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한·미, 엇갈린 한반도 문제 인식
입력: 2021.01.31 00:00 / 수정: 2021.01.31 00:00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인식에 간극이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인식에 간극이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뉴시스

문 대통령, 북한과 관계 개선 안간힘…미국은 후순위인 듯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정부와 조 바이든 미국 신행정부의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북미·남북 대화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보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국의 대외 정책 우선순위에 북한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 비핵화 논의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새롭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경우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루었던 성과를 계승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에서 있었던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을 해나간다면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시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전략 수립을 예고했다. 구체적 전략을 드러나지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첫 기자회견을 했는데, 북한에 대한 언급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는 '우선순위를 두고 검토하는 정책 사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중동, 러시아, 미중관계, 이란 핵 합의 복원 등을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정책과 접근법 전반을 재검토할 것"이라면서 "동맹, 특히 한국 및 일본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왼쪽)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초대 유엔대사 지명자는 북한 문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접근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뜻을 내비쳤다. /뉴시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왼쪽)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초대 유엔대사 지명자는 북한 문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접근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할 뜻을 내비쳤다. /뉴시스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유엔대사로 발탁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지명자도 27일 이날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한·일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도 다시 관여해 대북 제재를 가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자주의적 접근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미의 북한 인식이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한미 갈등의 불씨도 싹트고 있다. 우리 정부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지만, 미국 의회의 청문회 추진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이었던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 의원실은 "2월 말이나 3월 초에 청문회 관련 내용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단금지법은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신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에 발탁된 정 박 브루킹연구소 한국석좌도 문제를 제기한 사안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북전단을 살포해온 탈북민단체 대표 박상학 씨가 미 의회 청문회 참석을 위해 지난 27일 미국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박 씨는 청문회 전 미 의회, 정부, 인권단체 인사들을 만나 대북전단법의 부당함을 알릴 예정인데, 이 또한 우리 정부에 부담이다.

이에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전단법을 직접적으로 문제 삼지 않더라도 향후 한미 간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정상 통화를 갖고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한 가운데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 통화는 늦어지고 있다. 대신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 정상과 통화했다.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28일 정상 통화를 갖고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한 가운데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 통화는 늦어지고 있다. 대신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미국과 대립 중인 중국 정상과 통화했다. 지난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한미 정상 통화가 늦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는 29일 오후까지도 한미 정상 통화 일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 우방국,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 러시아, 일본 정상과 통화했다. 이들은 미국이 추진하는 대중국 봉쇄전략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나라로 꼽힌다. 반면 문 대통령은 미국이 경계하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지난 26일 정상 통화를 갖고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정교진 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교수는 최근 데일리 NK 기고 글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북한 핵 문제를 다자적 협의체로 접근한 '이란 핵 합의' 모델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북한과의 거리 좁히기는 미국과의 거리두기로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합의문 이행 및 계승을 주문하는 문재인 정부에 바이든 행정부는 '이행불가'라고 분명히 선을 그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중국과의 로맨스를 꿈꾸지만 치정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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