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ㅣ 김지희 기자] "명절같이 가족들이 전부 모이는 자리에서는 더더욱 친정이 그립다. 이주민의 경우 쉽게 친정을 갈 수 없어 그리움의 깊이가 더 크다."
민족 대명절 추석, 고향이 누구보다 그리운 이들이 있다. 가족들의 평안한 삶을 꿈꾸며 한국행을 선택한 결혼 이주 여성이나 외국인 근로자에게 고향은 늘 그리운 곳이다. 현재 다문화 가족은 75만명으로 집계되며 2020년에는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문화 국회의원 1호'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37·비례대표)도 그렇다. 필리핀 출신의 이 의원은 1995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한국땅을 밟았고, 20년째 '한국 며느리'로 살고 있다. 국회의원이기 전에 며느리로서 이 의원 역시 추석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이 의원이 한국에서 맞는 20번째 추석은 어떤 모습일까. 추석을 앞두고 <더팩트>는 5일 이 의원의 추석 나기와 다문화와 관련한 진솔한 고민을 들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 "추석 땐 필리핀에 있는 가족이 더 그립죠"

- 필리핀이 고향인데, 명절엔 가족이 더 그리울 것 같다.
한국의 모든 며느리와 마찬가지로 가족들이 전부 모이는 자리에서는 더더욱 친정이 그리워지는 건 똑같다. 다만 이주민들의 경우 쉽게 친정을 만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마음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리움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 해외에 계신 동포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며느리로서 명절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큰집이기 때문에 그동안 못 봤던 친지들이 모두 집으로 모인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추석 때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일주일 전부터 시어머니와 작은 동서와 함께 시간 날 때마다 부지런히 시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 올 추석 때 특별히 준비한 가족 행사가 있는가.
올해는 한국에 와서 20번째 맞는 추석이다. 그렇지만 매년 그래 왔듯이 특별한 계획은 없다.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송편도 빚고 차례도 지내고 성묘를 다녀올 계획이다.
◆ "다문화 정책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설치해야"

- 다문화 가정의 정착을 위한 노력으론 무엇을 했는가.
현재 다문화 가족은 75만명으로 집계되며 2020년에는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책들은 한국어 교육 등과 같이 초기 정착을 위한 단기적인 지원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물고기를 잡아서 나누어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이를 위해 다문화 가족의 경제적 자립을 중심으로 하는 일자리 창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현재 다문화가족지원법의 대상에 대한 정의가 축소돼 있어 그 정의를 확대해 더 많은 다문화 가족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준비하고 있다.
- 다문화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설치를 지적했는데, 이는 무엇인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정책이 컨트롤 타워가 없어 부처별·지자체별로 산발적인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되는 비효율성에 대해 19대 국회가 개원한 후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다. 예산 낭비를 막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문화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 사항에도 포함됐기 때문에 향후 진행사항에 대해서도 계속 점검해 나갈 예정이다.
◆ "다른 나라 문화 이해·소통이 글로벌 강국의 기초"

-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에 대해 '역차별'이란 지적도 있다.
다문화 가정의 수가 증가하고 지원 중심의 정책이 늘어나자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원 중심 정책 제도는 다문화 가정을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향후에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다양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나와 다름에 대해 서로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선주민(원래 살던 사람)과 이주민 모두가 갖게 되길 바란다.
또한 요즘은 해외여행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다른 문화에 대한 반감이 많이 없어졌다. 현재 대한민국에 들어온 결혼 이주민과 외국인 근로자들과 소통하며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그 기회를 활용해 서로가 이해·소통한다면 글로벌 강국으로 설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다.
- 추석을 맞아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 한마디 한다면.
명절이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뜻깊은 날이다. 타국에서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이주민과 외국인 근로자·유학생들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주변에 많다. 내가 누리고 받은 사랑을 추석 명절 동안 소외된 이웃과 함께 나눠주는 넉넉한 한가위가 됐으면 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외로움은 나누면 반이 줄어든다고 한다. 타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슬픔은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만난 가족·이웃들과 기쁨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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