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박근혜와 트럼프 그리고 비아그라
  • 박대웅 기자
  • 입력: 2016.11.24 05:00 / 수정: 2016.11.24 08:19

청와대 비아그라 구매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비아그라 논란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동휘 웹툰작가 제공

청와대 비아그라 구매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비아그라 논란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동휘 웹툰작가 제공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좀더 꼼꼼하게 챙겨보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 사과에서 '국정농단'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보고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정 운영을 잘하고자 한 선의가 의도와 달리 비선실세 의혹으로 귀결되는 것이 안타깝고 국민께 죄송하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비아그라 논란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의 대표적 고산 국가인 에디오피아와 케냐, 우간다를 방문하면서 고산병 치료를 위해 비아그라를 구매한 선의가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라는 비아그라의 특성상 야릇한 상상과 맞물려 왜곡됐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순방단의 건강을 챙기는 '꼼꼼함'이 문제가 아니다. 다른 고산병 치료제를 두고 굳이 비아그라와 복제약인 팔팔정을 구매한 목적이 무엇이냐가 관건이다. 더욱이 비아그라는 시력과 청력 상실 위험 뿐만 아니라 심장 질환을 위해 처방하는 질산염과 함께 복용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진단이 필요한 약품이다. 그런 비아그라를 의사의 처방도 없이 순방단 등 복수를 상대로 사용하려 한 것은 전혀 '꼼꼼한' 처사가 아니다.

아울러 아프리카 3국 순방에 비아그라와 팔팔정 구매가 꼭 필요했는지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청와대의 말처럼 이들 아프리카 3국은 아프리카 내에서 해발 고도가 높은 국가다. 에디오피아의 해발 고도는 2355m, 케나는 1676m, 우간다는 1150m다. 하지만 평야와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는 아프리카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를 때 비아그라를 먹지 않는다. 대청봉의 해발 고도는 1708m로 이들 아프리카 3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2005년 '미국 호흡기 및 중환자 학회지'에 비아그라가 고산병 치료에 효과적이라고 밝힌 연구 논문의 실험 기준은 해발 4350m였다.

결국 청와대 비아그라 구매 논란은 '하다하다 이제 비아그라냐'라는 국민적 실망감과 분노의 다른 말이다. 선의는 좋았다. 하지만 끝이 안좋다.

청와대 비아그라 논란이 거센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비아그라 논란이 재조명 받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청와대 비아그라 논란이 거센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비아그라 논란이 재조명 받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비아그라로 구설에 오른 이는 또 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자리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5월5일 SNS에 멕시칸 음식인 타코 볼을 먹는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멕시코와 국경에 담장을 설치해 이주를 막아야한다는 등 히스패닉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트럼프 당선인은 타코 볼로 '히스패닉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 화해의 몸짓이라는 선의였지만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났다.

트럼트 타워 내 자신의 방에서 자연스럽게 타코를 먹는 사진을 연출하고 싶었던 트럼프 당선인이었지만 열린 서랍 속에 살짝 보인 약 포장지가 문제가 됐다. 초록색 글씨 부분과 흰색 포장지로 미루어보아 약 포장지가 비아그라가 확실하다는 주장이 일파만파 퍼졌다. 여기에 그동안의 여성편력과 비하 발언 등이 맞물리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비아그라는 대선 과정에서 그를 조롱거리와 궁지로 모는 악재가 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현 국가지도자와 차기 국가원수를 두고 걱정과 우려가 많다. 국민 100명 중 95명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며 매주 100만에 가까운 촛불들이 모여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상 '정상(頂上)'의 자리에서 내려올 의사가 없어 보인다. 국민은 연일 계속되는 '비정상(非正常)'의 '정상(正常)'화를 지켜보며 분노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5조 달러 감세, 군비 증강,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등이 국가재정 악화와 국가부채 심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강경 발언 등이 인종 간 갈등과 빈부격차 심화와 사회 불안 등을 조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어찌보면 선의로 시작한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비아그라 논란은 애교 수준이다. 핵심은 생존이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우리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우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시국이 수상하다고 하더라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가뜩이나 한국을 마뜩잖게 보는 트럼트 당선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미국까지 날아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이유에 대해 우리도 고민해야 한다.

선의를 가지고 한 일도, 끝이 좋지 못한 법이다. 하물며 넋 놓고 있다가 부랴부랴 맞이하는 '트럼프 시대'는 악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아그라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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