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직격] '회전문 인사 논란' 장하성 주중대사 내정자 "아무 생각 없다" (영상)
입력: 2019.03.12 05:00 / 수정: 2019.03.12 07:36
<더팩트>는 11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설계자이자 최근 회전문 인사 비판을 받는 장하성(오른쪽) 주중대사 내정자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장 내정자가 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거리를 걷고 있다. /종로구=이원석 기자
<더팩트>는 11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설계자이자 최근 '회전문 인사' 비판을 받는 장하성(오른쪽) 주중대사 내정자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장 내정자가 지인과 대화를 나누며 거리를 걷고 있다. /종로구=이원석 기자

"대사 업무파악 어떻게" 질문에 "알아서 하겠지"

[더팩트ㅣ종로구=허주열·이원석 기자] "아무 생각이 없다."

장하성(66) 주중대사 내정자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너무 쉽게 대답을 했다. <더팩트>취재진은 11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인근의 한 식당 앞에서 '회전문 인사' 논란을 빚고 있는 장하성 주중대사 내정자와 직격 인터뷰를 가졌다. "야권에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아무 생각이 없는데..."라고 답했다. 정말 생각이 없지는 않겠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갖는 중국 외교 문제와 '회전문 인사 논란'의 당사자란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취재진이 깜짝 놀랄 정도의 대답이 돌아왔다.

장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임명돼 약 1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9일 청와대를 떠났다.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 경제 정책을 설계했던 그는 청와대를 나온 직후 모교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로 돌아갔다가 지난달 26일 정년퇴임했다. 하지만 '자연인 장하성'의 삶은 일주일도 안 돼 끝났다.

지난 4일 청와대는 장 내정자를 두 달째 공석 중이던 주중대사로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야권에선 엄중한 시기 비외교 전문가에게 핵심 요직을 맡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야권의 비판과 국민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장 내정자는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더팩트> 취재진은 장 내정자의 심경을 듣기 위해 취재에 나서 이날 오후 서울시 종로구의 한 거리에서 직접 그를 만났다. 장 내정자를 만난 곳은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청사 인근이었다.

장 내정자는 그동안 논란에 일절 대응하지 않은 채,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청사 인근에 개인 사무실을 얻어 조용히 주중대사 부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복궁역 인근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장 내정자는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논란이 되는 사안과 국민의 궁금증에 대한 질문에 단답형 혹은 엉뚱한 답변으로 핵심을 비껴갔다.

그는 "주중대사로 내정된 것과 관련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의에 "아무 생각이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한 "중국대사 부임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의에는 "잘 먹고 잘 지낸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주중대사) 업무 파악 등은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다시 묻자 "알아서 하겠지 뭐…"라며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놨다. 이에 취재진이 "당사자인데, 답변이 이상하다", "언제 중국으로 들어가나" 등의 질문을 추가로 했지만 침묵하거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장 내정자는 중국 인민대와 복단대에서 교환교수를 했고, 8년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국제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하지만 외교 경력은 전무해 북미, 북중, 한중 관계가 변혁의 기로에 선 요즘과 같은 시기 주중대사라는 막중한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 야권의 비판도 거세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장 전 실장은 교환교수 두 번 다녀온 것 말고는 중국과 특별한 인연도 없고, 중국어도 잘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욱이 외교 무대는 한 번도 밟아보지 않은 문외한에 가깝다.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북중 관계가 더 중요해졌고, 미세먼지 문제로 중국과 앞으로 다툴 일도 많아질 텐데 얼마나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장하성 주중대사 내정자는 청와대 지명 이후 야권으로부터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새롬 기자
장하성 주중대사 내정자는 청와대 지명 이후 야권으로부터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새롬 기자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실패한 인사의 자리까지 보존해 주는 문재인 정권의 의리가 눈물겹다. '끼리끼리 인력풀'의 한계"라며 "장 전 실장은 소득 격차와 실업률을 재난수준으로 만들고 경질됐다. 경제를 망친 것도 모자라 외교도 망치려고 작성한 모양인데, 지금이라도 중국 외교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장 전 실장은 과거 중국에서 두 번이나 교환교수를 했고, 최근 저서가 중국어로 출판되는 등 중국통"이라고 적극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문 대통령의 개그가 요즘 많이 늘었다.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책이 중국어로 번역된 건데 무슨 중국통이냐"며 "제가 쓴 북한 관련 책 중 영어, 일어로 번역된 게 있는데 그럼 저는 미국통, 일본통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과거 동료로 보이는 이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하성 내정자. /이원석 기자
과거 동료로 보이는 이들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하성 내정자. /이원석 기자

주중대사 내정 문제와 함께 장 내정자에게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평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취재진은 장 내정자가 설계했고,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명쾌한 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글쎄"라고 답했다. 이어 "더 기다리면 성과가 나오는 것인가"라고 묻자 "모르겠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취재진이 "예전에는(지난해 2019년에는 소득주도성장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성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라고 재차 묻자 "지금 내가 그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식당에서 나와 경복궁역 방향으로 이동하며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던 장 내정자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장 내정자는 과거에 함께 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5~6명의 남녀를 보고 "어떻게 길바닥에서 이렇게 만나냐, 차 한잔하고 가"라며 반갑게 인사한 뒤 이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취재진은 어렵게 만난 장 내정자의 입에서 정치권이 지적하는 전문성 문제, 그리고 직접 설계한 소득주도성장 등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저 바람에 그쳤다. 이후 그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도 남겼지만 회신은 없었다. 그는 미세먼지만큼이나 답답한 국민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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