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보다 영어…역대 대통령의 美 의회연설은?
  • 박대웅 기자
  • 입력: 2013.05.09 11:39 / 수정: 2013.05.09 11:39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영어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KTV 방송화면 캡처.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연방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영어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KTV 방송화면 캡처.

[ 박대웅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한국시각 오후 11시 30분)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 통일기반 구축, 동북아 지역 평화 협력체제 구축, 지구촌 평화와 번영을 강조했다. 연방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은 미국 의회가 외국 정상에게 부여하는 최고 수준의 예우다. 미국에 경제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당당하게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대한민국의 위상을 역대 대통령들의 미국 의회 연설을 통해 알아봤다.

◆ 한국어보다 영어 연설이 우세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 중 미 상하원 합동연설 연단에 선 인물은 1954년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하여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2013년 박근혜 대통령으로 총 6명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휴전 다음 해인 1954년 7월 26일부터 8월 13일까지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6·25 전쟁 직후 이루어진 방미였던 만큼 이 초대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영어로 '평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초대 대통령 이후 우리 대통령이 상하원 합동 연설 연단에 다시 서기까지 35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24년전인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실무방문임에도 매우 이례적으로 상하원 합동 연설에 나섰다.

이어 집권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최초로 한국어로 합동 연설에 나섰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영어로 연설했다. 김 전 대통령에 이어 13년 만에 다시 연단에 오른 이명박 전 대통령은 한국어로 미국 상하원 의원들 앞에 섰다. 미국 의회의 한미FTA 비준 일정과 겹친 상황에서 진행된 의회 연설에서 이 전 대통령은 한미FTA와 양국 간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리고 1년 6개월 만에 국빈이 아닌 실무방문 차 미국 길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이 연사로 나섰다. 총 6번 진행된 의회 연설에서 우리 대통령은 4차례 영어로, 2차례 한국어로 연단에 올랐다.

◆ 박근혜 대통령의 의회 합동 연설의 진기록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숱한 진기록을 남겼다. 먼저 이번 연설이 미 의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성사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뉴욕)과 테드 포(공화·텍사스) 하원의원 2명은 지난달 16일(한국시각) 베이너 의장에게 박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검토해달라는 서한을 보냈고, 베이너 의장이 이를 수용했다. 두 의원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선출된 여성 지도자라는 점과 60주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이 박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믿음 등을 이유로 의회 연설을 제안했다.

그 결과 박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 이어 1년 6개월 만에 다시 미 의회 합동 연설 연단에 올랐다. 같은 나라 정상이 연이어 미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1945년 이후 처음이다. 1941년 영국의 윈스터 처칠 총리는 1941년과 1943년 2회 연속 연설했고, 그 바통을 1945년 영국의 클레멘트 애틀리 총리가 이은 게 고작이다. 또한 '국빈' 방문이 아닌 '공식 실무방문' 중 박 대통령이 연설이 성사된 부분도 이채롭다. 미 의회 연설은 '국빈방문' 중에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미국 의회가 관례를 깨고 박 대통령에게 최고의 예우를 보인 셈이다. 달라진 대한민국의 위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 박근혜 대통령,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한미동맹 강조

이번 미 의회 합동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 유지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미국의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관심과 역할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고 핵무기의 직접적인 위협 속에 놓인 한반도야말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시범 지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국경제의 튼튼한 펀더멘털과 한국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이 지속하는 한 북한의 도발은 성공할 수 없다"면서 "북한은 국민의 삶 증진과 국민 행복을 통해 국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우리도 핵무장을 하거나 미국의 전술핵을 들여올 의향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밖에도 박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 평화 협력체제 구축과 지구촌 평화와 번영을 강조했다. 총 35분간 진행된 이날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40여차례 박수 갈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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