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日 한국 전략물자 밀수출 주장… WTO제소 준비?
입력: 2019.07.12 00:00 / 수정: 2019.07.12 00:00
한일 무역갈등이 악화되면서 WTO제소 문제가 떠올랐다.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행사장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한일 무역갈등이 악화되면서 WTO제소 문제가 떠올랐다.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행사장으로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日 언론 전략물자 대북반출 제기했지만… 사실 아닌걸로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일본 정부와 언론에서 우리 정부가 불화수소를 북한에 반출했다는 의혹을 제기 배경으로 일본이 우리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상품·무역 이사회에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를 긴급 의제로 상정해 WTO 제소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최근 일본 일부 언론에서 수출 규제의 배경으로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전략물자의 대북반출 의혹을 제기했다. 일본 국영방송 NHK는 지난 9일 "한국 기업이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할 수 있는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회사에 납품을 재촉하는 등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본 후지TV는 지난 10일 한국 정부에서 작성한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을 단독으로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당시 사용된 신경물질 ‘VX’의 원료인 디이소프로필아민도 말레이시아로 불법 수출됐고, 이번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밀수출된 것으로 설명했다.

일본 후지TV는 한국 정부에서 작성한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을 단독으로 입수했다며 김정남 암살 당시 사용된 신경물질 VX 원료도 말레이시아로 불법 수출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일본후지TV보도 장면. /일본 후지TV 캡쳐
일본 후지TV는 한국 정부에서 작성한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을 단독으로 입수했다며 김정남 암살 당시 사용된 신경물질 VX 원료도 말레이시아로 불법 수출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일본후지TV보도 장면. /일본 후지TV 캡쳐

일본 언론이 대대적으로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전략물자의 대북반출 의혹을 부각하는 데는 우리 정부의 WTO 제소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WTO에서는 원칙적으로 회원국에 대한 상품 수출의 금지와 제한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안보상의 이유로 무역제재를 가하는 조치가 예외적으로 인정된다'(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21조-안보상의 예외조항)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린가스 보도 관련 과학적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전문가들은 사린가스가 다른 물질에 비해 화학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영은 서울대학교 화학생명공학부 교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에 대해 "크게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보기엔 어렵다"며 "불화수소는 다른 화학물질에 비해 살인 무기로서는 크게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가 자국 기업의 전략물자 북한 불법수출을 적발해 작성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가 자국 기업의 전략물자 북한 불법수출을 적발해 작성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후지TV가 단독으로 입수한 자료는 지난 5월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 자료를 기사화한 것이었다. 이 기사는 이미 한국 언론을 통해 기사화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주장을 뒤집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에서 이 불화수소가 밀수출됐다는 것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1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센터(CISTEC)에서 입수한 '부정수출사건개요'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북한에 불화수소를 밀수출하다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중재자'로서의 미국 측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 해 한일 관계에 대한 우리 측 우려를 전달했으며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이해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또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미국으로 보내 외교 총력전에 들어갔다.

한편 미국은 일단 지난달 공식 임명된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한국과 일본으로 보내기로 해 향후 '중재'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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