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인터뷰] 韓 씨름, 부활 징조? 이만기 "1박2일 방영 후…"
  • 김용일 기자
  • 입력: 2011.09.13 12:42 / 수정: 2011.09.13 12:42

▲ 이만기(48) 인제대 교수 겸 KBS 씨름 해설위원
▲ 이만기(48) 인제대 교수 겸 KBS 씨름 해설위원

[김용일 기자] 2011 추석 전국장사씨름대회가 전라남도 여수진남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다. ‘추락한 날개’로 표현됐던 우리 씨름이 지난 2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설날장사 대회에서 만원 관중이 들어찬 이후 부활의 날개 짓을 펄럭이고 있다. 지난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천하장사’ 출신인 MC 강호동과 이만기 인제대 교수의 추억의 씨름 맞대결이 대중의 호응을 얻으며 부활의 디딤돌이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우리 씨름 부활에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의 아쉬움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1980~1990년대 한국 씨름 전성기에 비해 국민적인 호응과 미디어의 관심도 부족하다.

1980년대 씨름은 그야말로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다. 쿠데타로 집권한 제5공화국이 스포츠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일부 종목의 프로화를 추진했고, 씨름도 그에 포함됐다. 프로화한 씨름은 아마추어와 구분하기 위해 민속씨름으로 이름을 갖다 붙였다. '만 가지 기술'로 유명했던 이만기, '인간 거중기' 이봉걸, '모래판의 신사' 이준희 등 숱한 민속씨름 스타들이 이 무렵 모래판의 인기를 이끌었다. 최근 스포츠팬들이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 같은 스포츠 스타들의 경기를 보며 웃고 산다면, 희망이 억압을 받던 그 시절에는 씨름판의 사나이들이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그러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의 프로 스포츠가 메이저리그, 유럽축구 등 다양한 상품들을 안방으로 공수하며 세계와 호흡 했지만, 씨름은 국가와 민속만을 내세운 채 변화에 둔감했다. 총 42회에 걸쳐 천하장사를 배출하고도 변화를 둘러싼 씨름계 내분과 기술이 아닌 힘의 씨름으로 변화돼 ‘재미없는 씨름’이라는 오명을 떠안았다. 대중의 관심에서 자연스레 멀어져 갔다. 결국 2004년을 끝으로 천하장사 씨름대회는 막을 내렸고, 체급별 장사대회와 명절 씨름대회만 열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최근 한국 씨름의 부활 징조가 보인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더팩트>은 추석장사 대회가 한창인 11일 오후. 씨름 중계방송 차 여수에 방문 중인 이만기 교수와 전화 통화를 통해 우리 씨름의 현 주소를 되짚어 봤다. 그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통해 고향에서 흩어졌던 가족들을 만나 화합과 우정, 사랑을 나눴으면 한다. 그리고 씨름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씨름은 명절처럼 민족의 혼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에서 그 의미가 일맥상통한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많은 사랑을 부탁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 추석 대회가 열리고 있는 여수 분위기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설날 장사 대회보다는 관중들이 적은 편이에요. 하지만 추석 당일이 가까워질수록 여수 지역으로 내려오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하루하루 관중들이 늘고 있죠.

- 연휴 기간 동안 씨름 대회 뿐 아니라 관련 다큐 프로그램도 방영됐는데.
개인적으로는 직접 출연하기도 했지만, 우리 씨름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현재 40~50대 연령층이 과거 씨름 열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씨름 인들이 각성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번 추석장사 대회 준비 등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었죠. 연휴가 끝나면 제가 직접 씨름 인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 지난해 강호동 씨와 씨름 대결을 펼친 이후로 열기가 고조되는 것 같은데.

맞습니다.(웃음) 여수진남체육관에도 젊은 연령대의 팬들이 상당 수 눈에 띄어요. 흐뭇하죠. 지난해 1박2일이라는 좋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 씨름이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최근 (강)호동 씨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하루빨리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 지난 4월 대한씨름협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이철우 의원(한나라당)이 주최한 씨름 활성화 및 세계화 방안 토론회에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는데.
지금까지 국내에는 5개의 씨름 단체들이 있었는데, 각자들의 영역에서만 활동을 해 왔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의견이 모아졌죠. 씨름 발전의 초석이 된 것 같아요. 아직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논의는 더 필요하지만, 최근 단오를 씨름의 날로 지정하자는 등의 의견이 오가고 있어요. 씨름의 정통성을 북돋울 수 있고, 재미를 겸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공유 중에 있죠.

- 이슬기 선수 등 재능 있는 후배들의 출현이 덩달아 이뤄지고 있는데.

아주 좋은 일이고, 현재 후배 선수들이 저희 때보다 기량이 더 좋은 것 같아요.(웃음) 물론 1980년대 씨름이 기술, 1990년대 씨름이 힘과 높이로 변화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씨름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지만, 현재 후배 선수들의 씨름은 이 모든 것이 결합된 아주 다이나믹한 요소들이 많아요. 체력을 더욱 기르고,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조금 더 사용하면 경기의 질이 높아질 것 같아요.

- 교수, 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계신다. 씨름계에서 역할이 가장 중요한 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난 4월 국회에서 사상 최초로 씨름 활성화 방안을 놓고 토론회를 가졌죠. 그때 발표자로 나서서 우리 씨름의 현 주소를 직접 밝혔습니다. 협의체가 구성된 이상 앞으로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먼저 국내 씨름 단체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반이 튼튼해야 합니다. 그리고 씨름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재미와 의미를 던질 수 있는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로드맵이 확실해지면 당당하게 공개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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