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변화를 외치는 '초선', 여야 반응은 '극과 극'
입력: 2021.04.16 05:00 / 수정: 2021.04.16 05:00
지난 총선에서 국회 과반을 차지한 초선 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내놓은 목소리에 당에 따라 칭찬과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민주당 2030 의원 5인이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지난 총선에서 국회 과반을 차지한 초선 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내놓은 목소리에 당에 따라 칭찬과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민주당 2030 의원 5인이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4·7 재보궐선거 후 쇄신 한 목소리...민주당은 '문자폭탄', 국민의힘은 '칭찬'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막내 먹고 싶은 것 먹자!"

모임이든, 회사에서든 간에 막내에게 이 말은 참 어렵다. 어른들 딴엔 막내를 위한 악의 없는 배려일 거다. 하지만 모두 막내를 겪어보지 않으셨나. 구성원 전부를 만족시킬 메뉴를 정하는 건 하루 종일 일하는 것보다 어려울 때가 있다.

상사 중 특별히 못 먹는 음식이 있진 않은지, 어제 먹은 점심·저녁과 겹치진 않는지,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된 건지, 음식 나오는 시간이 적절한지, 대기인원이 많은 곳은 아닌지, 걸어서 힘들지 않은 곳에 위치했는지, 가격대는 괜찮은지, 주차장은 마련돼 있는지 등등 생각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중요한 건 고심 끝에 선정한 메뉴에 따라오는 구성원의 반응이다. 반응이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막내의 그날 기분도 달라진다.

지난해 4월 15일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유난히 막내들이 많이 당선됐다. '초선의원'이 151명으로 과반(50.3%)을 넘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81명, 국민의힘은 56명의 초선 의원이 있다. 이밖에 정의당 5명, 국민의당 1명, 열린민주당 2명이 초선이다.

당시 여야는 공천 과정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진행했고, 민심 또한 국회의 변화에 힘을 실어줬다. 평균연령 54.9세, 중년의 정치권은 300명 중 과반을 차지한 초선이 국회에 어떤 새바람을 불러올지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당의 변화와 쇄신을 촉구하고 당권에 도전하는 등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간담회.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당의 변화와 쇄신을 촉구하고 당권에 도전하는 등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간담회. /남윤호 기자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난 지금, '초선'들이 핫하다. 4·7 재·보궐 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여야 초선들은 저마다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초선, 2030 의원들은 반성문을 발표했고 국민의힘 초선은 "쇄신이 필요하다"며 전당대회 출마 등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냉탕과 온탕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언급하며 민주당 내 문제를 지적한 5명 초선 의원들은 '초선5적', '초선족'이라는 멸칭(경멸하여 일컬음. 또는 그렇게 부르는 말)으로 불렸고, 전화번호가 공개되고 문자폭탄을 받았다.

민주당 권리당원 일부는 성명서를 내고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며 "초선들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후광이지 개개인의 잘남이나 팟캐스터들의 홍보 때문이 아님을 반드시 머리에 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0 초선 의원을 향한 비판은 날로 커졌지만,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중진 의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11일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누구 탓이나 어느 세력 탓으로 돌릴 문제는 아니고,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인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반성하고 쇄신할 내용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했다. 박진영 상근부대변인은 방송 인터뷰에서 "비겁한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어렵게 입을 뗀 초선의원들에 대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언사로 주눅 들게 하려는 의도로 보이는 성명서"라며 "조국 전 장관을 적극 지지하는 민주당 권리당원 일동이라고 자처하는 일부 강성 지지층들 아니면 의원이 될 수 없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면 참으로 오만하고 전근대적인 발상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국민의힘 초선의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중진 의원들의 격려와 환영이 이어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어르신들만의 정당, 반공·안보만으로 종북 놀이하는 정당으로는 미래가 없다"며 "초선에게 힘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초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와줄 생각"이라고 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초선 의원을 (당 대표로)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커져갈 때쯤 중진 의원들은 돌 맞을 일이 있다면 저희가 더 큰 책임으로 맞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커져갈 때쯤 중진 의원들은 "돌 맞을 일이 있다면 저희가 더 큰 책임으로 맞겠다"고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민주당 초선 의원을 향한 강성 지지층의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부 중진들은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불문곡직하고 적대시하는 것도 당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진화에 나섰다.

노웅래·변재일·안규백·안민석·이상민·정성호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4선·5선 의원 입장문'을 내고 "최근 인신공격적 표현까지 쓰면서 '권리당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가 돌고 있다. 이는 전체 권리당원 명의를 사칭하여 당헌·당규 및 실정법에도 저촉될 수 있는 행위로서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선의원들이 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제기한 의견을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타당한 내용이면 당의 정책 기조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생각이 다르다고 몰아세운다면 자유롭고 건강한 토론을 통한 집단지성의 발휘를 막을 수도 있을 거다. 돌 맞을 일이 있다면 저희 중진의원들이 더 큰 책임으로 대신 맞겠다"며 나섰다.

상사가 막내에게 메뉴 선택을 맡긴 건 그의 결정을 존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표심은 기회를 줬고, 초선은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은 초선에게 보낸 기대 만큼, 그 이상 초선 목소리를 경청하고 의견 교환에 나서야 한다. 민심을 읽는 것도, 당심을 읽는 것도,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것도 소통해야 가능하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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