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 또 '고장'…서울교통공사 '은폐' 의혹
  • 김소희 기자
  • 입력: 2017.10.27 17:38 / 수정: 2017.10.30 11:40
지난 25일 오후 6시 50분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합정 방면) 승강장 안전문이 고장나 약 1시간 30분 동안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 안전문이 열린 상태에서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독자 제공
지난 25일 오후 6시 50분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합정 방면) 승강장 안전문이 고장나 약 1시간 30분 동안 사고 위험에 노출됐다. 안전문이 열린 상태에서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고 있다./독자 제공

[더팩트|김소희 기자]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혼잡 시간대에 스크린도어(안전문) 고장 사고가 또다시 발생, 1시간 30여분 동안 사고 위험에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취재 결과 지난 25일 오후 6시 50분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서울지하철 2호선 당산역 합정 방면의 스크린도어가 열린 채 닫히지 않아 시민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됐는데도 확실한 안전 조치 없이 열차가 운행됐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지하철 구의역과 김포공항역에서 스크린도어에 의한 인명 사고 이후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안전 보강대책'을 발표, 추진하고 있지만 이날 사고 발생 후 1시간 30분 동안 안전 요원 한 명만 문 앞을 지키게 했을 뿐, 특별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아 시민들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특히, 지하철 운행 전반을 책임지는 서울교통공사 측은 스크린도어 고장 사고에 대해 <더팩트> 취재 전까지 상급 기관인 서울시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사고 은폐 시도 의혹이 일고 있다.

◆1시간 30분간 스크린도어 열린 채 열차 운행…시민들 '아찔'

지하철 2호선 당산역(합정 방면) 스크린도어(8-1)는 25일 오후 6시50분부터 1시간 30분가량 고장으로 작동이 멈췄다. 이로 인해 스크린도어가 열린 채 열차가 운행됐다. 당시 지하철 안전요원이 승강장 안전문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자칫 사고로 연결될 수 있었다는 게 현장에서 느낀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직장인 이모(26) 씨는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7시 20분쯤 승강장에 들어섰는데 열차가 들어오자, 강한 바람이 느껴져 당황했다"며 "자세히 보니 스크린도어가 열린 채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퇴근시간이어서 승강장에는 수많은 승객들이 있었지만, 안전요원은 단 한 명뿐이었다"며 "또다시 스크린도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덧붙였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측이 밝힌 사고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센서' 고장일 가능성이 높다. 스크린도어가 고장이 나면 자동적으로 경보음이 울려야 하는데, 사고 당시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차 사고 원인에 대해 묻자, 서울교통공사 승강장 안전문 관리단 관계자는 '센서 고장'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스크린도어 센서가 고장나면 자동적으로 경보음이 울리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며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면 센서 고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난해 구의역과 김포공항역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도 스크린도어 센서 고장이었다.

스크린도어가 고장난 것은 승강장을 둘러보던 역무원이 발견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승강장을 순회하던 부역장이 오후 6시50분쯤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발견해 알게 됐다"며 "울려야 할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8월 2일 지하철 4호선 중앙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스크린도어가 있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팩트 DB
지난 8월 2일 지하철 4호선 중앙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스크린도어가 있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팩트 DB

◆서울교통공사, 서울시에 보고 누락? 허위보고?

문제는 서울교통공사 측이 이번 고장 사고에 대해 서울시에 보고를 누락했거나 허위 보고를 했다는 점이다. 사고 은폐 시도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 도시철도안전팀 관계자는 26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 25일 오후 당산역 안전문 고장 사고를 알고 있었냐'는 물음에 "안전문 불량 등 역사에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동향 보고와 안전사고 보고가 들어오는데 당산역 사고에 대해 보고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면 실무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전담하지만, 모든 사고에 대해 서울시에 보고하도록 돼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경미한 사고'라서 서울시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출입문 하나만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경미한 장애로 판단했고, 역무원이 즉각 배치돼 역내에서 처리했다"고 말했다.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던 서울시 담당자도 20여 분 뒤 기자에게 전화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10분 내에 조치가 완료된 경미한 사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미한 사고'라는 서울교통공사 측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경미한 사고'는 인명 사고가 없고, 10분 이내 조치가 완료된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번 스크린도어 고장 사고는 사고 발생부터 조치 완료까지 최소 1시간 25분가량이 소요됐다. '경미한 사고'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허위 보고'라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요원 배치 등의 조치를 했기 때문에 보고 누락이나 허위 보고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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