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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계숙(가운데), 여자 하키의 전설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
차범근, 박찬호, 박찬숙 등 한국 구기 종목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과 또 다른 가치가 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편견 속에 불모지로 불린 한국 여자 하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인공으로 현역 시절 14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 101경기, 127골을 기록했다. 경기 당 1.23골의 기록은 세계에서 아직도 넘어선 이가 없는 불멸의 기록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등 160cm 단신이었지만 거구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호쾌한 골을 터뜨리며 세계무대를 휩쓸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4위)을 끝으로 은퇴한 뒤 평범한 사회인으로 삶을 시작했고 지난해 말 KT 여자 하키팀 감독으로 부임해 인생의 제3막을 활짝 열었다.
글쓴이는 '코리언 레전드' 열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임 감독을 5일 오후 성남 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그는 "코리언 레전드로 선정돼 영광입니다. 이전 주인공들의 인터뷰를 쭉 훑어봤는 데 스포츠계의 대단하신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라고며 코리언 레전드 선정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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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계숙은 지난해 말 KT 여자 하키단 감독으로 부임했다. 은퇴 후 16년 동안 직장인으로 살아 온 그가 18년 만에 하키 무대로 복귀한 것이다 |
◆ 평범한 '워킹 맘'에서 완벽 변신…'전설의 귀환'
임 감독은 은퇴 후 1994년부터 KT 천안지사 고객컨설팅 팀 팀장으로 16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던 지난해 말 KT로부터 여자 하키단 감독직을 제안 받았다. KT는 임 감독이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선수 생활을 한 친정팀이다. "당연히 망설였죠.(웃음) 오랜 기간 하키계를 떠난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어요."
전설은 돌아왔다. 평범한 '워킹 맘'에서 다시 스틱을 잡고 '불꽃 투혼'을 발휘할 채비를 갖췄다. 하키 선수 출신인 남편과 고3, 고1, 중1 세 아이의 응원에 힘입어 지도자로 하키계에 복귀했다. 춘계대회와 대학실업대회 등 굵직한 경기를 치르며 임 감독 만의 하키 색을 물들일 예열을 거쳤다.
"감독 부임 후 선수 수급 문제가 가장 어려웠어요. 제가 운동할 때보다 더 어려워 졌더라고요. 비인기 종목이라는 선입견은 물론이었고요. 중, 고등학교 선수들이 하키를 통해 갈 수 있는 대학, 실업팀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진로를 고민하게 돼 선수들이 많은 편이 아니죠."
임 감독이 부임 후 KT의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일부 노장 선수들은 해외 무대를 택했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예 선수들도 입단했다. "KT가 줄곧 강팀이었기에 부담이 됐어요. 우선 체력적으로 많은 준비를 해 왔고요. 연습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경험을 쌓아 안정감을 갖춰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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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드를 누비던 임계숙의 동작, 하나하나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
◆ 직접 스틱 잡고 미니게임까지…"근성은 아직 부족"
지난달 김해시장배 한국대학실업하키대회에서는 평택시청과 결승전을 치렀지만 종료 직전 결승골을 허용해 준우승했다. 하지만 새로운 색깔의 KT를 이끌며 가능성을 엿봤고 오는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서 선전을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결승전 후 아쉬워하는 표정이 TV에 잡혀 눈길을 끌었는데) '오늘의 패배를 잊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했어요.춘계대회를 포함해 이전 대회에서는 우리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김해시장배는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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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은메달을 일궈 낸 성남종합운동장에서 하키계의 또 다른 미래들을 조련하고 있다 |
오전에는 하키 기본기 및 전술, 미니게임 훈련을 한다. 오후에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보완하고 있다. 임 감독은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직접 스틱을 들고 미니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인터뷰 전에도 선수들과 미니게임을 했어요. 솔직히 선수들이 근성에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죠. 모든 경기와 훈련은 '이기려고 하는 것'인데…"
"실업 팀이지만 프로 선수와 같은 개념이에요. 선수 생활을 계속 할 것이고, 국가대표를 꿈꾸는데, 목표 의식을 갖고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것을 늘 강조해요. (감독님이 스타 출신이라 중압감은 없는지?) 그런 것은 없어요. 표현을 안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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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임계숙 감독 |
◆ '어머니 리더십'?…"김연아 선수의 자서전도 권해"
임 감독의 지도 목표는 '생각하는 선수'를 길러 내는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선수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플레이를 실전에서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자신의 선수 생활을 토대로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과거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이지만 창의적인 면에서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제가 운동한 시절을 떠올리며 다가가려고 합니다."
은퇴 후 직장에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딸 2명을 키우는 어머니로서 여자 선수들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입단 1~2년째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 분위기에서 '어머니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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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2명을 둔 감독답게 여자 선수들의 심리를 읽어 내 '어머니 리더십'으로 주목 받고 있다 |
KT 여자 하키 팀 사무실이 있는 성남종합운동장은 임 감독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을 딴 곳이기도 하다. 임 감독은 현역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서울 올림픽 결승전 호주전'을 꼽는다. "3만 관중이 꽉 들어찼어요. 경기 전, 대통령께서 이곳을 방문하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죠. 긴장이 돼서 정신이 없었어요.(웃음)" <①편 끝>…②편(8월 12일) 에서는 임계숙의 국가대표 시절 일화, 앞으로 목표 등이 이어집니다.
<글 = 김용일 기자, 사진 = 문병희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kyi0486@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