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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바라본 인근 전경. / 김해=박대웅 기자 |
[김해=박대웅 기자] 지난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13년 5월 23일 오후 2시. 노무현재단 추산 3000여 명, 경찰 추산 4000여 명의 추모객과 정계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도식 행사가 열렸다. 4년이 지난 지금, 부엉이바위는 어떤 모습일까.
앞선 세 번의 추도식에서 끈질길게 내리던 비는 이날 뙤약볕으로 바뀌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를 따라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무더위는 기승을 부렸다. 매미 소리만 없었을 뿐이지 한여름 삼복더위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봉화산엔 두 갈래 길이 있다. 한쪽은 곧장 부엉이바위로 이어지는 길이고 다른 한 쪽은 정토암으로 가는 길이다. 기자는 부엉이바위로 오르는 외줄길 산길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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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이 통제된 부엉이바위 출입구 모습. / 박대웅 기자 |
이미 외줄기 산길을 따라 많은 추모객이 부엉이바위로 향하고 있었다. 부엉이바위는 해발 140m 봉화산 뒤편 80~120m 지점에 있는 큰 바위로, 원래 이곳에 부엉이떼들이 서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느 시골 마을의 야트막한 뒷산 수준의 높이지만 얕잡아 볼일이 아니다. 부엉이바위를 찾는 추모객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봉화산의 급경사다. 산행 5분여 만에 숨소리가 거칠어질 정도다. 곳곳에서 잠시 서서 숨을 고르는 모습과 '아이고, 죽겠네!'라는 탄식, '평소에 운동 좀 할걸'이라는 자책 어린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부엉이바위를 향한 열의 만은 대단했다. 일부 여성 추모객들은 7~8cm의 통굽 구두를 신고 산길을 올랐고, 아예 맨발인 추모객도 눈에 띄었다. 흰머리가 힐끗한 노인부터 스커트 차림의 여성, 어린이, 건장한 남성 등 부엉이바위를 찾는 이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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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엉이바위를 오르는 추모객(왼쪽)과 추도식 종료 후 자리를 뜬 추모객의 모습. / 박대웅 기자 |
산행을 시작한 지 30여 분. 부엉이바위에 달했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추모객을 반겼다. 이윽고 부엉이바위에 도착했다. 하지만 위험을 알리는 출입금지 푯말과 펜스를 감싼 철조망으로 부엉이바위에 직접 오를 수는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추모객들은 부엉이바위 대신 펜스 앞에 헌화했다. 부엉이바위 바로 옆 바위에 올랐다. 봉하마을을 둘러싼 산세는 포근해 보였고, 짙은 녹음 사이로 탁 트인 시야는 상쾌하기까지 했다.
부엉이바위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은 노란 유채꽃과 까맣게 모인 추모객, 손에 잡힐 듯 맑게 갠 하늘이 평화롭게 다가왔다.
[더팩트 정치팀 ptdo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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