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정의 시네마 정치] '에볼라 바이러스' 국민은 불안하다
  • 고수정 기자
  • 입력: 2014.10.26 06:00 / 수정: 2014.10.26 14:25

정부가 다음 달 말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의료 인력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JTBC·KBS·MBN 방송 화면 캡처
정부가 다음 달 말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에 의료 인력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JTBC·KBS·MBN 방송 화면 캡처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한국은 여러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데 이어 보건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대국민 연설을 마치고 돌아오던 미국 대통령이 저격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저격 물은 총이 아닌 독이 묻은 다트로, 쉽게 치유할 수 없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삽입돼 있었다. 대통령을 포함해 다트를 뺐던 보좌관과 간호사가 차례로 전염되고, 병원 내 사람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로 하나둘씩 쓰러져간다.

영화 '에볼라 바이러스'(2002년 개봉) 내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처음으로 에볼라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2세 여야가 24일(현지 시각) 오후 4시쯤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여아가 기니에서 버스를 타고 말리로 들어올 때 코에서 출혈이 발생했다"며 "말리의 다른 주민들도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국경없는의사회의 일원으로 서아프리카에서 감염자들을 치료한 후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 의사가 에볼라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시에라리온, 기니 등에서 4900명가량의 목숨을 앗아간 이 바이러스가 세계 각국으로 퍼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셈(ASEM) 정상회의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피해 지역에 국내 의료 인력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통령 발언 이후 닷새 만에 다음 달 말 의료진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환영할 일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환자를 돌보다 의료진이 감염되는 일이 적지 않고, 이들로 인해 국내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2년 개봉한 영화 에볼라 바이러스 스틸.
2002년 개봉한 영화 '에볼라 바이러스' 스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2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료진 파견을 지적했다. 두 단체는 파견될 의료진의 안전 보장을 위해 사전 훈련이 매우 중요하지만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정부가 환자 발생 후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의료진이 입을 방호복도 허술해 감염을 막기 힘들고 병원과 병상도 부족하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정부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고 있다. 파견할 의료진에게 충분한 사전 교육을 하고 이를 통과한 사람만 파견하겠다고 한다. 의료진의 방호복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환자가 발생하면 미리 지정한 병원에서 충분한 기간을 두고 격리 치료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은 불안하다.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방안이 없고, 의료진 파견도 전문가들과 충분한 검토 끝에 나온 결정이 아닌 갑자기 내려진 정치적인 결정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가 발생하면 치료를 맡는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4명이 최근 일괄사표를 낸 것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6개월 전 국민은 침몰하는 세월호를 바라보며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되새겼다. 위기의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을 지켜줄 수 있을지, 과연 우리나라가 '국민을 위한 국가'인지 되묻게 했다. 대부분 사람의 답은 '신뢰할 수 없는 정부'라는 것.

인도주의 차원에서 국내 의료진을 서아프리카에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이 이를 불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의 상황만을 놓고 볼 때 분명 우리 정부의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책은 준비가 덜 돼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준비가 돼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연일 터지는 대형 사고에서 보여준 정부의 대책에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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