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한국·북한·미국의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개한 것에 대해 "외교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비판했다고 청와대가 22일 전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볼턴과 면담하는 정 실장. /청와대 제공 |
靑 "볼턴 회고록 사실 왜곡·부적절 행태… 美 조치 기대"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청와대는 22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한국·북한·미국의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개한 것에 대해 비판하며 미국 측의 조치를 바랐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혔다"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고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고 비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의 '카운터파트'였던 정 실장은 "정부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적절한 조치'와 관련해 청와대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참모들이 그 직을 수행하면서 비밀준수 의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 쪽에서 일어난 일이니 미국 쪽에서 판단해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의 입장과 별도로 윤 수석은 청와대 공식을 입장을 내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의 입장은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전날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관계자는 미국 쪽의 반응이 있었냐는 물음에 "특별히 밝힐 부분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아울러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의 폭로와 관련해 "외교 관계에 있어서 협의 과정 등은 밝히지 않는 것"이라며 "기본을 망각했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볼턴 전 보좌관이 여러 가지 얘기를 했지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조차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전체를 다 보지 못했으며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볼턴 전 보좌관이 문 대통령의 대북 비핵화 구상을 겨냥해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 생각들'이라고 폄훼한 데 대해 "그것(조현병 환자 같은 아이디어라고 표현한 부분)은 그 자신이 판단해 봐야 될 문제"라며 "그 본인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맞받아쳤다.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한 청와대의 불쾌감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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