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희기자] 평소 맥도날드 커피 맥카페를 자주 이용하던 직장인 최모씨(34)는 한달 전부터 커피 맛이 변한 것을 느꼈다. ‘혹시 한 지점만 맛이 변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다른 지점을 방문했지만 여전히 커피 맛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최씨는 커피 맛을 좌우하는 원두가 교체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장이나 홈페이지를 찾았지만 어디에서도 원두 교체에 대한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인결과, 맥도날드는 한달 전인 지난 8월2일부터 커피 원두를 교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부터 사용한 이탈리아산 최고급 원두 라바짜에서 100% 아라비카산 로스트 원두로 교체한 것. 하지만 맥도날드 측은 원두를 교체한 지 한달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공지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2009년 1월, 맥도날드는 프리미엄 커피매장 브랜드 ‘맥카페’를 런칭했다. 연 매출 2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커피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것. 맥도날드의 맥카페 런칭은 그동안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사이드메뉴에 불과했던 커피를 전면에 내세운 전략으로, 패스트푸드업체의 커피브랜드 사업 진출에 포문을 열며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맥카페가 업계는 물론 고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탈리아 커피의 지존이라 불리는 ‘라바짜 원두’를 2,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했던 것. 당시 맥도날드는 특정 커피 브랜드를 지칭한 ‘별도 콩도 잊어라!’라는 자극적인 광고로, 브랜드를 내세운 4,000원대 고급 커피와 실속을 내건 2,000원대 중가 커피 간 전쟁에 불을 지폈다.
맥도날드의 맥카페 런칭은 대성공이었다. 맥카페 런칭 3개월 만에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62% 증가한 것은 물론, 맥도날드의 전체매출 신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원두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커피 애호가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며 “맥도날드의 실험적인 진출이 커피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고급 원두의 가격이 부담되서였을까? 지난달 맥도날드는 맥카페의 원두를 라바짜 원두에서 아라비카산 원두로 교체했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8월2일자로 이탈리아산 라바짜 원두를 프리미엄 로스트 커피인 100% 아라비카산 원두로 교체했다”며 “가격대비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가 맥카페의 상징처럼 여겨져 온 라바짜 원두를 아라비카산 원두로 교체한 이유는 두 가지다. 라바짜 원두의 가격 대비 더 좋은 품질의 원두를 제공한다는 것과 글로벌 업체인 맥도날드의 원료 수급·공급에 원활화를 위한 것. 맥도날드 측은 “이번에 교체한 원두는 라바짜 원두와 비교했을 때 품질이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바리스타협회는 “라바짜 원두와 100% 아라비카산 원두와는 질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하다”면서 “라바짜 원두는 이탈리아산 최고급 원두 중에서도 'Top 3'안에 드는 원두지만, 아라비카산 원두는 원산지, 등급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가 이번에 교체한 아라비카산 원두는 품종에 불과할 뿐 어떤 나라에서 재배했는지, 몇 등급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
맥도날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맥크루는 “1개월 전부터 맥카페 커피 원두가 바뀐 것으로 안다”며 “라바짜 원두에 비해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원두를 교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맥도날드는 라바짜 원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100% 아라비카산 원두로 교체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 측은 이에 대한 공지를 일절 하지 않았다. 라바짜 원두를 사용한다며 대대적인 광고로 고객들을 유인한 것과 달리, 소리소문 없이 원두를 교체한 것에 대해 고객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최씨는 “원산지표시, 재료 공개가 철저해야 할 업체에서 원두 교체에 대한 공지가 없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재료 원산지를 속여 고객들이 반발하는 사건이 있었는데도 또 다시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맥도날드는 맥모닝세트의 일부 식재료를 일본산 대신 중국산으로 교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구설수에 올랐다. 맥모닝세트인 '잉글리시 머핀'의 수입원을 일본에서 중국으로 변경했지만 외부에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
당시 한국 맥도날드 측은 "식재료 일부를 중국산으로 바꾼 것은 사실이지만 매장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모션은 1년치를 미리 계획하기 때문에 맥모닝 가격인하를 위해 식재료 원산지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며 “똑같은 재료라면 보다 저렴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맞다”고 말해 고객들의 반발을 샀던 전례가 있다.
커피업계는 “커피는 원두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서 “원두를 앞세워 광고를 한 만큼 원두 변경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공지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