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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입성 1년을 맞은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 가정을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이새롬 기자 |
[오경희 기자] '완득이 엄마' '다문화 국회의원 1호'. 새누리당 이자스민(36) 의원의 이름 앞에 붙는 말이다. 영화 '완득이'의 '완득이 엄마'로 세상에 이름을 널리 알린 이 의원은 지난해 4·11 총선에서 결혼이주여성으로는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그 후 1년여가 지났다. 지난 시간 동안 '다문화'라는 상징성은 그에겐 '득'이자 넘어야 할 '산'이었다. 배우로서 이름을 알렸고, 정치인으로서 자신만의 분야를 다질 수 있었다. 하지만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당선 직후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각종 인신공격에 시달려야 했고,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국회 입성 초기 동료 의원들조차 색안경을 끼고 그를 바라봤다.
그럴수록 그는 더욱 열심히 뛰었다. 이 의원은 "저 또는 다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하시는 말과 행동들이기 때문에 상처 받기 보단 즐겼다"면서 "저를 직접 만나고, 이야기한 후 달라진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더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치인 이자스민'으로 인정받겠다는 이 의원을 1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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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1호 의원'인 이 의원은 지난 1년 선거 유세를 도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
-국회 입성 후 1년을 맞는 느낌이 어떤가.
벌써 1년이 지났나 싶다. 총선과 대선 그리고 얼마 전 치렀던 재·보선 등 1년 사이에 세 번의 선거가 있었다. 1년 내내 선거만 한 것 같다. 방송과 영화로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선거 때마다 새누리당 후보를 도우러 다녔다. 아무래도 제가 가면 '어디에서 본 사람이다'라며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진 않더라. 선거 외엔 다문화 정책 포럼 세미나를 진행하느라 정신없었다. 포럼이 만들어진 후 7~8개월 동안 14번의 세미나를 열었다. 아마 국회의원들 가운데 세미나를 가장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의정활동을 하면서 힘들진 않았나.
지난 1년은 배우는 과정이었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 선배 의원들한테 초선 의원은 6개월에서 1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저 같은 경우는 귀화인이기 때문에 더 걱정을 하더라. 정치를 해 본 적도 없었고, 특히 주변에서 한국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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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원 역시 이주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었다. |
-정치를 할 생각이 있었나.
별로 관심이 없었다. 2008년도에 한국여성정치연구소에서 '첫 이주여성 지방의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그때 당시 제가 방송활동을 하고 있어서 제의가 왔다. 프로젝트 얘기를 듣고 저마저도 '불가능하다. 어떻게 이주여성이 지방 의원이 될 수 있겠나'라고 생각해 거절했다. 그런데 연구소 소장님이 "정치를 배운다고 생각하라"며 권유해서 몇몇 이주여성들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이 일을 계기로 4년간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이주여성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길 바랐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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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 초 갖은 논란에 휩싸였던 이 의원이 당시 속상했던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 |
-당선 초 학력위조 논란에 휩싸였다.
저는 참 대한민국 사회를 그때 알았다. 디테일하다는 것을 말이다. 필리핀에서는 생물학과 학생이 의대생이라고 해도 사실 아무런 문제가 되진 않는다. 과의 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예과 개념'이 어느 순간 '의대'로 변해서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런 걸 일일이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때 당시엔 문제가 될지 몰랐다.
-죽은 남편과 2년이 지난 후 혼인신고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혼인신고? 대응할 가치도 없었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기자가 저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만 썼다. 웃긴 것은 근거로 제시한 혼인신고 증명서 마지막 줄에 뭐라고 적혀 있는 줄 아나. 내가 신청을 해서 받은 자료라고 쓰여 있다. 내가 신청한 게 아닌데 말이다. 때문에 해명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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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화인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조차 자신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고 말했다. |
-여러 논란들이 무엇 때문이라 보는가.
정치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귀화인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점도 있는 것 같다. 저는 오히려 그 편견을 즐겼다. 국회의원이 됐는데도 의원들조차 "한국어 할 줄 알아요?"라고 묻는다. 하다못해 자신이 주최하는 행사에 와서 축사를 해달라고 불러놓고 통역을 부탁하는 일도 있다. 또 한번은 제가 한 의원실에 인사를 갔는데 그 의원이 저를 본체만체 했다. 하지만 저와 대화를 나눈 후엔 태도가 싹 바뀌었다. 그때 앞으로 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인으로서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국회의원 이전에 '완득이 엄마'로 유명했다.
방송 활동이나 영화 출연이 정치인으로서 많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영화에 나와서 국회의원이 된거야"라는 비판도 있었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 논리라면 (우스갯소리지만) 방송인 크리스티나나 로버트 할리는 왜 국회의원이 안됐겠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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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원의 가장 큰 목표는 다문화정책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수립하는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다문화를 대표하기 위해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를 위해 열심히 뛸 생각이다. 지금 다문화 정책은 너무 한 방향으로 기울어있다. 조기정착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다 다문화정책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수립하는 게 남은 임기 동안 가장 큰 목표다. 또한 그 어떤 타이틀도 아닌 '정치인 이자스민'으로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사진=이새롬 기자>
[더팩트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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