았다. 구성원은 대학생들도 있지만, 특성화고 조합자들, 기후위기와 평화를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 등이 들어와있다.
청년 정치가 중요한 이유는 기존 정당이 낡아서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 나타나는 청년 문제들. 특히 불안정한 노동, 차별, 젠더갈등, 기후위기 등 해결에 있어서 '가장 문제에 민감한 사람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보기 떄문이다. 문제의 당사자들인 청년들이 스스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장하는 것이 우리 당 청년 정치의 특징이다.
- 진보당의 2024년 총선 목표는 원내 진입인가.
그렇다. 제 3당을 노리고 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진보당 당사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
☞윤희숙 상임대표는 누구? 1976년생으로 만 45세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천만 촛불 사회자로 활약했고, 한국청년연대 상임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의 선대위에서 2030사업본부장을 맡았다. 현재는 2022년 8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진보당 2기 상임대표직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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