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 오마주란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하는 말로 영화계나 가요계에서는 선대의 예술 작품이나 음악 등의 일부분을 그대로 본떠 표현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자칫 표절이나 따라하기 행위로 비춰질 수도 있다. 최근 유닛 활동을 시작한 애프터스쿨 블루의 노래 '원더보이'가 핑클의 '영원한 사랑'을 베꼈다는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소속사 측은 "핑클의 발랄한 콘셉트를 오마주한 것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오마주와 표절 사이, 그 확실한 경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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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프터스쿨 블루(위)의 '원더보이'가 핑클 '영원한 사랑'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다. /사진=플레디스 제공 및 유투브 영상 캡처 |
◆애프터스쿨 블루 '원더보이'-핑클 '영원한 사랑'
애프터스쿨 블루의 신곡 '원더보이'는 밝고 경쾌한 댄스음악이다. 지난 7월 말 발표됐을 당시 네티즌들은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도입부분의 전주나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 등이 어딘가 익숙했기 때문이다. 특히 '약속해줘' 라는 마지막 가사는 원조 걸그룹 핑클의 '영원한 사랑'과 다소 흡사하다. 이에 표절 시비가 불거졌고 급기야 소속사 측은 "1990년대 파급 효과를 일으켰던 핑클의 '영원한 사랑'을 콘셉트로 생각했다"며 "'원더보이'를 통해 그 시절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고자 했다"고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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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비(위)가 고 김성재의 무대를 재현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진='엠카운트다운', SBS '인기가요' 방송 캡처 |
◆비 '힙송'-고 김성재의 '말하자면'
가수 비(28)는 지난해 5월14일 방송한 KBS 2TV '뮤직뱅크'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당시 후속곡이었던 '힙송'을 열창한 그는 다소 익숙한 의상과 안무로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난 1995년 솔로 첫 방송을 한 뒤 의문사한 가수 고 김성재의 무대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음악 방송에서도 비는 김성재를 연상시키는 패션과 공연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영상을 비교하며 비의 하키복 바지와 글러브, 선글라스 등과 허리를 숙이는 안무 포인트가 김성재의 마지막 유작인 '말하자면'과 유사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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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주 작품임을 방송에서 밝힌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표절 판정을 받았다. /사진=KBS 2TV "구미호 여우누이뎐' 방송 캡처 |
◆구미호 여우누이뎐-전설의 고향 구미호
오마주와 표절에 대한 정확하고 확실한 기준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작품을 만든 이는 오마주를 의도했지만 표절 판정이 난 경우도 있다. 지난해 8월 종영한 KBS 2TV '구미호 여우누이뎐'이 대표적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는 "'구미호 여우누이뎐' 첫 회의 일부가 임충 작가의 기존 작품 '전설의 고향-구미호'를 표절한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해당 작가에게 1년간 '회원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제작진은 한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의 몇 분 안되는 분량을 임충 작가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로 차용한 것인데 표절로 결론이 난 것은 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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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비의 뮤직비디오(위)가 오마주 작품임을 표기했지만 '파이널 판타지7 어드벤트 칠드런'을 표절했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사진='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 '파이널 판타지7 어드벤트 칠드런' 영상 캡처 |
◆아이비 '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파이널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
가수 아이비(29)의 2집 타이틀곡 '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도 비슷한 경우다. 지난 2009년 서울지방법원은 '유혹의 소나타'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상영 및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아이비의 소속사는 "애니메이션 '파이널 판타지7 어드벤트 칠드런'을 만든 타케시 감독에 대한 경의의 뜻으로 재창조한 오마주 작품"이라며 "뮤직비디오에 영문자막으로 '뮤직비디오의 액션장면은 파이널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을 재창조한 것입니다'를 표기했다. 유감이다"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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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들 사이에서 오마주 설전이 벌어진 '스포트라이트'(왼쪽)-'업 클로즈 앤 퍼스널' /사진='스포트라이트', '업 클로즈 앤 퍼스널' 포스터 |
◆스포트라이트-업 클로즈 앤 퍼스널
지난 2008년 배우 손예진(29)이 기자로 변신한 MBC 드라마 '스포트라이트'도 표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1996년 개봉한 영화 '업 클로즈 앤 퍼스널'과 소재나 스토리, 구성 등이 닮았다는 것이다. 여기자의 성공스토리를 다뤘다는 점, 뉴스 취재현장을 소재로 했다는 점 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여주인공을 전문 기자로 성장하게 만드는 남자 주인공, 목숨을 건 취재 인터뷰 등 캐릭터와 콘티 및 화면 구도 등도 유사하다며 이 같은 설정이 오마주인지 표절인지 팬들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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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의 액션 장면을 오마주 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저수지의 개들' /사진=영화 포스터 |
◆이것은 확실한 오마주 입니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에서 등장하는 욕실 속 샤워 살인 장면을 참고해 자신의 작품 '드레스드 투 킬'에 이를 사용했다. 히치콕에 대한 존경심을 영화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또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홍콩 영화감독 오우삼의 '첩혈쌍웅'에 나오는 권총 액션 장면을 각색해 '저수지의 개들'에 삽입했다. 오우삼의 작품을 보고 영화 감독을 꿈꿨다고 밝힌 쿠엔틴의 경우도 대표적인 오마주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