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8개월 만에…"日기업, 강제징용 피해자에 1억 배상" 확정판결
입력: 2018.10.30 18:38 / 수정: 2018.10.30 18:38
이춘식 할아버지의 눈물 일본기업이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 나왔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이춘식 할아버지의 눈물 일본기업이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 나왔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씨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 원고 승소 판결 확정…외교부 강제징용 판결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일본 기업이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춘식 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1인당 각 1억 원씩 총 4억 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전원합의체는 이날 재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대법원장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전원합의체는 이날 재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대법원장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1대 2로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청구권협정 1조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고 봤다.

또, "청구권협정 협상과정에서 일본정부는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강제동원 피해 법적 배상을 원천부인했다"며 "한일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해당 판결은 피해자들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 대법원에 재상고된 뒤로는 5년 2개월만에 내려졌다. 앞서 이 씨 등은 지난 1941~1943년 구일본제철 회유로 일본에 건너가 오사카 등지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원고 4명 중 여운택 씨와 신천수 씨는 1997년 12월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체불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으나 최종 패소했다. 이에 이 씨 등은 2005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일본의 판결을 인정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으나, 지난 2012년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가 파기환송하면서 해당 사건은 다시 재판 기회를 얻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원고들에게 각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일본 기업이 이를 다시 상고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는 해당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이 미뤄지는 동안, 4명의 원고 중 3명이 별세했다. 이춘식 씨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승소 후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는 해당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소송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이 미뤄지는 동안, 4명의 원고 중 3명이 별세했다. 이춘식 씨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승소 후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사건을 다시 접수한 대법원은 이에 대한 재판을 5년 넘게 미뤘다. 이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소송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재판이 미뤄지는 동안 4명의 원고 중 이 씨를 제외한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 씨는 이날 승소에 기쁜 표정으로 법정을 나섰지만,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 씨는 "재판을 오늘 와보니 혼자 있어서 슬프고 초조하다"고 말했다. 법률대리인인 김세은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이 씨가 다른 원고가 다 돌아가신 사실을 오늘 이 자리에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 출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강제 징용 문제는 "1965년 일한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며 "일본 정부로서 의연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국제소송 등 강경 대응 의사를 피력하면서,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금 지급이 이뤄지는 시기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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