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단독포착] '安 비선 논란' 박경철 근황, "누구십니까?"
  • 오경희 기자
  • 입력: 2016.01.27 11:26 / 수정: 2016.01.27 11:26

안철수 비선실세란 논란에 휩싸인 박경철(왼쪽)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은 25일 대구 남구 계명대 대명캠퍼스에서 강연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고 있다./대구=신진환 기자
'안철수 비선실세'란 논란에 휩싸인 박경철(왼쪽)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은 25일 대구 남구 계명대 대명캠퍼스에서 강연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고 있다./대구=신진환 기자

[더팩트 | 대구=오경희·신진환 기자] 안철수(53) 의원이 국민의당 창당에 나서면서 '안철수 비선실세' 구설에 올랐던 박경철(51·안동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최근 모습이 <더팩트>카메라에 포착됐다. 박 원장은 2012년 대선 이후 지난 3년여 동안 언론에 얼굴을 드러낸 적도,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구설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다.

박 원장은 25일 오후 5시께 대구 남구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에서 강연을 마친 뒤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에 대해 묻자 "지금은 언론에 나오거나 그거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제 얘기만 했으면 좋겠다. 아쉽지만…"이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박 원장은 안 의원의 얘기를 꺼내기에 앞서 근황에 대해선 "3년 정도 지중해 여행을 다녔고, 앞으로 좀 더 다닐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자기혁명을 위한 공감, 미래를 여는 변화와 도전'을 주제로 진행한 같은 날 강연에서도 약 5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2시간여 동안 여행기를 풀어놓으며 삶의 가치와 참다운 지성을 이야기했다.

지난 시간을 보여주듯 눈길을 끈 것은 그의 외적 변화다. 박 원장은 과거 넉넉한 품의 양복과 와이셔츠 대신 몸에 딱 맞는 회색 수트와 티셔츠를 입었고, 검은 뿔테 안경과 흰색 슬립온 스타일의 운동화를 매치했다. 트렌디한 옷차림이었다.

2009년 박경철 원장의 강연 당시 모습과 지난 25일 만난 그의 최근 모습./서울신문 제공, 신진환 기자
2009년 박경철 원장의 강연 당시 모습과 지난 25일 만난 그의 최근 모습./서울신문 제공, 신진환 기자

박 원장이 '안철수의 남자'로 공식 석상에 안 의원과 함께 선 것은 2011년 9월,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안 의원을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게 마지막이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의사이자 작가인 박 원장은 같은 해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를 안 의원과 기획했으며, 안 의원의 지근거리에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춘콘서트는 안 의원을 정계로 이끈 단초였다.

정치권에선 2012년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박 원장에 대해 또다시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후 현재까지 안 의원이 국민의당 창당에 속도를 내면서 두 사람 사이 밀월설이 나돌고 있다. 대선 이후 일각에서는 박 원장이 2012년 대선 당시 '진심캠프'내 별도의 조직을 이끌며 안 의원과 비공개 회합을 진행해 공식 대선캠프 내 문제를 일으켰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한때 '안철수의 남자'로 불린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해 8월 펴낸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 "진심캠프(안철수 대선 캠프)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였다며 "큰 비판을 받을 수 있으니 비공식 조직을 중단하라고 했지만 박(경철) 원장은 숨은 실세의 길을 계속 걸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금 변호사는 안 의원과 결별 후 더 민주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신진환 기자
박 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신진환 기자

같은 시기 안 의원은 박 원장에 대해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여러 조언을 들었던 분 중의 한 사람"이라면서도 "외부에 계신 분이라고 해서 모두 비선은 아니다. (2014년 3월) 민주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통합한 이후로는 만난 적 없다"고 못 박았다. 안 의원이 비선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일부 캠프 출신 인사들은 비선조직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에도 박 원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박 원장을 향한 정치권 일각의 시선은 여전히 뜨겁다. 야권의 한 인사는 "국민의당 안팎에서 박경철이 여전히 실세고 모든 것이 박경철에 의해 움직인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란 루머가 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인사는 "대선 이후 안 의원 측근 라인에 박경철 원장의 사람들이 다 빠지고 정리된 것으로 안다. 근거 없는 헛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과 별개로, 박 원장은 그간 지중해 여행과 집필, 그리고 강연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2013년 2월, 2년여 동안 그리스를 여행한 기록을 담은 '문명의 배꼽, 그리스'를 펴내기도 했다.

강연을 마치고 차에 오르는 박 원장./신진환 기자
강연을 마치고 차에 오르는 박 원장./신진환 기자

한편 공식적으론 정치권과 거리를 둬온 박 원장(영남대 의대 출신)은 지난해 11월 '영남일보'에 쓴 '마부는 누구인가'란 칼럼에서 이 시대에 질문을 던졌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특권포기의 구호를 아무도 믿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리더십이란 마차를 끄는 마부가 아니라 바로 말이 되는 것이다. 국민이라는 마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는 것, 그 채찍질을 두려워하는 것이 리더십의 요체다. 말이 주인 행세를 하는 순간, 마차는 길을 잃는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라는 마차에서 마부는 누구인가. 늘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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