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소문] 국회 해태상 밑에 와인 '있다? 없다?'
  • 김지희 기자
  • 입력: 2014.08.18 08:26 / 수정: 2014.08.18 09:58

서울 여의도 1번지 국회. 1975년부터 40여년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회의원부터 민원인까지 하루에도 수천명이 이곳을 오간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데 '말(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더팩트>는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국회 뒷얘기와 궁금증을 풀어본다. <편집자 주>

1975년 여의도 부지로 이사오게 된 국회는 해태 그룹의 지원을 받아 해태상을 세웠다. 해태는 조각상을 기증하면서 해태상 아래 72병의 와인도 함께 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광공사·대림산업·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제공
1975년 여의도 부지로 이사오게 된 국회는 '해태 그룹'의 지원을 받아 해태상을 세웠다. '해태'는 조각상을 기증하면서 해태상 아래 72병의 와인도 함께 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광공사·대림산업·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제공

[더팩트 ㅣ 김지희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이하 국회) 정문에 들어서면 늠름한 해태상이 방문객을 반긴다.

이 해태상은 지난 39년 동안 국회 입구를 지켰다. 국회가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1975년 9대 국회 때 여의도로 이사 오면서 해태상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해태상 밑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75년산 와인 72병이 묻혀 있다. 이 와인은 앞으로 61년 뒤 세상에 공개된다.

해태상은 왜 국회 입구를 지키게 됐고, 어떤 이유로 와인을 품게 됐을까.

◆ 9대 국회 때 "액운 막자" 세워…'해태 그룹' 기증

국회 해태상은 암수의 구별이 있다. (왼쪽) 국회 본청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해태상은 수컷, 오른쪽은 암컷이다./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국회 해태상은 암수의 구별이 있다. (왼쪽) 국회 본청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해태상은 수컷, 오른쪽은 암컷이다./ 사진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해태상의 탄생은 액운을 막기 위해서였다. 9대 국회 때 선우종원 사무총장은 '격량 80년'이라는 회고록에서 "소설가 월탄 박종화 선생이 의사당을 화재로부터 예방하려면 해태상을 세워야 한다고 말해 만들게 됐다"고 언급했다.

해태는 예로부터 '화재를 막고 사악함을 깨뜨리며 바른것을 세우는' 상징적인 동물로 여겨졌다. 때문에 목재로 지어진 경복궁을 비롯한 조선시대 궁궐 대부분은 이를 형상화한 조각상을 궁궐 '필수 아이템'으로 꼽았다.

'격량 80년' 회고록에는 국회에 해태상을 건립하게 된 과정도 기록돼 있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무려 2000만원이 소요되는 작업이었다. 마침 해태는 해태 제과의 상징이기도 해 박병규 사장을 만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회고록 내용을 종합하면 해태 그룹은 국회에 해태상을 기증했고, 제작은 당시 서울대 미술대학교 교수였던 이순석 교수가 담당했다. 이 교수는 당시 광화문에 있는 조선 왕조의 해태상을 참고해 제작했다.

특이한 점은 국회 해태상의 경우 광화문 해태상과는 다르게 암수의 구별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에 있는 해태상이 수컷, 오른쪽에 있는 해태상이 암컷이다.

국회는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문에 있는 '원조' 해태상을 본떠 본청 뒤편에 또 다른 해태상을 만들기도 했다.

◆ 61년 후 빛 볼 72병의 와인…34대 국회 '축배'

해태주조는 국회에 해태상을 기증하면서 노블와인(왼쪽) 72병을 함께 기증했다. (오른쪽 위) 1975년 11월 8일자 매일경제와 같은 달 7일 경향신문에 실린 관련 기사. / 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스크랩
해태주조는 국회에 해태상을 기증하면서 '노블와인(왼쪽)' 72병을 함께 기증했다. (오른쪽 위) 1975년 11월 8일자 '매일경제'와 같은 달 7일 '경향신문'에 실린 관련 기사. / 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스크랩

해태 그룹이 선물한 것은 해태상만이 아니었다. 해태 제과가 1976년 발간한 '해태30년사'에 따르면 해태상 아래에는 와인이 묻혀 있다.

당시 해태주조는 국내 최초 100% 순수 국산 와인인 '노블와인'을 생산했다. 기념비적으로 이 와인 72병을 국회 해태상 양 쪽 아래 땅 속 10m 깊이에 석회로 봉한 후 특수 제작된 항아리에 넣었다.

<더팩트>가 17일 국회 사무처와 시설과에 관련 사실을 문의한 결과 관계자들은 "해태상 아래 와인이 묻혀 있는 것은 들어서 아는 것"이라며 "와인을 확인하기 위해 해태상 아래를 파내서 조사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해태 30년사'엔 백포도주를 묻은 이유에 대해 "해태가 예로부터 화기를 쫓는 호신상이고 백포도주는 화기를 삼킨다는 고사에 따라, 모처럼 순수한 우리 기술진만으로 설립된 의사당을 영구히 보전한다는 뜻에서 백포도주를 묻게 된 것"이라고 적혀 있다.

해태상 아래 72병의 와인은 앞으로 61년 후에 빛을 볼 예정이다. 1975년 11월 '매일경제'와 '경향신문'은 "국회와 해태그룹은 와인을 묻은 지 꼭 100년이 되는 2075년에 꺼내자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와인 전문가에 따르면 70~80%의 습도, 15~16도의 온도 등이 지켜지면 100년이 넘어도 와인의 맛과 향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헌법이 개정돼 국회의원 임기가 늘어나지 않는 한 34대 국회의원들은 100년 묵은 와인으로 축배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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