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스트립바' 최교일 해명, '성추행 은폐' 때와 닮았다?
입력: 2019.02.01 00:05 / 수정: 2019.02.01 08:55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은폐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번엔 공무 목적 해외 연수 중 스트립바를 방문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더팩트DB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은폐'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번엔 공무 목적 해외 연수 중 스트립바를 방문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더팩트DB

'제 기억엔 없다' '무희는 있었지만 스트립쇼는 아니었다'… 유체이탈식 화법?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지난 2016년 모 의원이 공무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가이드에게 스트립바를 가자고 강요하고, 실제로 가서 댄서들에게 팁까지 줬다는 증언이 지난달 31일 나왔다. 곧 모 의원은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우리나라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 성추행 피해 조사에 외압을 넣은 당사자다. 분노 여론이 크게 일고 있다.

미국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다는 교포 대니얼 조 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난 2016년 가을 경북 지역의 C 국회의원이 공무 목적 연수를 와서 스트립바에 가자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 제가 강압적인 분위기에 못 이겨서 그분들을 그쪽(스트립바)으로 안내하고 두세 시간 동안 스트립쇼가 끝나는 동안 기다렸다가 호텔로 모시고 간 그런 경험이 있다"며 "거기에다가 (일행들에게) 1불짜리를 바꿔주면서 1불씩 (팁으로) 주라고 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보도가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북 C 국회의원'이 최 의원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최 의원은 현재 경상북도 영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해 가을 미국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성추행 은폐 의혹이 불거진 직후였던 지난해 초 본회의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최교일 의원. /문병희 기자
'성추행 은폐' 의혹이 불거진 직후였던 지난해 초 본회의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최교일 의원. /문병희 기자

최 의원은 "2016년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지역 내 모 오페라단의 요청으로 오페라단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뉴욕 카네기홀 공연 홍보를 위해 뉴욕에 갔었다"며 "술을 마시는 바에서 일행과 간단히 술 한잔씩 한 사실이 있다"라고 인정했다. 다만 최 의원은 "10여 명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가이드에게 식사 후 술을 한잔할 수 있는 주점을 알아봐달라고 한 사실은 있으나 스트립쇼를 하는 곳으로 가자고 한 사실도 없고, 스트립쇼를 하는 곳으로 가지도 않았다"며 "한국계 미국인 김모 변호사의 사무실 인근에 위치한 주점이었고 미국법상 술을 파는 곳에서는 스트립쇼를 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 의원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놓은 해명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었다. 최 의원은 '팁은 줬냐'는 물음에 "내가 줬을 것 같진 않다"고 얼버무렸다. 또 '술집이었고 여자는 없었다는 거냐'는 질문에 "하여튼 스트립쇼는 아니란 것"이라며 "춤추는 무희들은 있었을 것 같다. 별도의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고 술 한잔했다"고 했다. 일종의 '유체이탈'식 화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최 의원의 해명은 지난해 1월 불거진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서지현 검사 성추행 피해 진상조사 외압 의혹 때와 닮았다는 시각도 있다.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 의원이 안 전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앞장서 덮었다고 밝혔다.

최교일 의원은 성추행 은폐 의혹을 부인했지만 최근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문병희 기자
최교일 의원은 '성추행 은폐' 의혹을 부인했지만 최근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문병희 기자

이에 최 의원은 즉각 부인하면서 "저는 서지현 검사를 추행한 사실도 없고, 성추행 의혹사건 현장에 참석한 사실이 없지만 당시 검찰국장으로 근무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서 검사는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했고, 저와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지금까지 서지현 검사와 통화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연락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성추행 조사를 막았다'는 내용에 대한 핵심적인 반박을 내놓지 않고 상관 없는 내용들만 늘어놨다.

또, 최 의원은 당시 법무심의관실에서 근무하던 임은정 검사가 성추행 사건 진상 조사를 하려고 하자 최 의원이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겠다는데 왜 네가 들쑤시고 다니냐'고 질책했다고 알려진 것에 대해 "'제 기억에는'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내가 줬을 것 같진 않다'며 명확하지 않은 해명을 한 것과 닮았다.

지난달 23일 법원은 최 의원이 조사에 외압을 넣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의 판결 내용을 보면 재판부는 "최 의원이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비위에 관해 통보받은 사실과, 최 의원이 임은정 검사가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려 하자 막고자 하는 행위를 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 의원이 검찰에서의 조사나 법원에서의 증인 출석에 응하지 않은 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만을 하면서 임 검사 등의 진술을 반박하는 의견만을 제시하고 있다면 임 검사 등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춰보면 최 의원도 안 전 검사장에게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사실이 조사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최교일 의원은 해외 연수 중 가이드 폭행 박종철 군의원 등을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한 당사자다. /김세정 기자
최교일 의원은 '해외 연수 중 가이드 폭행' 박종철 군의원 등을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한 당사자다. /김세정 기자

한편 공교롭게도 최 의원은 얼마 전 파문을 일으킨 '외유성 출장 해외 가이드 폭행' 논란 한국당 소속 예천군의원들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 군의원 등의 면접을 직접 봤고, 공천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출장에 동행했던 대부분이 한국당 소속 군의원이었던 가운데 함께 간 무소속 권도식 군의원은 가이드에게 "접대 술집이 없다면, 보도방을 불러라" 등의 요구를 했던 것이 드러나 비난 받았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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