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장미대선 보수적자, 홍준표인가 유승민인가
  • 명재곤 기자
  • 입력: 2017.05.06 06:04 / 수정: 2017.05.06 06:04

보수 패밀리들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를 두고 보수 적자 선택의 갈등에 빠졌다. /더팩트 DB
보수 패밀리들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를 두고 보수 적자 선택의 갈등에 빠졌다. /더팩트 DB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변종구’(최민식 분)는 ‘정치는 패밀리 비즈니스다’라고 단언한다. 강아지를 늑대 새끼라고 말하면 그렇게 믿고, 늑대 새끼를 강아지라고 말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류가 그의 정치적 패밀리이다. 변종구식 정치는 생물학적 패밀리인 딸도 대권을 꿈꾸는 자신을 위해 서슴지 않고 희생양으로 삼는다.

맹목적인 충성과 희생, ‘손에 X를 기꺼이 묻히는’ 추종자가 변종구에겐 한 식구다. 변종구는 패밀리에게 답례를 잊지 않는다. 방송기자를 회유하기 위해 캠프내에 ‘한 자리’를 준다. 자신의 치명적 비밀을 알고 있는 측근에게는 고기쌈을 입에 넣어주면서 ‘끝까지 가자’고 한다. 진실을 안후 유권자의 입장에서 변종구와 싸우겠다는 20대 광고전문가 ‘박경’(심은경 분)도 패밀리로 흡수되는 복선을 남기면서 영화 ‘특별시민’은 일단락된다.

영화밖 세상에서도 정치를 패밀리 비즈니스로 규정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 싶다. 자신과 자신을 이해하고 따르는 이들의 이익과 안전, 미래를 도모하는 게 정치의 주요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밀리는 넓게는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공동체 구성원이고, 좁게는 정당이고 정파로 볼수 있겠다. 후보들마다 사회 전 구성원을 패밀리처럼 받들겠다고 선거때면 목청을 키우지만 모든 구성원이 패밀리가 될 수는 없다. 모든 구성원이 패밀리 범주에 든다면 선거가 필요하지도 않을터니까 말이다.

선거가 이렇듯 가치 지향점이 다른 패밀리간 힘겨루기라고 나름 이해할 때 '5·9 대선'에서 승자를 점치는 것 보다 더 어렵고 궁금한 게 있다. 현 시점에서 한국의 보수 적자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그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대첩 대구거점유세를 하고 있다./ 더팩트DB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대구대첩' 대구거점유세를 하고 있다./ 더팩트DB

보수파 패밀리들은 어떤 대한민국 공동체를 그리고,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자신들 후보로 응원하는 지 3자적 관점에서 종잡기조차 힘들다. 단적으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와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선후보 두 사람중 중 어떤 이를 무슨 기준으로 보수의 적자로 받아들이는 지, 대선이후 '보수(우파)의 길'과 연결해 많은 이들은 알고 싶어 한다.

홍 후보는 유 후보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면서 "주적이 누구냐"며 유 후보의 예봉이 기호 2번이 아닌 다른 번호를 겨냥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유 후보는 그런 홍 후보에게 "대통령 후보의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한다. 상당기간 보수 한솥밥을 먹은 동지끼리 지금은 불구대천의 사이가 됐다. '진보는 분열때문에 망한다'는 정치 교훈이 이번 대선에서는 진보보다는 보수에게 더적용되는 묘한 상황에 놓였다. 물론 모든게 '박근혜·최순실 적폐'에서 비롯됐으니 누구를 탓하기도 힘들다.

그동안 발표된 여론조사 추이를 감안할 때 '5·9 대선'은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매우 크고 대선후 보수진영의 이합집산 소용돌이가 재차 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않다. '홍준표의 보수'와 '유승민의 보수'사이에서 보수가치론 논쟁이 일 소지가 크다.

선거 TV토론이나 유세에서 전하는 이들의 보수관 일단은 이렇다. "친북 정권을 세워서는 안된다. 친박(친 박근혜), 비박(비 박근혜)들 모두 하나가 돼서 대선에 나가야 한다"며 홍 후보는 사실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반대에 나서는 게 보수의 가치실현인 냥 되뇐다. 반면 유 후보는 "낡고 썩고 부패한 보수는 소멸한다. 깨끗하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만들겠다"며 '5·9 대선'이 왜 치뤄지게 됐는지를 따져묻는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을 찾아 자전거로 유세를 하고 있다. /더팩트DB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을 찾아 자전거로 유세를 하고 있다. /더팩트DB

대선 사전투표 결과를 볼때, 보수층 유권자들도 두 후보 중 선택을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 최종 투표율 26.06%(1107만2310명)로 유권자들 선거참여 열기가 매우 뜨거운 상황에서 보수층이 많은 영남 지역 투표율은 전국 평균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았다. 호남지역에 비해 영남지역 투표율이 낮은 이유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보수진영 후보 2인에 대한 선택 망설임을 든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을 선언하고 자유한국당 재입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친박과 비박간의 갈등과 반목에서 읽을수 있듯이 보수 유권자들도 박근혜 탄핵을 두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일 마지막 대선TV토론후 유 후보가 바른정당과 자신이 추구하는 개혁보수의 길을 당당히 끝까지 걷겠다는 주장이 보수층 표심을 적지않게 자극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보수 패밀리와 거리가 먼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후보는 "굳세어라 유승민"을 외치고, 홍 후보를 견제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보수의 희망을 만드시는 게 목표라면 유승민 후보를 찍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경쟁하는 여타 후보들 입장에서 보면 개혁 보수는 유 후보이다. 하지만 국민 지지율은 또 다르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서 촉발된 이번 대통령재보궐선거는 보수의 적자를 가르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시대가 바라는 보수의 가치를 파종하고 거름주고 결실을 맺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도 보수 패밀리에게는 큰 숙제다. 홍 후보와 유 후보, 유 후보와 홍 후보의 대선 득표율을 보수층들이 어떻게 해석할 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보수도 안정적으로 비행해야 하는 새의 한 날개이기에 모두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궁극적으로 '정치는 피플(국민)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sunmoon41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