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전원책 "폼 잡던 분들 물러나라…침 뱉고 싶지 않아"
입력: 2018.11.14 16:39 / 수정: 2018.11.14 17:00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직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의도=배정한 기자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직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의도=배정한 기자

"조강위원 하는 동안 예능하면 안 되냐"…취재진과 설전 벌이기도

[더팩트ㅣ여의도=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외부위원으로 선임됐으나 약 한 달 만에 해촉당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한국당에서 지금까지 폼 잡고 살았던 분들은 이제 좀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상대책위원회와 갈등에 대해선 되도록 말을 아꼈다.

이날 여의도 극동VIP빌딩 내 빈 사무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엔 상당히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15평 남짓 돼 보이는 사무실이 가득 찼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을 겪으며 결국 '문자메시지'를 통해 해촉 통보 당한 전 변호사가 '폭로' 가능성까지 내비쳤기 때문에 관심은 더욱 컸다.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직접 읽은 전 변호사는 담담한 표정과 목소리로 비대위의 '한 달 해촉'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전권을 가진 한국당의 조강특위 위원을 수락한 것은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서였다. 그 유일한 방법은 당의 정체성을 바로 하는 한편, 인물을 교체해 면모를 일신하는 것이었기에 저는 인적청산의 전권을 요구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 그 꿈은 사라졌다. 국민을 감동시킬 자기희생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제가 할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된 사무실엔 취재진이 가득 들어찼다. /배정한 기자
기자회견이 진행된 사무실엔 취재진이 가득 들어찼다. /배정한 기자

그는 비대위와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놓고 이견을 겪었던 것과 언론 인터뷰 등에서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조직강화의 전권을 가진 저의 말들이 결코 월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견디기 힘든 (당 내부의) 공격이 시작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막상 전 변호사는 김 위원장과 갈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되도록 피하는 모습이었다. 전 변호사는 "그동안에 있었던 여러 일들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혁신을 거부하는 당에 아무런 미련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비대위와 갈등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김 위원장도 얼마나 어렵겠나. 서로 이해를 해야 한다"며 "저는 정말 깨끗하고 그분은 나쁘다, 그렇게 말하면 제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 부분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다만 그는 김 위원장이 전 변호사 해촉 직후 '팔을 자르는 심정'이라고 말했던 것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불만 섞인 목소리로 "현대 정당 내의 민주주의를 대단히 오해한 것 같다. 내가 그분의 수족인가"라며 "당의 기강을 얘기했는데, 오늘날 민주주의 아래서 기강을 어떻게 얘기하나. 군사정권 내의 정당이라면 모를까"라고 반발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전원책 변호사. /배정한 기자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전원책 변호사. /배정한 기자

전 변호사는 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 변호사는 "한국당은 계파만으로 작동하는 정당"이라며 "이를 들어내지 않으며 한국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 인적쇄신과 관련해선 "적어도 절반은 물갈이를 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보수 흉내 냈던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히 말하는데 이제는 정말 자중하라. 여러분들이 자중하지 않으면 한국당의 미래가 없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보수, 미래가 없다"고 했다.

그는 "미완의 '보수재건'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추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흔히 말하는 보수궤멸을 막기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며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보수가 일어서야만 한다. 그 길만이 다음 세대에게 이 나라를 온전히 물려줄 수 있는 길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을 아꼈다.

전 변호사는 위원직을 맡으며 예능프로그램 출연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선 취재진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냥 예능이 아니라 초등학교 3학년, 4학년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일일 학교 선생님이 되는 프로그램"이라며 "조강위 활동에 방해되지 않았고, (개인) 정치에 방송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같은 취재진이 '위원직을 맡은 도중에 녹화를 한 적 있냐'고 추가로 묻자 매우 격앙된 목소리로 "했다. 그게 왜 문제가 되냐. 조강위원을 하는 동안엔 아무 일도 하면 안 되나"라며 "하루 정도 나가서 (녹화)하는 행위를 뭐라고 할 수 있냐. 어린이하고 방송 찍는다고 무겁지 않은 거고 조강위 활동만 무거운 거냐. 그렇게 판단하는 거냐"고 따졌다.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전원책 변호사. /배정한 기자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전원책 변호사. /배정한 기자

앞서 지난 9일 김 위원장은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전 위원 해촉 사실을 알렸다. 김 위원장은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해서도 더이상의 혼란이 있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그렇게 되면 당의 정상적 운영은 물론 여러가지 쇄신 작업에도 심대한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당 혁신 작업에 동참해줬던 전 위원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말씀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지만,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 조강특위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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