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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TV가 바보상자로 불리던 시절, 방송 3사가 선을 보인 퀴즈 프로그램들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일반인들이 출연한 퀴즈쇼는 난이도 있는 문제로 유익한 정보를 전달했고, 스타들이 등장한 퀴즈 프로그램은 재미까지 더해 눈길을 끌었다. 연예계 복고 바람을 타고 되돌아가 보는 그때 그 시절 TV 예능 프로그램 2탄 '퀴즈쇼'. 안방극장에 지식과 웃음을 동시에 안긴 화제의 퀴즈쇼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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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인기를 끈 '장학퀴즈'(왼쪽)와 '퀴즈아카데미' /사진=MBC '장학퀴즈'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 카메라' 방송 캡처 |
◆학생부터 주부까지 너도나도 '퀴즈 붐'
1973년 2월18일 첫 전파를 탄 '장학퀴즈'는 TV 퀴즈 프로그램의 효시다.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5명의 출연자가 문제를 맞혀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주장원, 월장원, 기장원, 연장원을 배출했다. 익숙한 오프닝 음악과 초대 진행자 차인태 아나운서는 지금까지도 '장학퀴즈' 하면 떠오를 만큼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차인태 아나운서 등 많은 MC들이 '장학퀴즈'를 거쳐 갔다. 손석희 아나운서, 영어 강사 오성식, 개그맨 정재환 등이 마이크를 잡았고 현재는 신영일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있다. 언어, 문학, 시사 상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난이도 있는 문제를 출제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장학퀴즈'는 MBC에서 시작해 현재 EBS로 자리를 옮겨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장학퀴즈'의 조연출을 맡았던 전 MBC 주철환 PD는 대학생판 퀴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가 야심차게 선을 보인 프로그램은 '퀴즈 아카데미'. 1980년대 후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의 가치관과 자유로운 의식을 부각시키며 다방면의 문제를 다뤄 화제를 모았다.
출연자 가운데 연승 가도를 달려 스타로 떠오른 이들도 있고, 톱스타 여배우가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제를 출제하기도 했다. 이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 카메라'에서 가수 이범학을 속이기 위한 장치로 꾸며져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퀴즈 아카데미' 역시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퀴즈 프로그램이다.
SBS의 퀴즈쇼도 만만치 않았다. 1991년 김학래-임미숙 부부를 내세운 '알뜰살림장만퀴즈'는 아침 시간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퀴즈 프로그램이었다. 4명의 주부들이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버저를 눌러 답을 맞히는 형식으로 야광 도깨비방망이가 아이들 사이에서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
'알뜰살림장만퀴즈'는 제목 그대로 주부들이 살림을 장만하기 안성맞춤인 프로그램이었다. 다리미, 가습기, 라디오는 물론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TV까지 각종 가전기기가 상품으로 걸렸다. 상품을 타기 위해 출제 경향 분석집이나 기출 문제집 등을 구매해 공부하는 열혈 주부도 많았다. '알뜰살림장만퀴즈'는 10여 년 꾸준히 방송되며 주부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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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들이 등장해 인기를 끈 '가족오락관'(왼쪽)과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사진=KBS 1TV '가족오락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 방송 캡처 |
스타들을 대상으로 한 퀴즈쇼 가운데 가장 장수한 프로그램은 '가족오락관'이다. 1984년 4월3일 첫 방송한 뒤 무려 26년 간 안방에 즐거움을 선사했다. 진행자 허참 역시 장수 MC가 됐고 그의 곁을 거쳐간 여자 MC만 20여 명에 달했다. 오랫동안 방송한 만큼 출연자들도 1만여 명이 넘고 주부 방청객 또한 셀 수 없이 많았다.
'가족오락관'은 출연자들을 여성팀-남성팀으로 나눠 다양한 퀴즈와 게임을 펼쳐 인기를 끌었다. '폭탄 퀴즈' '고요 속의 외침' '사구동성' '방과 방 사이'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게임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 가운데 '스피드 게임'은 '가족오락관'을 대표하는 트레이드 마크다. 속담, 인물, 가요, 구구단 등 다양한 문제로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웃음과 유익한 정보를 줬다.
'우~와'하는 오프닝곡과 뛰어가는 목도리도마뱀 영상으로 유명한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도 장수 퀴즈쇼다. 1984년 첫 전파를 탄 뒤 2004년 1000회를 앞두고 종영한 이 프로그램은 동물과 자연,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 동물 비디오를 보며 퀴즈를 맞히는 방식으로 많은 스타들이 출연해 의외의 상식을 뽐냈다. 가수 김완선이 '닭'을 '닥'으로 썼다는 루머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다른 인물 때문에 불거진 에피소드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는 이계진, 손범수 등 재치 있는 MC들의 입담과 유쾌한 영상 및 해설로 지식과 웃음을 제공했다. 여기에 스타들이 문제를 맞히고 틀리는 과정과, 선물로 인형을 받고 뺏어 오는 상황 등 소소한 재미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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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어르신들이 출연한 '좋은 세상 만들기'(왼쪽)와 아이들이 출연한 '환상의 짝꿍' /사진=SBS, MBC 제공 |
◆의외의 출연자들, 깜짝 웃음
세련된 젊은이들이나 화려한 스타들만 퀴즈쇼에 출연한 것은 아니다. 1998년 SBS에서 방영한 '좋은 세상 만들기'는 순박한 시골 할머니·할아버지 등을 대상으로 퀴즈를 진행해 웃음을 안겼다. 정답이 '여보'인 상황에서 한 할아버지가 버저를 누르고 "어~이"라고 답해 오답 판정을 받자 이를 본 다른 할아버지가 구수한 사투리로 "한번 부르면 알아듣간디…. '어이, 어이'하고 두 번은 불러야지"라고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좋은 세상 만들기'는 시골 노인들이기에 가능한 재미를 전국에 전파한 신개념 퀴즈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을 출연시켜 재미를 유발한 퀴즈쇼도 있다. MBC '환상의 짝꿍'은 어린이들이 등장해 스타들과 짝을 이뤄 퀴즈를 맞히는 프로그램이었다.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문제를 출제해 호평을 받았다. MC 김제동, 박신혜, 오상진 아나운서는 어린이 출연자와 스타들 사이를 오가며 입담을 뽐내 일요일 아침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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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액의 상금을 내건 '퀴즈가 좋다'(왼쪽)와 '1대100' /사진=KBS 2TV '1대100' 방송 캡처, MBC 제공 |
1999년 방송한 MBC '퀴즈가 좋다'는 최종 단계 상금이 1000만원에 달해 화제를 모은 퀴즈쇼다. 각 단계를 거칠수록 배가 되는 상금에 많은 도전자들이 지원했고 그만큼 난이도 있는 문제로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다음 단계를 도전할지 결정하는 권한이 부여돼 상황의 전개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2007년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KBS 2TV '1대100' 역시 거액의 상금이 걸려 있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단계마다 그에 해당하는 상금을 탈락자 수만큼 곱해 적립하는 방식으로, 1인으로 최종 우승할 경우 최고 상금 5000만원을 획득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황현희와 박지선, 강수정 아나운서 등이 우승한 바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 KBS 1TV에서 방영 중인 '퀴즈 대한민국'도 수 천만원의 상금을 내걸었다. 이 프로그램은 매회 6인의 출연자들이 최종 1인을 가리기 위해 서바이벌 퀴즈 대결을 펼친 뒤, 선정된 1인이 마지막 단계를 통과하면 '퀴즈영웅'이란 영광과 함께 거액의 우승 상금을 받는 퀴즈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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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즈 토크쇼 '스타골든벨'(왼쪽)과 '세바퀴' /사진=KBS, MBC 제공 |
◆토크와 퀴즈의 믹스 매치
MC 김용만은 퀴즈 프로그램 '브레인 서바이벌'로 전성기를 보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로 시작한 이 퀴즈쇼는 '지식이 필요 없는 퀴즈 프로그램'을 타이틀을 내걸었다. 15명 이상의 스타들이 출연해 '안면 기억 퍼즐' '빙고 게임' '줄 퀴즈' 등 다양한 게임을 통해 지식을 뽐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쉬어 가는 코너로 '숫자 토크' '브레인 투표' 등을 마련해 출연자와 MC가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청소년 퀴즈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의 방식을 차용한 '스타 골든벨'은 본격적으로 토크와 퀴즈를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20여 명의 스타들이 라인별로 팀을 이뤄 함께 퀴즈를 풀고 토크를 나누는 등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했다.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퀴즈 토크쇼는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 세바퀴'다. 어려 명의 연예인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장기를 뽐내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시에 객관식 퀴즈를 맞히는 형식으로 재미와 볼거리를 동시에 주고 있다. 높은 시청률로 주말 예능 프로그램 1위에 오르는 등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우리말 겨루기' '도전! 골든벨' '퀴즈쇼 사총사' 등도 시청자들의 주말을 책임지고 있는 퀴즈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