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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라움하우스 입구, 트라움하우스 외벽, 산청마을 비닐하우스, 산청마을 전경(왼쪽 위부터시계 방향으로) |
[더팩트|황준성 기자] 단지 벽 하나 있을 뿐인데.
독일어로 ‘꿈의 집’이라는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과연 얼마일까요? 트라움하우스5차는 국토해양부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연립주택가격에서 수년째 공시가격 최상위 주택으로 선정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이자 부동산에도 일가견 있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트라움하우스를 구입했고 강덕수 STX 회장도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트라움하우스5차의 공시가는 50억여원. 하지만 시세는 아무도 모릅니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5차의 매매가는 약 100억원이며,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은 채 직거래 같은 형식로 매매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돈 있다고 아무한테나 판다는 게 아니란 겁니다.
또한 트라움하우스는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정보사가 있고 주위는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벽은 3m 정도며 수많은 CCTV와 경비원들이 트라움하우스를 지키고 있습니다.
트라움하우스에는 핵전쟁에 대비해 200명이 2개월을 버틸 수 있는 방공호가 있으며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눈에 봐도 호화로운 주택이 산을 배경으로 마치 요새처럼 세워져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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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마을 전경, 네모 안은 트라움하우스 |
하지만 트라움하우스에서 불과 몇 m 떨어지지 않은 곳에 판자촌 산청마을이 있습니다. 국내 최고급 빌라와 높은 벽을 경계로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벽 하나를 두고 삶의 질이 극명하게 갈린 거죠.
산청마을을 생소하게 느끼는 이도 많을 것입니다. 서리풀공원 언덕 밑자락에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급빌라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 직접 산청마을에 들어서지 않는 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죠. 현재 산청마을에는 50여가구가 살고 있고 주민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나 노인들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산청마을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21가구가 전소했고 50여명의 주민들이 집을 잃었습니다. 집을 잃은 주민들은 비닐하우스를 짓고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 겨울 추위를 견뎠습니다. 벽 너머 이웃사촌은 100여평 남짓한 빌라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때 산청마을 주민은 비닐하우스에서 힘겨운 겨울나기를 한 것이죠.
주민들은 화재 피해 보상도 막막한 상황입니다. 화재가 난 곳이 공원용지인데다 주민들이 사유지에 집을 짓고 살아 왔기 때문이죠. 마을이 형성된 지 40년 가까이 됐지만 사유지인 탓에 불이 나도 집을 새로 짓는 것은 불법입니다. 또 화재 역시 방화로 밝혀져 서초구청의 지원도 어렵습니다. 생활이 녹록치 않은 산청마을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비닐하우스에서 연명해 가고 있습니다.
산청마을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빈부의 격차가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벽 너머로는 국내 최고가 빌라 트라움하우스가 있고 인근에는 모두 값비싼 주택과 빌라들입니다. 물론 자유민주주의인 대한민국에서 자신의 부를 누리고 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트라움하우스 주민들이 벽 너머에 산청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 궁금할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