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청와대는 성형시술용 크림과 제2 프로포폴로 일컬어지는 마취제 '에토미'를 왜 구매했을까.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성형 시술 등의 의혹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청와대의 의약품 구매 내역에서 성형시술과 수면유도제 등이 확인되면서 그 사용처에 의문이 일고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청와대가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구입한 의약품 전 품목(323종 23만4044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을 공개했다. 이 목록 중 눈길을 끄는 의약품이 있다. 2014년 중순 구입한 '엠라5%크림'(개당 5g) 5개와, '에토미데이트 리푸로주(이하 에토미)'(10mL) 30개이다.
엠라는 성형외과에서 마취용 크림으로 흔히 사용하는 의약품이며, 에토미는 전신마취제로 의료계에서 수면내시경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2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를 청와대의 해명과 달리 진정한 사용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바로 에토미가 마약류로 분류된 프로포폴의 대용으로 사용돼 '제2 프로포폴'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3일 에토미 논란과 관련해 "기도 삽관 시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해 쓰는 응급 약품"이라며 "'제2의 프로포폴' 운운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과연 사실일까. 불행하게도 청와대 해명과 달리 전신마취제인 청와대의 에토피 구매 확인 사실은 박 대통령과 세월호 7시간과 연결돼 의혹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있다. '엠라'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이 아닌 그해 6월 구입됐다.

<더팩트>는 의혹을 풀기 위해 청와대가 구매한 엠라와 에토미 등이 성형외과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전문의를 통해 확인했다. 강남에서 대형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성형외과 전문의 A 원장은 "엠라는 성형외과에서 마취용으로 흔히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이 외에 다른 곳에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엠라는 피부에 바르는 마취제로 시술을 할 때 흔히 사용한다. 필러, 보톡스 등의 성형외과 시술에 사용하는 크림으로 바르면 약 10분 후 마취 효과가 나타난다"면서 "보통은 20~30분 정도가 지나면 시술을 한다. 거듭 말하지만 성형외과 시술 외에는 말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제2의 프로포폴 운운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해명했던 에토미는 어떤 용도로 사용될까.
A 원장은 에토미가 일각에서 제기한 제2의 프로포폴이냐는 질문에 "프로포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프로포폴은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의약품(향정)이지만, 에토미는 향정 의약품이 아니다. 프로포폴은 향정으로 언제,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에토미는 향정으로 지정이 돼 있지 않아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토미도 관리를 받지만 향정 지정이이 아니어서 얼마를 썼는지 안 썼는지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에토미가 프로포폴과 같은 의약품이라면 의존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A 원장은 "에토미도 의존성이 존재한다"면서 "프로포폴의 경우 전신마취 환자의 마취 유지를 위해 흔히 사용되기도 한다. 프로포폴은 마취 후 환자가 아주 깨끗하게 마취에서 깬다. 그런데 프로포폴이나 에토미는 대우를 잘 해야 하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 원장은 "에토미는 성형, 수면내시경 등에 쓰는 경우가 많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록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숨기기 위해 많이 쓴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가 봤을 때 누군지 확정하기는 힘들지만 특정인이 수면마취용 대용(프로포폴)으로 에토미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실 지난해 에토미를 향정으로 지정하려고 했다.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정이 안 됐다"며 그 배경에 대해 또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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