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시원섭섭하죠."
19대 국회 임기 만료를 엿새 앞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층부터 10층 곳곳을 살펴보니 이미 모든 짐을 내놓고 문패를 떼어낸 의원실이 있는 반면 이날 오후에서야 짐 정리를 하는 곳도 있었다.
'4년 전세'인 의원회관을 퇴거해야 할 대상자는 19대 국회의원 292명(이전 국회 지역구 및 비례대표 포함 기준) 가운데 144명(49.3%)이다.
부산한 소리가 들리는 새누리당 A 의원실에서 K 모 비서관은 책과 집기들을 손수레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그는 처리할 물건들이 워낙 많아 며칠 전부터 정리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곧 국회를 떠나야 하는 감정이 시원섭섭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K 비서관은 셔츠 단추를 풀고 비서의 짐 정리를 거들면서 버릴 문서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기도 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서 이사 과정에서 버린 문서 중에 개인정보나 민감한 내용이 담긴 의정자료를 버린다고 보도해서 더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처럼 의원실에서 내놓은 짐으로 의원회관 각 층에는 쓰레기와 각종 문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대부분 책과 서류, 명패, 책걸상, 화분, 총선에서 활용한 용품들까지 다양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 낙선·낙천한 의원실과 재입성에 성공한 일부 의원들이 의원실을 옮기면서 내놓은 짐까지 더해진 것이다.
분주하게 짐을 싸는 의원실과는 반대로 평상시와 다름없이 업무를 보는 의원실도 많았다. 방을 4년 더 연장한 의원실 직원은 우연히 짐을 빼내는 동료를 발견하면 아무 말 없이 모른 체 해주는 게 상도덕(?)이라고 한다.
B 의원실 C 보좌관은 "짐 정리할 때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별로 없다. 문 앞에 짐들을 내놓으면 직원분들이 치워주니까. 대신 심정은 복잡하다. 더구나 새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이면 더 그럴 것이다. 그들에게 위로보다는 외면해주는 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층 김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도배가 한창이었다. 외부 직원이 책상에 비닐을 씌우고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4년간 묵었던 때를 벗기고 깔끔하게 단장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는 셈이다.
내부 정리를 마무리하고 방을 뺀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의원실 문에는 '사무실 집기 빼실 때 미리 연락해 달라. 버리지 않은 비품이 있다'는 글과 함께 당선인 관계자의 연락처가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기도 했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둔 의원회관은 '떠나는 자와 남은 자'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한편 20대 국회 개원일은 오는 30일로, 임기는 2020년 5월 29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