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모든 선거에서 여성 후보 공천 비율을 5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이른바 '남녀동수법'을 대표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팩트DB |
모든 선출직 선거 여성 후보 50% 이상 의무화…민주당 내에서도 "성급했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대표 발의한 이른바 '남녀동수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당법 일부개정안',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 등 세 건의 법안이 연계된 남녀동수법은 모든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선거에서 여성 후보를 50% 이상 공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20대 남성 지지율이 가뜩이나 낮은 상황에서 거부감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선 외 15명, 남녀동수법 발의
남녀동수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정당법 개정안은 "정당은 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이하 선출직 공직자)하는 선거에 추천하는 후보자를 남녀동수가 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 당헌에 이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며, 남녀동수에 필요한 당원 교육도 실시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여성의 정치 참여 비중을 늘리기 위해 현행법에 규정된 선출직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정당은 전국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 후보로 추천하도록 권고하는 것에서 나아가 50% 이상을 여성 후보자로 추천하도록 의무화해 여성의무공천제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담았다.
특히 선출직 선거에서 같은 선거구에 여성 후보자와 남성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 여성 후보자를 남성 후보자보다 우선순위로 정해 추천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등록 신청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가 수리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실상 여성 후보자에게 우선권을 주도록 명문화한 셈이다.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은 앞서 언급한 법안 통과를 전제로 정당이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여성추천보조금 배분에 불이익을 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지역구 지방의회 선거에서 여성 1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추천하도록 하는 조항만 있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도록 '권고'하는 조항만 있다. 자치단체장 선거는 권고 규정도 없다.
박 의원은 "현재 광역단체장 중 여성은 한 명도 없다. 또한 지난 선거에서 여성 후보자 수는 20대 총선의 경우 10.49%, 광역단체장 후보는 8.45%, 기초단체장 후보는 4.67%에 불과했다"며 "여성 정치 참여 비중을 늘리기 위한 획기적 초치를 마련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선출직에서 남녀동수 공천 제도를 도입함과 아울러 이를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담은 남녀동수법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광역자치단체장 여성전략 공천을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3 지방선거, 광역자치단체장 여성전략 공천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이 법안에는 박 의원 포함 16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민주당에서 ▲남인순 ▲송옥주 ▲제윤경 ▲한정애 ▲김병기 ▲백혜련 ▲김종민 ▲서영교 ▲신창현 ▲정춘숙 ▲표창원 의원 등 12명이 참여했고, 다른 당에선 바른미래당 이혜훈·신용현·장정숙 의원과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등 4명이 참여했다.
남녀동수법 발의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댓글 등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여성들은 "남녀동수법을 적극 지지한다", "남자가 설치면 나라가 망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남성들은 "군대, 초등교사, 공무원도 남녀동수로 해야 한다",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젊은 남성들의 지지율이 낮은 가운데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법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대통령 지지율은 46%, 20대로 범위를 좁히면 남성 지지율은 39%, 여성 지지율은 60%로 남녀 차이가 크다. 30대에서도 남성(55%)보다 여성(68%) 지지율이 더 높아 젊은층에선 남녀 간 지지율 간극이 큰 상황이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 일각에선 박 의원의 '남녀동수법' 발의에 대해 상징성이 큰 법안임에도 성급하게 법안을 추진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팩트DB |
◆당 안팎 "성급했다, 당내 조율도 쉽지 않을 것"
일각에선 상징성이 큰 법안임에도 성급하게 법안을 추진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민주당 소속 A 여성 의원은 "남녀동수법 공동발의에 대한 요청이 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합리적 수준인지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며 "제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성급하게 발의된 측면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B 여성 의원도 "남녀동수법 관련 자료가 왔을 텐데, 서류들이 밀려 있다 보니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일부 개정안은 법안 발의 요건만 채우기도 하지만, 이 경우 상징적 의미가 커 시간을 두고 준비할 필요가 있는데 급하게 낸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C 여성 의원의 보좌관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박 의원실에 답변을 요청했는데, 받지 못하고 그냥 법안이 발의됐다"며 "정치자금법 개정 관련 보조금 차등 지급에 대한 디테일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문의했는데, 답을 주지 않고 그대로 발의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른 당 여성 의원들의 경우 "박 의원의 뜻에는 공감하지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일부 남성 의원은 민주당 내 의견 조율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남녀동수법은) 민주당에서도 수용이 안 될 것"이라며 "다른 당에선 굳이 대답할 가치가 있는 것 같지 않고, 개인적으론 검토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법안에 함께하자는 의사 타진을 충분히 했고, 받아야 될 분들한테 다 받아서 법안을 제안했다"며 "20대 젊은 층만 한정해서 보자면 충분히 반발이 나올 수 있지만, 지금 발의하나 나중에 발의하나 똑같고, 필요한 법안이라 의원님이 판단해 발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