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스토리] '완득이 엄마' 이자스민 의원 "다시 배우 할 생각요? 기회가 된다면…"
  • 오경희 기자
  • 입력: 2013.05.02 12:59 / 수정: 2013.05.02 12:59

완득이 엄마로 이름을 알린 이자스민 의원은 임기가 끝난 후 기회가 된다면 배우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 이새롬 기자
'완득이 엄마'로 이름을 알린 이자스민 의원은 임기가 끝난 후 기회가 된다면 배우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 이새롬 기자

[오경희 기자]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엄마가 17년 만에 찾아간 아들 완득이에게 들려준 한마디였다. 관객들은 이 한마디에 눈시울을 적셨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2년 전 개봉한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 엄마' 역을 맡아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1년 후 '완득이 엄마'는 국회의원이 됐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를 '완득이 엄마'로 기억한다.

"영화에 출연한 게 정치인이 된 후에도 많은 도움이 됐죠. 동료 의원들도 저한테 '이 의원은 좋겠다'라고 해요. 미리 얼굴이 알려졌으니까요. 임기가 끝난 후 300여명이 넘는 국회의원 중에 기억할 수 있는 얼굴이 몇이나 될까요?"

필리핀 이주민 출신의 이 의원은 영화 속 '완득이 엄마'와 같은 삶을 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영화 같은 삶을 살았다. 이 의원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한국인 항해사와 사랑에 빠지면서다. 당시 이 의원은 의과대학 진학을 목표로 아테네오 데 다바오 대학 생물학과에 재학하고 있던 학생이었다. 가족과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이 의원은 그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1998년 귀화하면서 남편 이동호씨의 성을 따라 성씨를 '이'씨로 바꿨다.

지난 1998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귀화한 이 의원은 의사가 꿈이었다.
지난 1998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귀화한 이 의원은 의사가 꿈이었다.

"그때 남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 의사로서의 삶을 살았을 거예요. 제 꿈이 의사가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가끔 필리핀에서 의사가 된 친구들을 만나면 부럽죠. 하지만 후회하진 않아요. 열심히 살았으니까요."

귀화한 후 2005년 한 방송사의 '외국인 주부가요열창'에 출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의원은 평범한 주부였다. 이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얼굴이 알려지면서 2010년 영화 '의형제'에 출연하게 됐다. 남편은 영화 출연을 고민하던 그에게 용기를 줬다. 그런 남편은 그해 피서지에서 물에 빠진 딸을 구하고 목숨을 잃었다. 1년 후 아픔을 딛고 이 의원은 영화 '완득이'에서 '완득이 엄마' 역할을 맡아 배우로 다시 섰다. 지난해엔 '다문화 1호 국회의원'이 됐다.

"사실 영화 '완득이'에 출연할까 말까 고민했었어요. 이주여성에 대한 이미지를 틀에 박는 게 싫었거든요. 하지만 영화에선 현실을 보여줘야 했으니까 출연을 결심했죠. 의원이 된 지금도 이주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사고로 남편을 잃은 이 의원은 아들과 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이 의원은 아들과 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다.

현실의 이 의원은 '승근이 엄마'다. 이 의원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고2 아들 승근이와 중1 딸 승연이를 키우고 있다. "시어머니는 늘 저를 응원하세요. 제가 모시는 게 아니라 어머니가 절 모시죠.(웃음) 아들은 이제 다 커서 걱정이 없는데 한창 예민할 시기인 딸에게 신경을 많이 못써줘서 미안해요. 마침 오늘(1일)이 딸 생일이라서 만나기로 했어요. 앞으로 가족들에게도 잘해야죠(웃음)."

'배우 이자스민'을 다시 볼 순 있을까. 그는 "임기가 끝난 후 기회가 된다면 방송 활동을 하거나 배우로 돌아갈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잖아요. 하던 일이 편하다고. 정치는 '어항 속의 물고기' 같은 느낌이잖아요. 사람이니까 실수도 할 수 있는데 조금의 실수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니까요. 그래서 더 많이 조심하죠. 물론 배우도 공인이기 때문에 비슷하겠죠(웃음)."

<사진=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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