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인터뷰 文대통령, '美·北 만남' 촉구…마지막 희망과 우려
입력: 2021.04.22 00:00 / 수정: 2021.04.22 00:00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뉴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등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뉴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등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바이든, 지금 북한과 대화해야" vs "북한 문제보다 백신 확보가 우선"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취임 초부터 야심 차게 추진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이 지난 2년간 지지부진하면서,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가운데 마지막 희망을 미국에 거는 모양새다.

다음 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NYT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터넷판 기사는 21일 오후 게재됐다.

문 대통령과 NYT 인터뷰는 북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췄다. NYT는 '한국 지도자, 트럼프 실패 후 바이든과 핵협상 구하기를 희망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미국을 향한 메시지는 바이든 대통령이 바로 지금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NYT는 "문 대통령이 (북한 관련) 외교적 진전이 2년 동안 멈추었고, 심지어는 후퇴한 지금 미국 지도자가 김정은 정권과의 협상에 시동을 걸어줄 것을 촉구했다"며 "비핵화는 한국의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NYT는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 및 기후변화를 포함한 기타 세계적인 관심 현안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며 "초강대국 간의 관계가 악화하면 비핵화를 위한 모든 협상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특히 NYT는 "인터뷰 도중에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편으로는 청원, 또 한편으로는 설득을 하는 모습이었다"라며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이 지역(동아시아)과의 관계를 재건하려고 하고,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달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문 대통령은 다시 한번 북미 사이의 중재자 역할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두 명의 예측 불가능한 북한과 미국 지도자(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들이 직접 만나도록 이끈 자신의 2018년 외교적 묘책을 자랑스러워하는 한편 이후부터 얼어붙은 현실도 인정했다.

NYT는 "임기 마지막 해인 지금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단단히 결심하고 있다"라며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실제적이고 불가역적인 진전을 이룬 그런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NYT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NYT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의 많은 외교 정책 결정을 뒤집기 시작했는데,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정해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더욱 진전 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NYT는 "문 대통령은 자신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마 최대 외교적 유산도 구하고자 급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새로운 미국 지도자가 북한과 관련해 이룰 수 있는 진전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대하고 있지만, 미국과 북한 정부 사이의 깊은 불신을 감안하면 큰 돌파구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현시점에 국내 최대 현안은 코로나19 백신 생산국들의 '백신 민족주의'로 불안해진 백신 수급 문제다. 이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백신 스와프' 등을 통해 백신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묘한 시기에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외신과 진행한 인터뷰를 두고 일각에선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19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공개한 '2021 군비통제·비확산·군축 이행 보고서'를 보면 북한의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못 박고 있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1차 정상회담 합의 등을 북한이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우리의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받아들여질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남북관계도 생존권의 문제이고, 코로나도 생존권의 문제인데, 남북관계는 한 사람의 의지대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장기적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라며 "발등의 불은 코로나이고, 미국에서 부스터샷(백신 3차 접종)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회담에선 코로나 백신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외교는 주고받아야 하는데,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원하는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참여 비공식 안보회의체) 가입 등의 요구를 우리가 수용하지 않고 북한 문제를 의식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하겠다고 하면 백신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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