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UBS를 비롯한 스위스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각국 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2013년 현재 전 세계 모든 역외 재산의 3분의1을 관리할 정도로 원조 조세피난처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 서울신문 제공 |
[오경희 기자] '검은 돈의 은신처'라 불리는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의 역사는 300년이 훌쩍 넘는다. 비밀계좌의 비밀스러운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685년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는 신교도들의 종교 자유를 보장하던 '낭트 칙령'을 폐지했다. 이후 프랑스의 위그노 신교도들 상당수가 스위스로 옮겨가 은행업을 시작했다. 주요 고객은 국경 확장을 위해 큰돈이 필요했던 루이 14세였다. 자신이 추방한 신교도들에게 돈을 빌린다는 사실이 창피했던 국왕은 이런 사실을 감추려 했고, 이때부터 고객에 대한 '비밀주의'가 싹텄다.
스위스 비밀금고가 안전한 피난처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00년 뒤 프랑스 혁명 때다. 혁명의 혼란을 피하려는 프랑스 귀족과 부자들이 스위스 은행의 단골손님으로 몰려왔다. 혁명으로 왕이 쫓겨나는 판국이니 왕실 귀족 부자들은 왕 아닌 다른 신용 보증처를 찾아야 했는데 스위스은행이 단연 돋보였던 것이다.
비밀주의가 스위스 정부의 정책으로 채택된 것은 1차 세계대전 무렵이다. 유럽 통화들이 휘청댄 반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온 스위스프랑은 매력적인 통화로 떠올랐다. 스위스 의회는 1934년 비밀주의를 법제화했다. 세수 손실에 분개한 프랑스 정부가 스위스 은행들의 파리 지점을 급습했고, 독일의 나치정권도 유대인 계좌 색출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철저한 비밀 보장과 자금 출처를 묻지 않는 관행은 돈이 스위스로 몰려들게 했다. 때문에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밀계좌설도 꾸준히 나돌았다. 독재자들의 '검은 돈' 논란은 스위스의 비밀주의에 대한 비판을 불렀고, 1990년대 스위스는 압력에 밀려 '돈세탁' 방지에 나섰다.
정치팀 ptoday@tf.co.kr
폴리피플들의 즐거운 정치뉴스 'P-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