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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노션 회사 로비, 원안은 정성이 이노션 고문 |
[더팩트|황준성 기자]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을까?
최근 재계에 여성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재벌가 딸들의 행보가 돋보인다. 삼성그룹 오너 이건희 회장의 딸인 이부진 사장을 비롯해 이서현 부사장, 한진가의 조현아 전무, 조현민 상무보,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 등 공식적인 직함을 달고 양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적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삼성가의 라이벌 기업이자 재계순위 2위인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딸 정성이(49), 정명이(47) 고문은 한 발짝 물러나 회사 경영을 도울 뿐이다. 경영일선에서 적극적인 참여보다는 대주주나 고문으로 활동한다. 셋째 딸 정윤이(43) 현대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만 직함을 달고 있다. LG가처럼 수면 아래서 내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왜 현대차그룹의 딸들은 수면위에서 공식적인 직함을 달지 않고 뒤에서만 경영에 참여하는 것일까. 재계는 창립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이어온 현대가의 가풍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현대가 여성들은 ‘그림자 내조’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단, 타계한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을 이은 고인의 부인 현정은 회장과 딸 정지이 전무는 예외다.
◆ 정몽구 회장의 자녀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작고한 이정화 여사와의 사이에서 외아들인 정의선(41) 현대차 부회장과 함께 세 딸을 뒀다.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그리고 정윤이 현대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 그리고 막내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현대차 그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기정사실이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공식적인 직함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주요계열사의 임원으로 있고, 회사의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외동아들이라는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활발한 정의선 부회장의 활동에 비해 정몽구 세 딸들의 활동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재계는 분석한다. 고문정도로만 활동할 뿐이라는 것. 매일 회사에 출근하며 임직원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행사나 의사결정할 시에만 얼굴을 비친다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 아들 못지않은 장녀
먼저 장녀인 정성이 고문은 현대차그룹 계열의 광고대행사 이노션의 고문으로 있다. 공시에 따르면 이노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현재 정몽구 회장(20%), 정의선 부회장(40%), 정성이 고문(40%)이 이노션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노션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재계는 사실상 정성이 고문의 입김이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다. 그룹의 오너일가이자 최대주주이기 때문. 또 이노션은 지난 2005년 설립된 이래 몇 번 대표이사 및 임원이 변경됐지만 유일하게 정성이 고문만이 계속 이사 직위가 유지됐다.
일각에서는 회사 창립 시 전 박재범 대표이사와 제일기획 연구소 소장을 지낸 박재항 마케팅본부장을 정성이 고문이 직접 영입했다고 말한다. 회사의 큰 틀을 직접 구성한 셈이라는 것.
이노션은 또한 지난해 약 2조7,000억원의 취급액을 기록했다. 업계 1위인 제일기획과 불과 2,000억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즉 회사설립 5년여 만에 소위 잘나가는 삼성가의 딸 이서현 부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2009년 11월에는 삼성전자의 TV광고를 이노션이 대행했다. 삼성전자가 같은 계열인 제일기획이 아닌 타 광고대행사에 의뢰한 것은 처음이다. 업계는 정성이 고문의 실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성이 고문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고문으로써만 활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노션 관계자는 “정성이 고문은 회사의 주요 결정사항을 보고 받고 있다. 하지만 이노션은 전문경영인 체제이기 때문에 회사의 주요사항을 대표이사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 호텔 성장을 이끈 세딸
장녀 정성이 고문 외에도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과 정윤이 현대해비치호텔&리조트 전무도 최근 삼성 이부진 사장과 종종 비교된다. 제주에 운영 중인 호텔경영의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 세딸 모두 현대해비치호텔&리조트에 영향력(각각 지분 6.7% 보유)을 보이고 있다. 이 호텔 대표이사를 지냈던 정몽구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 여사가 지난 2009년 10월 별세한 이후 세딸의 호텔경영 참여는 더욱 활발해졌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럭셔리한 리노베이션을 계획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이부진 사장과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부진 사장은 제주 신라호텔에 ‘프라이빗 비치’, ‘야간수영’ 등 고객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 이에 맞서 현대차가의 세딸도 지난해 ‘스파 아라’라는 고급 스파 및 체질에 따른 유기농 식이요법과 제주전통의 마사지를 접목한 ‘브런치 스파’ 등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최근 가장 잘나간다는 이부진 사장에 밀리지 않은 것이다.
현대해비치호텔&리조트의 변화가 업계뿐만 아니라 재계의 관심을 끈 것은 정몽구 회장의 세 딸 모두 이 호텔에 쏟는 애정이 커서다. 특히 둘째딸 정명이 고문과 셋째딸 정윤이 전무는 호텔에 필요한 집기와 장식물 등 필요한 것을 직접 사다 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정성이 고문을 비롯해 정몽구 회장의 딸들의 수면아래에서의 경영참여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실제로 전면에 나서서 회사를 이끈다면 상당한 실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그 가풍 때문에 수면 아래에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의 딸들의 행보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광고업계와 호텔업계에서 특히 주목받는다. 그러나 삼성가의 딸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회사의 주요사항을 결정한다. 이는 창립주 때부터 이어온 현대가의 가풍에 대한 영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수의 여성 시민단체에서는 재벌가 오너의 자제의 일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 말을 상당히 아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너가의 일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