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를 이끌 양대 축으로 장하성 정책실장과 변양균 전 참여정부 정책실장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왼쪽 두 번째)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마치고 장하성(오른쪽) 청와대 정책실장 등과 함께 국회를 나서고 있다./이새롬 기자 |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금맥(金脈)'이 주목받고 있다.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변양균 전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양대 축으로 정책과 인사를 주도한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이른바 '장하성 대 변양균 라인'의 파워게임으로 비쳐지고 있다. 역대 정권마다 특정 인맥들이 금융권의 요직을 차지하며 경제 전반에 영향력을 미쳤다.
두 라인의 대결 구도는 엎치락뒤치락 양상을 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엔 '변양균 라인'이 먼저 부각됐다. 문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5월 11일 홍남기 초대 국무조정실장과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어 장 실장이 김동연 부총리와 함께 5월 21일 임명됐고, 이어 최근까지 주요 요직에 '장하성 라인'을 기용해 기세를 잡았다는 평가다.
변 전 실장과 장 실장 모두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을 이끌고 있으며 진보적 철학을 가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경제 핵심 가치는 다르다. 변 전 실장은 '성장주도형'을, 장 실장은 '소득주도형'으로 분류된다. 문 대통령이 내건 새 정부의 경제 기조는 후자다.
◆ 장하성 입김에 靑 인선 좌우?…금융수장 꿰차
2015년 1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펼쳐진 신년 특집좌담회 '40년 장기불황, 안철수의 한국경제 해법찾기'두 번째 행사에 참석해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장하성 정책실장. /더팩트 DB |
최근 금융권에선 '장하성 라인'이 금맥으로 부상했다. 금융수장 자리에 장 실장의 최측근이 포진해서다. 문재인 경제팀의 실세라는 얘기까지 일각에서 불거졌다. 공식 인선으로 드러난 '장하성 라인'으론 최종구(60) 금융위원장, 최수규(58)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흥식(65) 금융감독원장, 이동걸(64) 산업은행장, 김상조(54)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지난 7월 19일 임명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장 실장과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고려대 경영학과와 무역학과를 나온 동문이다. 문 대통령은 7월 21일 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우리 정책실장님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했는데, 콤비를 이뤄서 잘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장 실장과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다. 장 실장이 74학번, 최 차관이 79학번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새 정부 신설 부처로, 지난 7월 26일 문 대통령이 초대 차관에 그를 임명한 배경을 놓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당시 "장 실장의 추천이 있었다"는 얘기가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가장 주목을 받은 인사는 장 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었다. 지난 9월 6일 최 금감원장이 임명되자 뒷말이 무성했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내정했으나, 장 실장이 최 금감원장을 강력 추천하면서 막판 뒤집기가 됐다는 의혹이 청와대 안팎에서 불거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장 실장이 최 금감원장 인선에 관여했다는 얘기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바로 다음날 인선된 이동걸 산업은행장 역시 장 실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시선을 받았다. 장(69회)-최(67회)-이(68회), 세 사람은 경기고 동문이다. 또 야당의 반대로 지난 6월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장 실장과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하며 재벌 개혁 운동을 함께 해온 사이다.
◆ 출범 초 약진, '변양균 라인'…장하성에 밀렸다?
지난 9월 미국 유엔총회에 참석한 문 대통령에게 홍장표 경제수석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바로 옆에서 무엇인가 설명하고 메모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
현재까진 '장하성 라인' 쪽에 무게 중심이 기울어져 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초만해도 '변양균 라인'이 약진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인 5~7월 새 정부 경제라인으로 김동연(60) 경제부총리, 홍남기(57) 국무조정실장, 반장식(61) 청와대 일자리수석, 이정도(51) 총무비서관을 임명했다.
이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오르내렸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과 정책실장으로 있을 때 함께 일한 경제 관료 출신의 후배들이어서다.
2005년 변 전 실장의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김 부총리는 전략기획관을 맡았고, 참여정부의 중장기 복지정책인 '비전2030'을 만들었다. 경제기획원 출신인 반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 변 전 실장과 함께 일했다. 홍 국무조정실장은 변 전 실장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정책보좌관이었고, 이 비서관도 노무현 정부 시절 변양균 기획예산처 차관·장관의 비서로 일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 경제라인은 '참여정부 시즌2'라는 지적을 받았다.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초 경제라인 인선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이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장하성 라인'이 구축되면서 '변양균 라인'이 뒤로 밀렸다는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특히 이른바 '김동연 패싱'을 근거로 삼는다. 세법 개정안 등 증세는 장 실장이 주도하고, 8.2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당시 김 부총리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점 등이 거론되며 '김 부총리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불거졌다.
양대 라인의 명암은 향후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