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서울 도봉을 예비후보는 중고신인으로 21대 총선을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당시 삼고초려해 영입했지만, 20대 총선에서 아깝게 낙선했다. 그는 지난 6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준비는 끝났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도봉구=이새롬 기자 |
"'도봉(을)의 제자리걸음', 탈환해 바꾸겠다"
[더팩트ㅣ도봉구=이철영 기자] "논란의 캐치프레이즈인 것 같다."
6일 오후 서울 도봉구 쌍문역, 약 11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크게 달라진 것 없는 모습이다. '뉴트로'(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복고를 뜻하는 Retro를 합친 신조어)가 유행인 요즘 추세 때문일까. 정겨웠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도봉을 예비후보도 신인 정치인 같지만, 사실 중고신인이다. 오 후보가 도봉을의 뉴트로인 이유다.
오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 외벽, '도봉(을)의 제자리걸음' 캐치프레이즈가 눈에 들어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역민들이 보기엔 아쉬울 수밖에 없는 표현이 아닐까. 오 예비후보자는 "구호를 잘 만들었지만, 보기에 따라선 이상할 수 있다"라며 웃었다. <더팩트>는 이날 그의 선거사무소에서 약 한 시간 동안 4년 전 패배와 이후 활동 그리고 선거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오 예비후보는 지역 정치 상황과 관련해 "도봉을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입니다. 지난 2년 동안을 보면 대통령, 서울시장, 구청장까지 모두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국회의원만 자유한국당으로 이빨 하나가 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새롬 기자 |
◆도봉을, 이빨 하나가 빠진 상황
'11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달라진 게 없다. 너무 어울리는 캐치프레이즈다'라는 말에 오 후보자는 웃으며 "논란의 멘트"라고 했다. 그는 "(도봉을) 변화 과정에 노력한 분들이 있으니까 그분들이 듣기에는 약간 서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 후보자는 "전체적으로 변화의 요구가 있는데 변화 방향에 대한 고민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삽은 떴으니, 이제 도봉구 전체로 확산하고 속도감 있게 가는 것이 숙제로 남았다"라며 "대통령, 서울시장, 구청장까지 다 민주당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만 자유한국당이다. 함께하는 협력 구조가 안 만들어진다. 이빨이 하나 빠진 상황"이라고 지난 선거에서의 패배를 곱씹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한 것은 2016년 1월이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였던 오 후보자를 다섯 번째로 영입했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을 약 한 달 앞둔 3월 7일 오 후보자를 도봉을 지역구에 전략공천 했다. 도봉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선 김선동 한국당 의원에게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오 후보자는 4년 전을 회상하며 "안철수 국민의당의 바람이 상당했다. 호남에서 민주당이 심판받았다고 하지만, 도봉을도 마찬가지였다"라며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속도가 좀 늦었고, 주민들 입장에서도 답답했을 것이다. 지역의 역사와도 맞닿아 있는 겸허한 주민의 평가였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오 후보자는 아깝게 패배했다. 김 의원과 오 후보자의 표차는 6000표였다. 국민의당 후보는 약 1만7000표를 얻었다. 만약 국민의당이 창당하지 않았었다면 당시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 후보자의 말처럼 주민들의 평가는 당시의 민주당과 후보자를 냉정하게 평가했다.
오 예비후보가 '도봉을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울 시내 여러 곳에 직접 연결되는 교통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꼽았다. 오 예비후보가 교통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첫째도 둘째도 '교통'이 문제
낙선 이후 오 후보자는 죄인의 마음으로 4년을 반성과 함께 주민들과 소통하며 버텨왔다. 그러면서 지역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도봉은 교통이 불편하기로 유명하다. 도로는 늘 차로 꽉 막혀있다. 동부간선도로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11년 만에 다시 찾았지만, 역시나 교통은 그대로였다. 오 후보자도 지역의 가장 큰 현안으로 교통 문제를 꼽았다.
오 후보자는 "도봉은 서울의 북쪽 끝으로 시내로의 이동 불편이 크다. 따라서 첫 번째 숙제는 교통이다. 교통 편의성, 서울 시내 여러 곳에 직접 연결되는 교통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는 일정 부분 되고 있지만, 시행의 속도를 당기는 게 숙제인 것 같다. 이 간선도로 정비로 강남으로 가는 교통 문제가 풀릴 것 같다"라고 했다.
두 번째는 GTX 이슈가 있다. 창동역을 거쳐서 가는 것으로 가닥을 잡혔다. GTX 노선이 생기면 이동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기형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걸린 벽보와 논란(?)의 캐치프레이즈. /이새롬 기자 |
그는 "GTX는 A,B,C 노선이 있는데, 도봉을 지역은 C노선이다. 정차역 몇 곳을 만들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 주민들이야 당연히 자기 동네에 역이 생기길 바라지만, 이게 (GTX) 속도 때문에 쉽지 않다"라고 봤다.
이어 "또, 우이동과 방학역을 연결하는 경전철 노선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많이 노력해서 우선적으로 하는 것으로 예산을 확보했다. 남은 건 시행을 어떻게 할 것인지만 남았다. 늦어도 2022년쯤이면 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속도를 좀 당기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노선은 방학역이 종점이라는 단점이 있다. 이에 오 후보자는 방학역과 마들역을 연결하는 순환 노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오 후보자는 경제통상 전문 변호사다. 20대 총선 전날 오후 문재인 대표는 마지막 유세지로 도봉을 찾아, 오 후보자 지지를 부탁했다. 문 대표는 "언젠가는 개성공단을 다시 살리고, 남북경제 통일을 이뤄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 기준은 남북 간 경제 통일로 동북아 경제 중심이 되는 것인데 그 문제에 오기형이 전문가"라고 했다.
2016년 4월 12일 20대 총선 전날 오후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마지막 지원 유세지로 자신이 다섯번째로 영입한 오기형 후보 출마지인 도봉구를 선택했다. 사진은 당시 지원 유세에 나선 문 전 대표와 오 후보자. /더팩트 DB |
4년 전 지지 유세 속에는 현재 오 후보자의 중장기적 계획이 담긴 듯하다. 마찬가지로 오 후보자도 4년 전 인재영입 당시 자신의 중장기적 계획을 내비친 것 같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는 반도가 아닌 섬에 살고 있습니다. 100년 전 우리의 조부 세대는 만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1000년 전 지식인들은 육로로 중국과 인도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러나 분단으로 인해 우리의 북쪽 길은 막혀버렸습니다. 우리의 사고도 반도가 아닌 섬으로 좁혀졌습니다. 지금은 바다로 하늘로 다른 나라와 교역, 교류하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기차로, 자동차로, 걸어서 대륙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동북아시아 경제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경제통일이 필요조건입니다."
현재 오 후보자의 중장기 계획에는 도봉을 시작으로 이른바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아시아하이웨이가 있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남북관계에 따라 실현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는 박원순 시장의 '관문도시' 개념에 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때 창동에서 원산, 신의주, 함흥 등으로 갔으며 시베리아, 만주로 가는 선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막혀있다. 창동역이나 도봉산역은 교통과 물류 중심지로 변화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고,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다만, 남북관계가 평화적으로 풀려야 되니까, 주민들이 보기엔 먼 이야기 같기도 하면서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긴 호흡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오 예비후보는 정치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 "정치는 쓰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나 당이나 계층에서의 사회적 쓰임이 있을 때 소환되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 선거 이후 지역을 지켜왔다.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함께했던 신뢰도 있다. 필요한 준비는 다 했다"라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4년 동안 '도봉을'에 쓰일 준비 다했다!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경제통상 변호사이면서 경제법 전문가인 그는 왜 정치를 했을까. 문 대표는 "삼고초려한 인재"라고 오 후보자를 소개한 바 있다. 그렇게 4년 전 정치에 발을 들이고 이젠 중고 신인이 된 그가 생각하는 정치는 어떨지 궁금했다.
그는 "정치는 쓰임이라고 생각한다. 나서서 하겠다고 해서 바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라며 "국민이나 당이나 계층에서의 사회적 쓰임이 있을 때 소환되는 기회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쓰임에 대해 준비를 했으면 소환됐을 때 역할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쓰임은) 스스로 자임하고 표방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선거 이후 지역을 지켜왔다. 왔다 갔다 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함께했던 신뢰도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오 후보자는 중앙당에서 자신을 필요로 할 때 늘 쓰여 왔다. 일본경제침략대책위 간사, 검찰공정수사촉구특위 등에서 일했다. 또, 원내대표 비서실장도 했다.
그는 "필요한 준비는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전과는 다른 소통과 준비, 또 일해 온 결과물들에 대해서 주민들이 평가해줄 것이라고 본다"면서 "지난 선거 때는 바로 와서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당원들과 소통한 과정이 있다. 당원들과 함께 갈 이유가 있고, 믿는다. 이 지역에서는 함께해 오는 과정에 대한 신뢰와 성과들을 가지고 이번에는 제대로 탈환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오 후보자는 1966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광주 조선대학교부속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법대 졸업, 미국 UC버클리 법학 석사(2004.9~2005.5), 제39회 사법시험 합격했다. 현재는 △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간사, △전 민주당 도봉(을) 지역위원장 △전 민주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전 제19대 대선 문재인 대통령 후보 정무특보 △전 제20대 도봉(을) 국회의원 후보 △전 법무법인 태평양 중국상해사무소 수석대표 등을 역임했다.
한편 오 후보자는 강정구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공천을 놓고 경선을 치러야 한다. 1965년생인 강 예비후보는 20대 후반 도봉구의회 입성, 이후 다양한 정치 경험을 쌓았다.
강 예비후보는 전라남도 나주 출생으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국가안보실 선임행정관 △민주당 사무부총장(당 대표 문재인, 이해찬) △문재인 대통령 후보 (19대)중앙선대위 전략기획실장 △노무현 정부 여성부 장관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도봉구의회 의장(33세, 전국 최연소) △유인태 국회의원 정책보좌 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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