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년 정치' 정한도 "민주당, 말로만 '반성·쇄신·소통'"
입력: 2021.04.24 00:00 / 수정: 2021.04.24 00:00
정한도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시의원은 민주당이 청년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청년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회 사무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용인=이새롬 기자
정한도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시의원은 "민주당이 청년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청년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오후 경기 용인시의회 사무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용인=이새롬 기자

"'원칙' 뒤집어" 비판…2030 지지 회복 구체적 방안 없어"

[더팩트ㅣ용인=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반드시 청년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권정당이 되기 어렵다."

지난 21일 민주당의 '젊은 피' 정한도(30) 용인시의원은 단호하게 말했다. 청년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쏠린 20대 표심 없이는 내년 대선 승리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청년이 '진짜' 원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극약 처방'을 내놨다.

이날 오후 용인시 처인구 용인시의회에서 만난 정 의원. 첫인상이 친근했다. 회색 맨투맨 티에 청바지, 흰색 스니커즈 차림에다 젊은 외모 때문이었다. 겉모습만 보면 마치 '대학생'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는 이런 시선을 의식했는지 "회의 때는 정장을 입어요"라고 했다. 자리에 따라 격식을 갖춘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1991년생으로,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용인시의회 역대 최연소(만 26세) 의원이다.

그는 대뜸 "의원실이 작죠? 제 방이 가장 좁아요"라며 웃었다. 보좌진 업무 공간과 접견실, 의원 집무실까지 갖춰진 국회의원 의원실과 비교한 것이다. 정 의원은 국회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지난 20대 국회 표창원 의원실에서 인턴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표 전 의원 지역구인 용인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지역 현안과 공약 업무를 맡았다. 자연스럽게 시정업무의 중요성을 깨닫고 시의원에 출마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이번 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했다. 유명한 중진 정치인 후보들 사이 '청년 정치인'으로 이목을 끌었다.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의 3파전 구도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예비경선(지난 16일)에서 컷오프 탈락했다. 애초 경선 문턱이 높았다. 그는 대체 무슨 이유로 당권에 도전했을까.

"제 생각과 아주 비슷한 후보가 있다면 응원하면 된다. 하지만 재보선 전 출마를 계획하셨던 세 후보는 당이 참패한 뒤에도 큰 변화 없이 출마한 모습을 보며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나'라는 부분이 아쉬웠다. 나라도 (당권 주자로) 나가 당을 비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한도 의원의 편한 복장이 눈길을 끈다. 정 의원은 정장을 입고 일하는 건 제 몸과 맞지 않는다며 본회의 등 회의 때는 정장을 입는다고 했다. /이새롬 기자
정한도 의원의 편한 복장이 눈길을 끈다. 정 의원은 "정장을 입고 일하는 건 제 몸과 맞지 않는다"며 "본회의 등 회의 때는 정장을 입는다"고 했다. /이새롬 기자

◆청년 정치인이 '청년 시각'으로 본 민주당

먼저 정 의원은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해 서울·부산 보궐선거 후보를 낸 것을 꼬집었다. 스스로 '원칙'을 뒤엎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당 소속 지자체장의 귀책으로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바꿨다. 전 시장들의 성비위로 치러진 이번 재보선에서 기존 당헌·당규대로라면 '무공천'이 원칙이었다. 당연히 시민의 반감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 의원의 진단이다.

"당헌·당규 개정에 관한 당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굳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제가 인턴비서 시절 때인 2017년 4월 용인에서 도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당시 민주당 소속 도의원이 뇌물수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해서 실시한 선거였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와 2017년 도의원 보궐선거의 크기는 다르지만, 원칙 준수 여부는 달랐다. 원칙을 깨면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여당을 지지했던 젊은층의 이탈은 불가피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 등에 대해 불공정·불평등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코로나19 등 여파로 고용 한파가 장기화하고 있고, 턱없이 높은 집값과 전세 대란으로 인한 주거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공직사회로 번졌다.

정 의원은 21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진보 성향이 강한 청년들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정 의원은 21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진보 성향이 강한 청년들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내년 대선에 비상등이 켜진 민주당은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처절한 반성문도 초선부터 중진까지 내놨다. 그러나 정 의원 눈에는 부족해 보인 듯하다. 그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어떻게 청년들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말로만 '반성하겠다, 쇄신하고 소통하겠다'라고 넘어가려는 모습처럼 보여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주당과 청년 간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만 45세 이하를 청년으로 인정하는데, 30대 후반에서 40대 청년 조직이 주류라고 했다.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린 청년들이 주축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다. 정 의원은 "당 청년위원회를 청년기본법에 따른 청년인 만 34세 이하들로 재구성해야 한다"며 "2030 청년들이 주도해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 당 쇄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의 청년 정치인이 적극적으로 무언가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젊은 '청춘' 특유의 '패기'가 엿보였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청년 의원이 등장했다. 제가 당권에 도전했듯, 개혁적인 정치인 분들이 당직이든 공직선거든 출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회의원 중에서도 180석 집권정당 당 대표 또는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주눅들어하는 것 같다. 앞으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차원에서라도 도전했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청년들은 LH 사태 후 민주당에 분노했다. 정 의원은 LH 사태가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은 늘 도덕적 가치를 내세운 정당이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새롬 기자
청년들은 LH 사태 후 민주당에 분노했다. 정 의원은 "LH 사태가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은 늘 도덕적 가치를 내세운 정당이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새롬 기자

◆"민주당, 다시 청년의 신뢰를 회복해야"

민주당의 문제를 지적한 정 의원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LH 사태를 거론했다. 그는 "LH뿐 아니라 정치인과 공직자까지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 LH 사태가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은 늘 도덕적 가치를 내세운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 내부에서 비도덕적인 의혹이 발생했다. (당·정을 향한 청년들의 외면은) 선택적인 분노가 아니었다"고 진단했다.

"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정 의원은 "청년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이해충돌방지법' 등 정치 내부의 개혁 과제를 즉시 처리해 신뢰를 얻고, 그 힘으로 청년들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의결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도 정부·여당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국민이 정부를 믿고 방역에 협조하고 개개인이 희생했기에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때문에 국민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앞서 민주당은 '재난지원금'의 보편지급에 부정적이었다. 방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도부의 발언을 보고 국민을 통제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속내를 밝혔다.

정한도 민주당 경기 용인시의원 사무실 벽에 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 /이새롬 기자
정한도 민주당 경기 용인시의원 사무실 벽에 붙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 /이새롬 기자

그는 "이제는 '국민을 믿는다'는 표현을 많이 해야 할 때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국민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부족했다. 대표적으로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1년이 넘도록 방역에 협조하면서 많이 지친 상황이다. 정부와 당은 '국민이 방역수칙을 잘 지킬 것으로 믿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고용과 관련해선 "일자리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채용박람회 열고 중소기업 고용을 늘리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청년들은 이것을 원하는 게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원한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경쟁이 치열하고 일자리도 부족하다.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은 회사더라도 인간적인 대우를 해준다거나 미래가 그려지는 일자리에 청년들이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것을 정부·여당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제는 국민을 믿는다는 표현을 많이 해야 할 때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국민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새롬 기자
정 의원은 "이제는 '국민을 믿는다'는 표현을 많이 해야 할 때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국민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새롬 기자

민주당의 최대 과제는 1년이 채 남지 않은 '대선'이다.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정권 재창출'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뼈를 깎는 쇄신과 고강도 혁신, 처절한 반성은 물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게 정 의원의 생각이다. 특히 진보 성향이 강한 청년들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서는 '진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성정치인들이 청년들을 찾아가 소통하고 간담회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소통하고 의견수렴만으로는 진짜로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 청년 정책에 관해서는 청년 정치인이 맡아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 정책을 제대로 손볼 수 있다. 청년 최고위원 한 사람만으로는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년 정치인에게 전권을 주고, 지도부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돕는다면 청년의 의견이 잘 반영될 것이다. 지금은 강력하게 당 청년 정책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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