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연기자] 차도녀에게는 까도남보다 따도남이 최고의 꼬픈남이다. 상대가 꿀성대와 딸바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래서 차도녀들은 동안 종결자와 베이글녀가 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차도남, 차도녀, 까도남, 꼬픈남…. 외계어들이 아니다. 최근 떠오른 신조어들이다. 대부분이 말 줄임말들. 차도남(녀)은 차가운 도시 남자(여자)의 준말이고, 까도남은 까칠하고 도도한 남자를 뜻한다.
이런 신조어는 대부분 이미지를 형상화하면서 만들어진다. 연기자의 경우 극 중 캐릭터의 성향을 빗대거나(까도남, 꼬픈남), 스타의 외모와 스타일을 본 따 만들기도(종결자, 꿀성대) 한다.
최근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신조어와 배경을 살펴봤다.

◆ "차도, 까도, 꼬픈…캐릭터가 보인다"
신조어 법칙 하나. 극 중 캐릭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영화 혹은 드라마 속 캐릭터의 성향을 그대로 본 따 만드는 식이다. 단어의 첫 글자만 떼어 부르는 등 줄임말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캐릭터를 적극 반영한 신조어의 경우 네티즌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신조어 탄생이나 흐름을 주도한다. 차도남(녀), 까도남 등이 대표적인 예. 드라마 스틸컷 혹은 방송 공개 후 네티즌 사이에서 나온 별명이 신조어가 됐다.
각각의 대표적인 예는 SBS-TV '시크릿 가든' 현빈(까도남), KBS-2TV '매리는 외박중' 김재욱(차도남). 이들은 세련된 외모에 냉철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에 응용할 수 있다. 또 그 반대 성향을 가진 캐릭터의 경우 따도남·녀(따뜻한 도시 남자/여자)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때로는 작품 속에서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꼬픈남·녀 여자(꼬시도 싶은 남자, 여자)가 대표적이다. 꼬픈남은 MBC-TV '역전의 여왕'에서 박시후가 스스로를 지칭한 말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신조어로 이어진 경우라 할 수 있다.

◆ "종결자, 베이글녀, 딸바보… 이미지가 보인다"
신조어 법칙 둘. 스타의 스타일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다. 스타의 외모, 특징, 말투, 스타일, 몸매 등 외면적인 것들을 빗내 만드는 경우도 많다. 줄임말 보다는 특징을 한 마디로 함축할 만한 단어로 구성되는 일이 많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가 스타의 외모를 본딴 것이다. 종결자가 그 예다. 종결자는 최고 혹은 최상이라는 의미로 이 사람을 대신할 인물이 없다는 뜻을 지녔다. 특징은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 남다른 얼굴 크기로 굴욕(?)을 맛본 존박은 대두 종결자로, 완벽한 이목구비를 가진 김태희와 송승헌은 직찍 종결자로 불리는 식이다.
몸매에 초점을 맞춘 신조어도 있다. 청순 글래머에 이은 베이글녀가 바로 그 것. 베이비 페이스와 글래머를 합성한 단어다. 신민아, 신세경, 서우, 조여정 등 대부분의 청순 글래머들이 베이글녀로 다시 불리고 있는 중이다.
스타의 스타일 혹은 행동을 캐치해 만든 신조어도 있다. 딸바보의 경우 어린 아이에게 살갑게 대하는 스타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유부남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시상식마다 김새론을 챙기는 원빈, 조카 사랑을 보인 세븐 등이 딸바보의 대표주자들이다.

◆ "2010, 트렌드 반영한 신조어…유행이 보인다"
신조어는 유행의 척도다. 신조어를 보면 대중 문화의 트렌드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시크 콘셉트가 붐을 이루는 요즘, 차도남(녀)과 까도남이 인기를 얻는 식이다. 트렌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신조어의 탄생은 트렌드와 같은 맥락을 가진다. 일정한 패턴을 갖기 마련이다"라며 "최근에는 까칠한 재벌 2세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 그와 비슷한 신조어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다음 해에는 그 때 유행하는 스타일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또 다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조어는 트렌디한 별명이다. 또 유행에 따라 만들어지는 만큼 이벤트성에 가깝다.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팬들은 신조어로 스타와의 거리를 좁히고, 스타 역시 신조어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중이다.
이문원 씨는 "신조어는 대중들에게 호감과 관심의 대상이 되기 쉽다. 입에서 쉽게 맴돌기 때문이다. 신조어로 스타와 팬들이 한결 친근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하지만 유행 속도가 워낙 빨라 캐릭터로 온전히 자리 잡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글= 김가연기자, 사진= 이호준 기자, 드라마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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