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환의 '靑.春일기'] '고용 쇼크' 해소, 어떻게 된 겁니까
입력: 2018.10.15 05:00 / 수정: 2018.10.15 05:00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한 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5000명이 늘어났지만, 고용 쇼크를 해소할 수준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부터 현재까지 고용과 관련한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M15 준공식 행사를 마친 후 전시관을 둘러보는 모습. /청와대 제공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한 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5000명이 늘어났지만, 고용 쇼크를 해소할 수준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부터 현재까지 고용과 관련한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M15 준공식 행사를 마친 후 전시관을 둘러보는 모습.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취재수첩에 담긴 메모에 가깝습니다. 객관적 내용보다 취재 중에 직관적으로 드는 개인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일반 독자의 시각과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 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9월 고용지표, 여전히 '빨간불'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지난 8일 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고향 후배이자 졸업 유예생인 A 후배는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해 사소한 얘기에 이어 취직 이야기까지 나왔다.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하는데 자꾸 (서류나 면접에서) 떨어지니까 힘드네요. 취업의 벽을 실감하고 있어요…후배들이 저더러 '태초(太初)' 래요. 학교 오래 다녔다고." 후배는 애써 태연한 듯한 목소리였지만, 가끔 짧은 한숨을 연발했다. 심란한 그의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여전히 청년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의 단면이다. 일부 대학이 '취업률 ○○%, 전국 취업률 ○위!'라는 문구와 광고를 내건 것도, 지성의 요람 대학을 두고 '취업사관학교'라는 말로 퇴색된 지 오래다. 안전하고 평생직장을 바라는 청년들은 공시(공무원 시험)로 눈을 돌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신이 꿈꾸고 원하는 일에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일부 성공한 이들의 말에 젊은이들은 반감이 크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냉혹한 사회 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냐?'고, 그저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실업 문제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폐업과 줄도산과 관련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서민의 살림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삶이 힘들다며 아우성치는 국민이 대다수다. 언젠가 한 택시기사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언제 우리나라 경제가 좋았던 적이 있냐, 서민이 마음 편히 살았던 적이 있냐, 서울에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는, 죽어라고 몸뚱이를 굴려야 그저 식구들이 밥 먹고 살 수 있는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한 뒤 일자리 우선 정책을 강조해왔다. 실제 취임 이후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내걸며 일자리 창출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는 좀처럼 고용절벽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 상태에 있는 인구는 총 2705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5000명이 늘어난 수치다. 최근 두 달 연속 1만 명도 넘지 못했던 취업자 수가 반등이 성공했지만 취업난을 해결했다고 보기 어려운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한 뒤 일자리 우선 정책을 강조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내걸고 일자리 창출에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좀처럼 고용절벽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취업을 앞둔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는 모습. /이덕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한 뒤 일자리 우선 정책을 강조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내걸고 일자리 창출에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좀처럼 고용절벽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취업을 앞둔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는 모습. /이덕인 기자

다른 부분의 상황도 비슷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떨어진 61.2%를 나타냈다. 올해 2월 이후 8개월째 계속 내림세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오른 3.6%로 조사됐다. 하지만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8.8%로 전년 동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11.4%로 전년(10.5%)대비 0.9%포인트 상승했고, 청년층의 체감실업률도 같은 기간 21.5%에서 22.7%로 1.2%포인트나 올랐다.

심각한 사회 문제인 고용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 연말까지는 성과가 날 것이라는 게 정부와 여당의 공통된 견해지만, 석달 남은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대목이 없다는 것에 비춰볼 때 뚜렷한 성과를 내기는 요원해 보인다. 국민들의 기대도 의심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도 왜 성과가 없냐며 비판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성토이다. 올해 예산 428조 원 가운데 일자리 예산은 19조 원이 조금 넘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고용 쇼크'와 관련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직'을 걸고 고용 상황 개선을 달성하라고 지시했다. 의욕은 앞서지만 현실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국민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는 우리 경제와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기에 반드시 호전시켜야 하는 책무가 문 대통령에게 있다. 물론 일자리 창출 등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낙관적으로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붓고도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말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는 크게 민심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올라가고 주머니 사정은 얇아지면서 이미 정부에 기대를 거둔 서민들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후배는 "우리 세대는 틀렸다. 결혼도, 아기도 낳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근간을 흔들 심각한 문제가 청년들의 머리 속에 박혀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문 대통령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을 향해 비판과 지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기댈 곳이 문 대통령뿐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국민은 하루 빨리 생활이 좀 나아지길 바라는데,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회 분위기에 곤혹스럽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