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새들의 전쟁'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출마 소식이 알려지자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선 '목적 없이 떠도는 철새'라며 비난했다./임영무 기자 |
바야흐로 춘사(春四)월 봄이다. 추운 겨울 잠시 떠나 있던 철새들이 알을 품고 먹이를 잡으며 터를 잡기 시작한다. 매년 있는 일인데도 텃새에겐 이들이 영 반갑지 않다.
그간 공들여 가꿔온 터전을 빼앗길까 "목적지도 없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것들"이라는 비난과 함께 텃세를 부린다. 듣기 싫은 소리도 한두 번, 철새는 "몸이 무거워 날지도 못하는 기득권 먹새"라며 발끈해 되받아친다.
새(鳥)들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이다.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지금 정치판도 여야 후보들끼리 '철새'냐 '먹새'냐 옥신각신이다.
#' 캔 '내 생에 봄날은' - 비겁하다 욕하지 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내가 철새면 너흰 먹새 정 위원장은 '철새'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되레 자신은 "노선이 확실한 정치인"이라며 자평하며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먹새"라고 되받아쳤다./임영무 기자 |
'철새' 논란의 주인공은 정동영 전 의원(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을 4·29 재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올초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을 때만 해도 그는 불출마의 뜻을 확고히 했었다.
때문에 이번 그의 선택을 두고 일각에선 '철새 정치인'이라며 비난했다. 정치권에선 자신의 이익에 따라 여야를 넘나들며 당과 지역구를 바꾸는 사람을 '철새 정치인'이라고 일컫는다.
1996년 정계에 입문한 정 전 의원은 지역구를 다섯 차례나 바꿨다. '전북 전주 덕진->서울 동작을->전북 전주 덕진->서울 강남을'에 이어 이번엔 서울 관악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탈당도 일곱 번이나 감행했다. 1996년 국민회의부터 새천년민주당(1999)과 열린우리당(2003), 대통합민주신당(2008), 무소속(2009), 민주통합당(2011), 새정치민주연합(2014), 국민모임(2015)까지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항간의 '철새' 공격에 "(정당을) 여러 차례 이동한 것 맞다. 이동한 걸 두고 철새라고 하면 얼마든지 말해도 되지만 나는 적어도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는 정치인이다"고 항변하면서 되레 "몸이 무거워 날지도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은 먹새 정치인"이라고 맞받았다.
# 엄재 '너나 잘하세요' - 너나 잘하세요. 말로만 떠들지 말고. 잘난 척은 그만하고 너일이나 잘해줄래♬
대표 '철새' 손학규-이인제 대표적인 철새 정치인으론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철새를 비판하는 무리도 국민들 비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을 가리켜 정 전 의원은 '먹새'라고 비유했다./더팩트DB |
과거부터 정 전 의원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 '철새 정치인' 논란은 매번 되풀이 돼 왔다. 지난해 7·30 재보선 직후 정계를 은퇴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가장 대표적으론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 있다.
손 전 상임고문은 1993년 민주자유당 입당으로 정계에 입문해 신한국당(1996년), 한나라당(2000년), 대통합민주신당(2007년)으로 당을 옮겼으며 이 의원도 그간 무소속을 포함하면 당을 14차례 옮겼다.
'철새'도 문제겠지만 정 전 의원의 말처럼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먹새' 정치인들도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어느 누가봐도 정치인들의 행태는 당의 간판을 앞세워 눈앞에 보이는 기득권 챙기기 급급하다. 이러니 '배가 불러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먹새'라는 표현이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다. '도긴개긴'이다.
[더팩트| 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