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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구연(왼쪽)과 양준혁 <출처 - 더팩트 및 스포츠서울 DB> |
[신원엽 인턴기자] 국내 3대 프로 스포츠로 불리는 야구, 축구, 농구에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가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선수 출신답게 뛰어난 현장감과 친화력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야구에서는 허구연 해설위원, 축구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했던 차범근 해설위원 등이 독특한 캐릭터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1970~80년대 한국 농구 최고 스타로 군림한 이충희 해설위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판도가 바뀌고 있다. 기존의 베테랑 해설가들에게 패기로 무장한 '겁 없는 신예' 해설가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양신' 양준혁과 '기록의 사나이' 김병지,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이 대표적이다. 시대적 차이로 경기장에서 자웅을 겨룬 일은 거의 없지만 해설가라는 공통분모와 함께 마이크 앞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더팩트>은 프로야구 시즌 개막과 함께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3대 프로스포츠 신구 해설가들의 '마이크 앞 경연'을 비교 분석했다.
◆ '33년 달인' 허구연 VS '11일 양신' 양준혁
허구연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원년(1982년)부터 지금까지 33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해설가다. 허 위원은 1976년 불의의 부상으로 현역 생활을 접고,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해설가로 변신했다.
허 위원은 해박한 야구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분석 해설'의 달인이다. 특히 투수들의 구종에 대해서 마니아 층 뿐 아니라 일반인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며 야구의 참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특유의 경상도 말투는 각종 대회에서 화제의 어록을 낳으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허 위원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는 '양신' 양준혁이다. 지난해 은퇴하며 삼성 라이온즈의 영원한 전설로 기록된 그는 해설가로 변신, 또 하나의 전설을 향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지난 2일 프로야구 개막전을 시작으로 방송 뿐 아니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서도 중계를 시도하는 등 남다른 행보로 관심을 끌고 있다.
시청자들은 "아직 초보 티가 나지만 구수한 입담이 듣기 좋다"며 "생생하게 현장을 전달하고 선수들의 이면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게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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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범근(왼쪽)과 김병지 <출처 - 스포츠서울 DB> |
◆ '풍부한 경험' 차범근 VS '골키퍼 외길' 김병지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공격수 차범근 해설위원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했다. 그는 독일 무대 통산 308경기에 출전해 98골을 넣으며 당시 외국인 선수 최다 출전 및 득점 기록을 세웠다. 또한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K리그와 국가대표, 중국 슈퍼리그 감독을 역임하며 지도자 경험을 축적했다.
차 위원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내세워 매 경기 전술적인 분석과 함께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상황 등에 대해 침착하고 예리한 분석을 한다. '빌드 업'대신 '공격 작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구수한 말투에서 풍겨지는 편안한 해설로 2002 한일월드컵부터 1등 해설위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맞서 K리그 현역 선수 최다 출장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골키퍼 김병지가 해설계에 야심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해설가로 깜짝 데뷔한 그는 개막전인 남아공-멕시코전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어눌한 말투와 함께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하며 특유의 승부 근성으로 금세 비판을 잠재웠고 뛰어난 상황 분석 능력과 재치 있는 어휘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골키퍼 출신답게 수비 전술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으로 또 다른 해설 스타일을 선보였다. 실력 만큼이나 스타성을 지닌 김병지가 현역 은퇴 후 '제2의 차범근' 자리에 오르며 다양성 있는 해설을 선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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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충희(왼쪽)와 우지원 <출처 - 스포츠서울 DB> |
◆ '알찬 정보력' 이충희 VS '알찬 현장력' 우지원
1991년 '농구대잔치'. 1점 차의 명승부를 벌였던 현대전자와 연세대의 3,4위전을 끝으로 당대 최고의 스타는 은퇴를 선언하며 코트를 떠났고, 바로 그해 농구대잔치에 데뷔한 신인 선수는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주인공은 바로 이충희와 우지원이다.
그리고 이들은 20년 만에 코트가 아닌 마이크 앞에 나란히 섰다. 지난 2001년 해설가로 데뷔한 이충희 해설위원은 선수와 감독, 대학교 교수까지 역임했다. 이러한 경험에서 나오는 풍부한 농구 지식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고 있다. 게다가 타고난 입담도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감정에 치우친 해설보다는 객관적인 정보 전달로 유명하다. 선수 시절부터 보여준 차분한 성격으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선수 시절 빼어난 외모와 실력을 갖춰 많은 사랑을 받은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 해설위원도 만만치 않다. 2010~2011시즌 남자 프로농구(KBL) 개막전에서 곧 바로 마이크를 잡은 우 위원은 특유의 스타성과 현장 능력을 살리면서 꼼꼼하게 정보를 담아 낸다.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명품 해설로 농구의 열기를 다시 일으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최근 아내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숨겨진 말솜씨를 뽐내 대중적인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다.
이 밖에도 3대 스포츠 해설가로 야구에는 이순철․양상문(MBC스포츠+), 이용철․이병훈(KBS N), 김용희․안경현(SBS ESPN) 등이 있다. 축구에서는 신문선․이상윤(MBC스포츠+), 최경식·김대길(KBS N), 신연호(SBS ESPN)가, 농구에서는 박종천·추일승(MBC스포츠+), 박수교·조성원(SBS) 등이 마이크를 잡고 있다.
그야말로 해설 춘추 전국시대다. 다채로운 프로 스포츠 종목만큼, 팬들은 다양성을 띈 해설을 들으며 스포츠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신구 해설가들의 저마다의 개성 속에 공통 분모는 자신의 종목에 대한 열정의 무게일 것이다. 현장의 뜨거운 열기만큼 해설가들의 입담 대결도 한층 더 뜨거울 전망이다.
wannabe2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