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퇴임 후 주거 목적으로 산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부지가 농지를 포함하고 있어 논란인 가운데 주민들은 김 여사가 수차례 양산 사저 부지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더팩트' 취재진에게 마을주민이 김 여사의 방문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모습. /경남 양산=임세준 기자 |
文대통령 내외, 양산 사저 부지 농지법 위반 논란 현장 확인
[더팩트ㅣ경남 양산=이철영·임세준·강보금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퇴임 후 주거할 목적으로 산 경남 양산 사저 부지의 농지법 위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 4월 구입한 부지가 농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어 과연 문 대통령 부부가 농지를 취득·소유할 자격을 갖췄느냐가 논란을 낳았다.
<더팩트> 취재진이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 등을 확인한 결과 문 대통령과 김여사, 대통령 경호처는 지난 4월 말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13번지, 363-2~6번지 일대 3860㎡ 부지를 구매했다. 363-4(1844.9㎡)번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 부지는 농지(지목: 전)로 돼 있고,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각각 1/2씩 보유 중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논란을 빚고 있는 △김정숙 여사의 사저 방문 및 자경 여부△농지 소유 자격 △농업경영계획에서의 농업경력 허위 기재 등 세 가지 주제에 대해 더팩트 부산·경남 취재본부와 합동으로 '팩트 체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전경. /양산=임세준 기자 |
√FACT체크1=김정숙 여사, 양산 사저 찾아 농업?..."방문 '확인', 경작은 '글쎄'"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 부인께서 농지 매입하시고 난 뒤에 자경을 하셨습니까, 4월 이후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예.
정점식 의원= 어떻게 자경을 하셨습니까?
노영민 비서실장= 수차례 양산을 방문하셔서 유실수 재배하는 데 있어서 노동력을 행사하셨습니다.
지난 8월 25일 정 의원과 노 실장이 주고받은 말이다. <더팩트>는 9일 문 대통령 사저 부지가 있는 마을의 주민 8명을 만나 김 여사의 사저 부지 방문이 사실인지를 취재했다. 복수의 주민은 김 여사가 직접 방문한 것을 목격했다고 확인했다.
취재진과 만난 한 주민(50대)은 "대통령 부인께서 다녀갔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직접 영부인을 보진 못했느냐?'고 묻자 "가까이 가지는 못했고, 차에 올라타는 영부인의 뒷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사저와 가장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또 다른 주민(40대)은 취재진에게 "여사님께서 오신 걸 봤다. 집 뒷마당에서 바로 보이기 때문에..."라며 "제가 두 번 정도 봤는데, 그때가 6월 말에서 7월 초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노 실장의 "(영부인이) 수차례 양산을 방문하셔서 유실수 재배하는 데 있어서 노동력을 행사하셨습니다"는 발언 중 '양산 방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김정숙 여사는 사저의 등기를 마친 이후 최근까지 수 차례 방문한 것으로 주민들을 통해 확인됐다. 한 주민이 취재진에게 김 여사 방문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양산=임세준 기자 |
김 여사가 사저를 방문한 사실은 확인됐으니, 이제 '자경(自耕)' 여부가 남는다. 야권은 '농지' 소유를 위해서는 자경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위법으로 처벌받거나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야권은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청와대와 양산 사저의 거리(372km)를 고려할 때 자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등은 "경작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외부 울타리에서 안쪽을 바라본 상황에서의 주장이다.
취재진이 주민과 드론 등을 통해 논란의 363-4번지를 확인한 결과 유실수 등을 볼 수 있었다. 주민들과 하북면 면사무소 등도 농지 내 약초와 차, 그리고 매실나무 등이 재배되고 있다고 했다. 전 소유주가 한의사였고, 약초를 재배했기 때문이다. 다만, 김 여사가 사저를 방문하면서 농지를 직접 관리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취재진에게 영부인을 봤다고 말한 주민들의 의견도 갈렸다. 김 여사를 봤다는 한 주민은 "작물을 직접 가꾸고 했다"고 말했지만, 다른 주민은 "앞으로 이곳에서 사셔야 하니 집과 주변을 살피기 위해 찾은 것 같다. 또, 여사님께서 살림을 하셔야 하니 집안 내부 등을 직접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경호처는 퇴임 후 사저 부지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일대의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산 부지 중 363-4(빨간 부분)번지가 농지로 위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 대통령 내외와 청와대 경호처가 매입한 경남 양산 사저 및 경호처 부지 전경. |
√FACT체크2=문 대통령과 김 여사의 농지 소유 자격 문제 있나?..."없다!"
정치권에서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농지 소유가 가능한가다. 청와대와 노 실장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득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자경과 농업경영이 불가능해 불법으로 보고 있다.
농지법 제6조 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업경영계획서' 등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농지법이 규정한 '농업경영'에 비춰 불법으로 보고 있다. 농지법 제6조 4호에서 농업경영은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이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농업을 영위하는 것'을 말하는 데 해당 지자체는 이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취재진은 양산시 하북면 면사무소 담당자에게 대통령 내외의 농지 소유가 위법한지 물었다. 이 담당자는 통화에서 "농업인이 되고자하는 사람도 해당 된다"면서 "농지취득자격증명발급심사요령에보면 농지에 다년생 작물이 경작되고 있거나, 일 년 중 90일 이상을 종사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두 사항 중 하나만 충족하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데, 다년생 작물인 유실수가 경작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 아무래도 (야당이)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소유한 농지엔 다년생 식물인 차와 매실나무 등의 유실수가 재배되고 있어 농업경영 하자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축산식품부에 하북면 면사무소 관계자의 판단이 맞는지 문의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대해 맞다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점을 밝히며 "농지법에서는 기본적으로 농업경영을 원칙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업경영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려면 농업인 요건을 갖춰야 한다. 농업인 요건은 농지법 제2조 2호 '농업에 종사하는 개인으로서 대통령령(표-1)으로 정하는 자'를 말하는 데 이 조항 중 하나를 만족하면 농지법상 농업인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과 김 여사의 '자경' 여부가 왜 논란이 됐을까.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경영과 자경은 다른 개념인데 오해를 많이 한다"고 지적했다.
농지법 제6조 5호에서 '자경이란 농업인이 그 소유 농지에서 농작물 경작 또는 다년생식물 재배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의 1/2 이상을 자기의 노동력으로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과 농업법인이 그 소유 농지에서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다년생식물을 재배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경과 농업경영의 범위로 보면 자경이 더 엄격한 기준"이라면서도 "농업경영의 위탁조항을 볼 필요가 있다. 농지법 제9조 농지의 위탁경영 6호 '농업인이 자기 노동력이 부족하여 농작업의 일부를 위탁하는 경우'다. 농지법 시행령 제8조 2항(표-2)을 보면 '주요 농작업의 1/3 이상을 자기 또는 세대원의 노동력에 의하는 경우'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농지법 제9조 4호 '선거에 따른 공직 취임의 경우'는 농지 소유 중 취임할 경우로 문 대통령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법 시행령 제8조 중 하나라도 만족하면 농지법상 농업인이며, 농업경영인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정확하게 말하면 농업경영을 하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자경을 하지 않는다고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라며 "자경은 우리 농지법이 지향하는 바지만, 일부에서 '자경을 안 하니까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한다. 그런데 자경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농지를 팔아야 하는 게 아니라, 농업경영을 하지 않을 때 팔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부부의 경우 지난 4월 말 농지를 구입해서 4개월 동안 다년생 식물을 경작 중에 있으므로 농지 소유 자격에 문제가 없다. 농지법이 정한 1년 중 남은 기간을 자경하거나 농지 위탁 경영을 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양산 매곡동에 위치한 자택에서 밭일을 하는 모습. /뉴시스 |
√FACT체크3=문 대통령 부부의 영농 경력과 영농 거리가 농지 소유에 반드시 필요한가?..."No!"
정점식 의원= (중략) 이 농지와 청와대의 거리가 372㎞입니다. 이건 소위 영농 거리라고 합니다. 372㎞ 떨어진 거리에 있는 분이 농사를 짓는다 이걸 어느 국민이 믿겠습니까? 농업경영계획서 한번 보시지요.
노영민 실장= 현재 이 농지는 지금 등기 이전된 게 얼마 되지 않습니다.
정점식 의원= 보시지요. 농업경영계획서에서 이걸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주려면 가장 중요한 게 5번 영농 거리하고 9번의 영농 경력입니다. 대통령께서 이것 신청하실 때 계획서 제출하실 때는 제일 중요한 영농 거리를 공란으로 두셨습니다. 그리고 영농 경력은 11년으로 표기를 하셨지요. 그러면 소위 농업경영계획서 자체가 부실한 거다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지요. 영농 경력 11년 어떻게 나온 겁니까?
노영민 실장= 기존 매곡동 사저에서 농지법상의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다년생 식물을 재배해 왔다는 사실을 기재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의 농지 소유와 관련한 또 다른 논란은 '영농 경력'이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농지를 취득하며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 경력을 각각 '11년'과 '0년'으로 적었다. 문 대통령이 '11년'으로 적은 것은 현재 사저인 양산시 매곡동에서의 텃밭 등을 가꿨기 때문으로 보인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국회의원, 당 대표, 대선후보, 대통령 등을 수행했는데 '경력 11년'은 위조라는 입장이다. 또, 농업경영계획서 5번인 영농 거리를 기재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보고 있다.
야권은 문 대통령의 영농 경력 11년은 '허위'이며 청와대와 양산 사저 부지의 거리를 고려할 때 엄격한 조사 없이 농지 취득에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영농경력 11년과 영농거리 미기재가 농지 취득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농지 취득과 함께 제출한 농지취득자격증명신청서와 농업경영계획서. 문 대통령은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며 '영농거리'는 미기재, '영농경력'으로는 11년을 적었다. /안병길 의원실 제공 |
농식품부 관계자는 취재진의 '농지법이 영농 경력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법령에 영농 경력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도 대통령의 영농 경력 11년 기재와 관련해 "영농 경력이라는 것은 계획서 상에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영농을 한 부분을 기재하는 것"이라며 "텃밭을 가꾸어도 영농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영농이라는 것을 작물 재배로 수익을 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의 지적처럼 "가장 중요한 게 5번 영농거리" 미기재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농식품부와 면사무소 관계자 모두 "문제 되지 않는다"고 했다.
면사무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영농거리 기재 여부에 관한 제한은 없다. 만약에 영농거리가 필요하다면 기재했겠지만, 말 그대로 계획서다. 계획서가 잘못됐다고 신청이 안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농지 363-4번지 뒤편(왼쪽 위 네모)으로는 과실수가 앞쪽으로는 나무와 함께 약초로 추정되는 식물이 자라고 있다. 드론으로 바라본 문 대통령 양산 사저 부지 전경. /임세준 기자 |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일부 미기재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영농 거리가 차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거 자체가 문제 되지는 않는다"면서 "또, 작성 사안과 실제가 다를 수도 있다. 계획서에 노동력·기계 확보 방안도 쓰게 돼 있는데, 좀 다르게 영농을 한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업경영계획서 제출은 필수서류로 당연히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만, 영농 거리를 적지 않은 것이 위법이냐, 적법이냐의 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 사안을 특정해서 말하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농업경영계획서는 농지를 취득하려는 자에 관해 지자체가 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해주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받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노 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소유한 농지는 향후 '대지'로 형질 변경을 할 예정이다. 노 실장은 "유실수 재배 등 텃밭으로 활용할 것이고, 일부는 나중에 진출입로와 같은 대지 확보를 위해서 형질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야권은 농지를 대지로 변경할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비판을 계속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